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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젖은 딸의 신발을 말리다 문득 떠오른 아픈 추억



아침부터 외삼촌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바쁜 하랑양...
속 마음은 토마토 모종에 자신이 직접 물 한 번 주고 싶은 것이겠지요.
제 몸보다 더 큰 물뿌리개를 감당하지 못하는 딸내미...


결국은 물뿌리개와 함께 넘어져 버렸습니다.
울먹울먹...신발에 흙이 들어갔다고 투덜 거리네요. ㅋ
안 다쳤으면 되었지 신발은 빨아서 널면 되는걸요.  ^^


다행하게도 딸내미의 기분은 금새 좋아졌습니다.
엄마를 향해서 활짝 웃어주기도 하구요.


물로 살짝 헹구어 잘 마르게 걸쳐 놓았습니다.
그런 딸의 신발을 보는데 문득 제 어린 시절이 생각 났습니다.

어린 시절 친정은 많이 가난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뭐...저희만 가난했던 건 아니지요.
그때는 다들 그렇게 어려웠고 아이들 교육도 교육이지만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더 바쁘던...
그런 시절이었죠.

맞벌이를 해야하는 친정 어머니는 항상 어린 삼남매를 맡길 곳을 찾아 헤매야 했습니다.
때문에 어렴풋한 기억밖에 안나는 아주 어린 시절을 회상 해 보면...
이모네나 시골, 혹은 외갓집에서
엄마를 기다렸던 기억만 납니다.
대부분은 지금은 저희 친정이 된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겨져 있곤 했었지요.


유난히도 눈물 많고 엄마를 밝혔던 저는 엄마가 왔다 간 날이면 밥도 안 먹고 하루종일 울기만 했었지요.
엄마가 가버리면 또 몇 밤을 자고 일어나야 올지 모르니 무조건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 날도 그렇게 떼를 썼던 것 같습니다. 한 5살 정도 되었었던 것 같네요.
엄마 꽁무니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면서 계속 "엄마~나도 데려가...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
대략 이런 말을 했었는데...그때 엄마가 갑자기 제 하얀 샌들을 빨았습니다.
"더러우니깐 이거 빨자...그리고 말려서 신고 가자..."
어린 마음에 엄마와 함께 집으로 갈 수 있다는 마음에 신발을 걸레로 닦았습니다.
"그냥 햇볕에 두면 말라...이리와서 엄마 무릎 베고 한 숨 자면 마를거야..."
안 자려고 했는데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났는데 엄마는 없었습니다. 신발은 다 말랐는데...

거의 27년 정도 지난 아주아주 어렸을때인데...
생생하게 기억나는 몇 가지 일화 중 한 가지 입니다.

딸의 신발을 말리는데 갑자기 툇마루에 널려있던 제 하얀 샌들이 생각나서 코끝이 찡해집니다.
신기하게도 어린 마음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울었던 그 기분이 지금도 찡~하게 남아있거든요.
단지 지금 다른 건 그때 엄마도 정말 아팠겠구나...
그 하얀 샌들을 빨아 널면서 얼마나 슬펐을까...라는 생각을 들었네요.



"엄마...왜?"
잠시 신발을 들여다 보던 저를 보면서 딸이 또 말을 겁니다.
찰라에...무슨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지...

어쩌면 그런 제 유년시절이 떠 올라서 제가 아이들을 떼어 놓는 것에 많이 집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 아이들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고 말을 하면서도
누군가가 아이들 봐 준다고 잠시 나갔다 오라고 해도 막상 제가 아이를 못 떼어 놓거든요.
매일 밤 잠 들면서 '열 일곱밤만 자면....열 여섯 밤만 자면...'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렸던 제 어린 날의
아픈 기억들 때문에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