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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정말 싫어하는 복장이란?


아침마다 저희 단지 안의 어린이집 버스 정류장에는 패션쇼가 벌어집니다. 딸내미가 타는 시간과 같은 시간에 오는 모 놀이학교의 버스를 기다리는 대 여섯명의 아이들 덕분이지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번쩍번쩍.작은 머리핀 부터 타이즈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아이들...매일 아침 다른 옷들을 차려 입고 나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곁눈길로 이웃집 아이의 옷차림을 살피는 모습까지 다 보이건만 경쟁 모드에 돌입한 엄마들은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 하나 봅니다.

야무진 6살 아이가 변기 앞에서 실례를 한 이유

 

같은 딸키우는 입장에서 이쁘게 입은 아이들을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거기까지...잠시 후..."저 아이들 선생님들 참 부담스럽고 챙겨주기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 전 저도 고가의 놀이학교와 센터에서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유난히도 명품족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체크 정장을 입고 왔습니다.  그 옷의 잠금 장치는  이중으로 되어있고 미처 화장실에서 그 옷을 벗지 못한 아이는 변기 앞에서 실례를 했습니다. 6살이니 의례히 소변 정도는 혼자 해결했는데 옷의 잠금 장치까지 생각 못했던 것이죠.당황한 아이가 울면서 교실에 들어오길래 달래 주었습니다. 아이 엄마도 놀랐을 것 같아서 아이들이 하원 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말 비싸게 주고 사서 오늘 처음 입고 갔는데...드라이 해야 하는 옷이라구요..." 6살이면 수치심이란 감정 충분히 느끼고도 남을 일이고 아이가 울기까지 했다면 더군다나 그 충격 또한 컸다는 뜻인데 엄마는 다친 아이의 마음 보다는 비싼 옷을 망친 것과 드라이 값만 아까워 하더군요.

옷 버리면 혼난다는 아이의 미끄럼틀을 향한 열망

친구들은 모두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아이는 그 좋아하는 미끄럼틀 앞에서 망설이고만 있습니다.
왜 그러냐니깐 엉덩이가 까매지고, 그러면 엄마한테 혼난다는 것 입니다. 새하얀 바지를 입고 있는 아이는 그렇게 친구들이 노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엉덩이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5살 짜리 아이가 미끄럼틀을 잘못 타면 엉덩이가 까매지는 것은 어찌 알았을까요, 눈에는 타고싶은 열망이 가득한데 그렇다고 또 저역시도 쿨 하게 괜찮으니깐 타라고 말을 못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깟 옷쯤 버리면 어떠냐고...해주고 싶지만 전 그 옷을 사 준 엄마도 아니고 빨래를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깐요. 무엇보다 그 옷이 얼마짜리인지 상표만 보고도 대강 짐작이 가기에...

센터에서 근무 할때는 이런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수업이니 퍼포먼스 같은 부분도 들어가고 각종 실험이나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꾸미기 재료들이 나오기도 하기에 옷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가의 옷 차림을 하고 와서 행여라도 옷에 물감이라도 튈까 창 밖으로 아이의 수업을 지켜보는 엄마의 표정은 안절부절 입니다. 너무 좋은 옷 입혀 오지 마시고 편안한 복장으로 보내주시라고 말씀 드려도 그렇게 이쁜(?) 차림을 해서 데리고 오십니다. 아이도 엄마의 심정을 잘 알기에 수업시간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타임 한 타임 주옥같은 센터 수업 받으러 오면서 고작 옷에 뭐가 뭍을까봐...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면 너무 아깝고 스트레스 받는 아이가 안쓰럽더군요.

기관에서 아이의 악세사리와 옷가지를 분실했다면 누구 책임일까?


"지난 겨울에 우리 반 애가 000 워머를 하고 왔는데 분명히 집에 보낼때 끼워 줬는데 애가 차량 타러 가는 길에 빼버렸는지 잃어 버렸나봐...애 엄마가 너무 속상해 하길래 이사장님이 하나 사주라고 해서 알아보니깐 얼마인줄 알아? 48만원...말이되? 무슨 애 목도리 하나에...비싼 브랜드인거 아니깐 한 돈 10만원은 예상 했는데...그나마도 잃어버린 워머 색깔은 한정판이라 이제 안 나온다는 거야, 그래서 다른 색깔 사줬어. 너무 심하지?" 정말 심한 것 같네요. 제 기준으로는...ㅡㅡ;;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된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궁금해서 그거 어디껀데? 물어봐서 검색 해보았습니다. 48만원짜리 워머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요 ㅋ

글을 쓰다보니 너무 많은 예들이 생각 나지만 글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서...예는 여기까지만 들겠습니다.

아이가 거추장스러운 옷 때문에 즐거운 놀이를 못 한다면 또 얼마나 안타깝습니까..정~~~입히고 싶으면 옷이 좀 더러워지고 해지더라도, 잃어버려도...쿨 해지기라도 하던지요. 모르긴 몰라도 그런 아이들의 엄마들 내일은 뭘 입힐까, 걔 오늘 입은 옷 너무 이쁘던데, 아 카드값 또 빵꾸났네...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깐 쿨 해지질 못하는 것이구요.

아이가 기관에 있는 시간은 엄마가 돌보아 주고 챙겨 줄 수가 없지요. 때문에 그 모든 건 선생님의 몫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 둘도 아니고 최대한 챙긴다고 챙겨도 은근히 빠지는 경우도 있고 고가의 악세사리를 챙기느라 정작 중요한 아이들 케어에 소홀해 질 수는 없는 노릇이구요. 만약 어린이집 같은 기관에 고가의 악세사리나 옷을 입혀 보냈다가 혹시라도 분실하거나 해지는 일이 있다면 그게 선생님 탓일까요? 아이 탓일까요? 누구보고 챙기라고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그런 고가의 물품들을 감아서 보내는 건지.

언젠가 함께 일하던 후배가 놀러와서 자고 간 일이 있습니다.아침에 딸내미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하면서 무심코 멜빵 바지를 입히는데 후배가 한 소리 합니다. "언니...이런 옷 좀 입혀 보내지마, 알면서 왜 그래? " 웃으면서 농담으로 한 소리이지만 뜨끔했습니다. 맞다...선생님이 벗기기 어렵겠구나...내가 그만둔지 오래되어 벌써 감 떨어졌나? ㅋㅋ

비싸고 좋은 옷 혹은 가격을 떠나서 보기엔 이쁘지만 입고 벗기 불편한 옷은 엄마랑 중요한 나들이 갈때 입히면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아이들이 어릴때의 평상복으로는 입고 벗기 편안하고 활동적인 옷이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끄럼을 타고 진흙밭에 구르고 김치 국물을 사발로 부어도 쿨~하게 괜찮다며, 신나게 놀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그런 옷이요.

묻고 싶습니다. 아이의 활동에 제약을 주는 고가의 옷과 악세사리들...정말 아이를 위해서 입히는 걸까요? 혹시 엄마의 대리 만족, 혹은 자기 만족 때문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