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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가족의 달 5월이 잔혹한 낀(?) 세대의 비애


어린 시절에는 어린이 날에 대한 설레임으로 손꼽아 5월을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성년의 날, 그리고 갖가지 축제와 놀거리가 많은 5월이 좋았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던 직장 시절에는 스승의 날이 좋아서 5월이 좋았습니다.
장년이 되고 아이 엄마가 되고, 자식이 되고, 학부형이 된 지금은 5월이 무섭습니다.


봄 맞이 집 단장을 하면서 저를 위해 구입한 것이 있었으니...바로 이 가계부 입니다.
항상 몇 일 쓰다가 말고, 또 쓰다가 말고...작심 삼일에 그치는 가계부 쓰기...
이 번에는 큰 마음 먹고 1년을 채워보려 합니다.

이쁜 가계부를 장만한 것에 힘입어 지난 4월 28일 부터 쓰기 시작한 가계부...
본격적으로는 5월 부터 쓰기 시작했는데...한숨만 나옵니다. ㅠㅠ


5월 5일 어린이 날이 되었습니다.
비싼 선물을 못 사줘도 그냥 지나가기는 섭섭하여 천재 블럭 한 셋트를 사 주었습니다.
핑크색 블럭만 골라서 조립하긴 하지만 딸내미가 아주 좋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좋아하면 일단 그걸로 된 것이지요.


5월 8일 어버이 날이 되었습니다.
시어머님께 간단한 선물과 용돈을 드리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시골에 계신 친정 부모님께도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 보내드렸습니다.
지출이 크지만 그래도 맛있게 드시는 어머님
그리고 작으나마 선물을 받고 좋아하시는 친정 부모님을 보면서

왠지 마음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5월 15일이면 스승의 날이 됩니다.
하랑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담임 선생님이 계시긴 하지만 소규모로
여러 선생님들께서 두루두루 돌보아 주시기에 딱히 한 분만 챙겨드리긴 뭐 합니다.
그래서 약소하지만 선생님들 여름 실내화를 바꾸어 드리는 선에서 준비 했습니다.

부담되면 안 하면 된다지만...그래도 제가 교사였던 시절을 되돌아 보았을때

너무 아무것도 없으면 은근히 섭섭한 마음을 갖었던게 기억이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가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가정의 달이다 뭐다...주변이 시끌시끌하니...왠지 딸 아이에게 더 미안해 집니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딸과 자주 놀아주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5월 13일...오늘은 저희 부부의 결혼 기념일 입니다.
2007년 5월 13일에 결혼을 했고 만으로 4년 횟수로는 5년차가 되었습니다.

첫 결혼 기념일인 2008년 이후로 어린 아이들에 치어 제대로 못 챙겨 본 것 같습니다.
'외식을 하려해도 칠렐레 팔렐레 돌아다니는 아이 잡으러 다니기 바빠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구요
좀 더 솔직히 주변을 챙기다 보면 정작 저희들의 기념일은 자꾸만 나중에...나중에...
아이들 더 크면...그리고 여유가 더 많이 생기면...이렇게 뒷전으로 밀려 납니다.


그저 제 한몸 건사하기 바쁘기만 하던
철없는 저희는 어느새 부모이자, 자식이자, 그리고 학부형이 되었으니깐요.

가정의 달에 하루라도 그냥 넘어 갈만한 날 없이 딱 '낀' 세대인 저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은
또 뭍히게 되나 봅니다.

부모님 드리는 것이고, 자식 챙기는 것이고,
내 새끼 이뻐해주시는 선생님께 성의 표시 하는 것 이니
어느 것 하나 기쁘지 않은 것이 없는데 한 꺼번에 몰리다 보니 5월의 가계부는 한숨만 더해집니다.
5월이라고 가족 특별 보너스 같은 것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ㅡㅡ;;

그래도 섭섭하니 케잌이라도 사다가 촛불은 밝혀야겠지요?
설마 그거 하나 더 산다고 가계부에 크나큰 빵꾸야 나겠습니까...
그저...약간의 한숨이 더할 뿐이겠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