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소아과의 성의 없는 진료에 멍드는 부모 마음


얼마전 제가 잠시 언급 했듯이 둘째 한결이가 중이염에 걸렸습니다. 좀 더 빨리 발견 했으면 고생을 좀 덜 했을텐데...형식적으로 청진만 하면서 숨소리 괜찮다, 콧물 색깔도 괜찮다, 목도 많이 안 부었다...내내 병원에 다녔지만 그저 단순한 감기라고만 했습니다. 밤새 누런 콧물과 가래 때문에 숨도 잘 못쉬고 그래서 잠도 못 자고 기침을 하다가도 신기하게도 병원에만 가면 콧물도 안나오고 기침도 안 하고...크게 열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는 계속 가벼운 감기쯤으로 취급을 하더군요. 하지만 또다시 생활을 하면서 진한 콧물과 가래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구요.몸이 안 좋으니 더욱더 엄마를 밝히고 계속 보채며 잠시도 엄아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나 저나 정말 지옥같은 일주일을 보냈었습니다.

                  계속 병원에 다녔건만 결과적으로 아이의 병을 방치하게 된 이유


그러다 저도 병이 났습니다. 심하게 잇몸이 부어서 먹지도 못했고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아팠습니다.
이비인후과를 찾았습니다. 저는 급성 편도선염, 목이 심하게 부어있다고 했습니다. 내친 김에 한결이도 진료를 받게 했습니다. 귀속이 붓고 물이 찼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중이염 이었습니다. 염증이 있어서 누런 코도 나오고 아이도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 거라구요. 지금까지 방치했다고 저를 나무랍니다. 저 방치 하지 않았고 바로 어제도 병원에 다녀왔는데 말입니다. 초기에는 치료도 쉬운데 계속 경과도 봐야 하고 약도 좀 독한 걸 먹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항생제를 처방 받아 먹였습니다. 장이 약한 9개월 아들은 항생제를 먹자 마자 설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엉덩이가 다 헐어 버리고 설사 때문에 한 시간마다 깨더니 3일만에 8.3kg에서 7kg 이 되었습니다. 원래도 살이 찐 편이 아니었는데 앉아있는 아들의 등이 한 줌 밖에 안 되어 보이게 말라버렸습니다. 저 아픈 건 둘째치고 말 못하는 아이가 힘들어하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지난 주 내내 겪은 일이구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웃에 사는 친구의 아이 때문입니다. 친정에서 가져온 딸기를 나누어 주느라 지난 금요일 이웃에 사는 친구를 잠시 만났습니다. 5살인 친구의 딸아이가 결막염에 걸렸답니다. 평소에는 항생제 잘 안먹이는데 눈이 불편한 아이가 자꾸만 눈을 심하게 깜빡 거려서 빨리 나으라고 그냥 독해도 먹인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그 깜빡거림이 습관이 되어 틱으로 발전 할까봐서요. 별것 아닌 아이의 습관에도 신경쓰이고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라...저역시도 동조했습니다. "그래...괜히 아이 고생시키지 말고...빨리 낫게 해주는게 중요하겠지..."

              단순한 다래끼에 항생제만 4일 동안 먹이며 곪아 터지게 방치한 이유


그리고 주말을 보낸 후 어제 놀이터에서 친구와 친구의 딸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이의 눈은 심하게 부어있고 눈 주변에까지 벌겋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하나도 효과가 없어...항생제만 4일 넘게 먹였는데...그래서 오늘은 그냥 안과로 가보려고... "그렇게 말하며 친구는 아이를 데리고 안과에 갔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나 진짜 화나서...어제 나 안과 갔잖아...결막염이 아니고 눈 안에 다래끼가 두 개나 난거야. 오래 방치 되어서 너무 많이 곪았데...그거 째느라 간호사 네 명이 달라 붙어서 그 연한 살에 마취하고 칼로 째고...빨리 왔으면 그렇게까지 치료하기 어렵지 않은데...몇 일동안 독한 항생제만 계속 먹였잖아..."

저도 그렇고요 제 친구도 병원에 안 간 것도 아니도 방치를 한 것 절대 아니었습니다. 나름 계속 병원 다녔고 약도 내내 먹였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가볍게 끝날 아이의 병을 방치 한 꼴이 되었습니다.

진료 당시 괜찮아 보여도 아이의 귀나 상태를 조금만 신경써서 보아주셨어도 몇 일동안 아들을 고생 시키지도 않았을거구요, 친구의 아이도 눈 아래가 빨갛게 충열 되었다고 결막염이라는 진단 내려 독한 항생제를 지어줄 게 아니라 아이 눈 안 속까지 잘 살펴 보아주었으면 올라오기 시작하는 다래끼 발견하기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그렇게 살펴보는데 몇 시간이 걸리나요? 고작해야 몇 초 더 걸릴 뿐 아닌가요? 웃긴 건 그 소아과가 같은 곳도 아니고 한 동네지만 제가 다니는 소아과와 그 친구가 다니는 소아과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모유가 역류하는 신생아에게 감기 처방만 내린 소아과가 3곳


생각해보면 다른 소아과들의 진료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딸내미 100일도 안되었을때 아기가 자꾸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니 병원에서는 대강 보고 감기라 하데요. 아직 면역이 있어 걸릴때가 안되었는데 걸렸다고. 약을 지어주데요. 그래도 아이가 나아지지 않아 두 군데의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첫 아이이고 아이가 워낙 어리니 많이 신경이 쓰였었죠. 마지막 병원에서 원인을 알았습니다. 아직 소화기가 여물지 않고 계속 누워 있는 아이의 특성상 모유가 자꾸 역류하여 그게 코를 막고 목을 간지럽혀 기침을 유발한다고요. 신생아였던 딸은 감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젖 먹이고 트림에 더 신경 써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것도 모르고 의사 선생님 말만 믿고 신생아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신생아 감기는 폐렴으로 갈 확률이 높고 치명적이라고 겁을 주어서 밤 잠도 못자고 걱정 했습니다.

신종플루에 걸려 딸내미가 병원에 입원했을때...그 병실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병원에 다녔지만 계속 감기라고만 하고 늦게 발견하여 폐렴으로 넘어가 합병증으로 고생했었습니다. 제 딸은 열이 나자마자 규모가 큰 병원으로 가서 조기에 잡았지만 대부분 동네 병원에 다녔던 그 아이들은 오래 입원해야 했고 더 아프고 괴로운 검사들을 받아야 했습니다.

병원에 가면 30분을 기다리든 40분을 기다리든 진료 시간은 1분 남짓입니다. 진짜 큰 치료를 받는게 아니라면요. 대강 청진하고, 목 보고, 열 재고 살짝 귀 보고...그렇게 대강 보고 아이의 상태를 잘 알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정해진 진료 절차입니다. 그리고 제가 부담하는 병원비는 약 2,000원 정도? 2,000원만 보면 싼 것 같아도 시간만 따져보면 1분에 2,000원이면 싼 건 아닌 것 같네요. 그리고 의료보험 공단에서 또 많이 받지 않나요? 그렇게 형식적으로 아이 숨 소리 듣고 목 부었나 보는 건 엄마도 할 수 있습니다.문득 나갈때 뭔가 허전한 기분이 되어 "선생님, 이제 나가면 되요?" 라고 물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아이가 아플때 엄마가 병원에 가는 이유는 그런 형식적인 진료와 앵무새 처럼 계속 똑같은 소리 듣자고 가는게 아니라 전문적인 선생님의 소견으로 내 아이의 정확한 병명과 상태를 알고 싶어서 가는 것 입니다. 아이의 증상이 나타날때 빨리 병원을 찾는 이유는 엄마들이 오바스러워서가 아니라 아픈 아이 방치하여 내 새끼 더 고생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라는 말입니다. ㅠ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요, 혹시라도 의사 선생님들이 보시면 부탁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정말 단 30초만 더 아이들을 꼼꼼히 살펴봐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진료 당시의 증상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말하는 증상들에 의거하여 가능성 있는 부분들 조금만 더 눈여겨 봐주십사 해서입니다. 바쁘고 힘드신 건 알지만..아이가 아플때 엄마들이 믿고 의지 할 곳은  병원이고 의사 선생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래로 막을 일 서까래로도 못 막는다고...빨리 발견하면 가볍게 끝날 일...방치하면 치료도 힘들고 어린 아이에게 먹이기엔 가혹하게 독한 약들이 처방 되기에 가슴이 아파서 쓰는 글입니다. 뼈 밖에 안 남은 제 아들 녀석과 퉁퉁 부어 눈도 제대로 못뜨는 친구의 딸내미가 너무 안쓰러워서 쓰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