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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멀쩡한 아이 9살에 초등학교 입학 시키라는 선생님

아침에 딸내미 어린이집 셔틀을 태워보내러 나갔습니다. 얼마 전 부터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아이들 돌보기에 전념하고 있는 이웃 맘을 만났습니다.결혼을 일찍하여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아이는 하랑이 보다 1살 많은 6살...아이가 100일 될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지금까지 직장을 다니다가 아이만을 돌 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모르는게 너무 많다며 만나면 이것저것 묻곤 하던 동민이 엄마는 오늘 유난히 울상입니다.

"언니...잠깐만..동민이 차 좀 태우고..."

저를 만나자마자 반색하던 동민이 엄마.

"왜? 무슨일 있어요?"
"내가 너무 답답하고 속이 상해서요. 돈 벌러 다닌다고 동민이를 너무 방치 했나봐요."
"갑자기 왜요...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다 그렇지...어떻게 붙잡고 일일이 신경 쓰고 그래요. 또 집에만  있어도 딱히 더 많이 챙겨주고 그렇게 되지 않는거 알믄서..."
일상적인 위로를 했습니다.

"지난 주에 동민이네 원에서 아이 학업 평가를 했는데...우리 동민이의 수준이 4세 정도 밖에 안된데. 하긴 우리 동민이는 아직 수도 모르고 한글도 띄엄띄엄 읽거든요. 수업 시간에도 자꾸 떠들고 그런다고...이대로 학교 보내면 적응 못하니깐 9살에 보내라고...선생님도 편지 쓰고 원장님도 전화 하고...너무 속도 상하고 가슴이 아파서 어제 잠도 못 잤어요. 내가 어디 물어 볼데가 있어야죠. 기관에 가서 검사 다시 받아 보아야 하는건가요?"

 

숨도 안 쉬고 하소연 하던 내용입니다.참...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아이가 6살이면 취학 할 때까지 1년 반도 넘게 남았습니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게 아이들인데 무슨 근거로  지금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뒤쳐진다고 해서 학교를 1년 늦게 보내라는 말을 하는 그 원의 원장님과 선생님을 정말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설사 아이가 7살이라고 해도 한글, 수가 늦는 다는 생각 들지 않는데요. 그 정도 나이면 엄마와 아이가 마음 먹고 하면 3개월 정도면 학교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한글과 수를 뗄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아직 1년 반도 넘게 남았구요. 요즘 아이들이 수와 한글을 너무 빨리 시작하고 익혀서 그렇지 하나도 늦지 않았습니다.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동민이는 많이 활발하고 인사도 잘하고 싹싹한 아이였습니다. 이 나이의 남자 아이가 너무 얌전하게 앉아만 있는 것도 문제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물론 보통의 아이들보다 조금은 활발하고 장난이 심한 성향의 아이인 것 같기는 합니다.선생님으로써 그런 아이들은 상당히 다루기 힘들기는 하지요. 저도 감당 안 되었던 몇 몇 장난이 심했던 아이들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요...그렇지만 아이의 성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엄마도 아이의 집중 케어를 위하여 직장까지 쉬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이 좋아 지겠지요.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을 테스트 한다는 그 자체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같은 평가라도 상황이나 낯가림 정도에 따라 결과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구요, 아이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서 아는 것도 틀릴 수도 있고 혹은 알아도 대답 안하고 문제를 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언제 보았다고 낯선 평가자가 평가한 자료를 가지고 '아이의 학습 능력을 운운해 가면서 8살에 학교 못 보낸다, 이대로 학교 보내면 아이가 학업을 못 따라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9살에 보내라...' 어찌 감히 이런 조언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기관에 있어 보았기 때문에 더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문제가 아주 많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늦게 보내라 어쩌라를 운운하기 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습니다. 6살 아이에게 무슨 학업 평가 할 것이 있습니까.

물론 아이가 장난이 심하고 다루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붙잡고 앉아 별다른 인지를 학습을 시킨 일이 없으면 또래 아이들 보다 부족 할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고분고분한 말 잘 듣는 아이가 있는 반면 뺀질뺀질한 개구장이 아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나 원의 입장에서는 장난이 심하고 말썽을 피우는 아이 보다는 고분고분한 아이가 다루기도 편하고 좋겠지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낮다는 이유로 학교를 1년 늦게 보내라는 것은 가뜩이나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동민이 엄마를 울렸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말이지요.

눈이 마주치자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라고 넙죽 인사하던 동민이가 떠오릅니다. 4살 제 딸내미와 시소를 타면서 동생 다친다고 살살 발을 구르던 자상한 오빠의 면모를 보이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사람들과 눈을 못 마주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제가 딸내미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어깨 너머로 함께 듣는 모습을 보면 문제가 느껴질 만큼 집중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재미있고 관심 있으면 집중 잘 하고 잘 놀더군요. 재미 없고 관심 없는 일은 어른도 집중하기 힘들지 않나요. 아이가 학습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지 그게 학교를 못가는 이유가 되나요?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은 다 상처를 받는 것도 아니구요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의 원 생활이 어떤지까지는 제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평상시의 동민이는 문제 없는 씩씩하고 활발한 6살 꼬맹이 입니다. 오지랍 넓게 그 원을 찾아가 어떤 이유로 동민이가 8살에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말씀하신 건지...정말 그 학업 평가인지 뭔지 하는 그 평가가 그렇게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물어보고 선생님과 원장님의 말씀을 들어 보고 싶더군요.

아이들은 그냥 놀게 놓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는 남는 시간에 하면 되지 않나요. 6살이면 한창 놀 나이지 학업 성취도가 나올 나이가 아닙니다. 도대체 왜 유아들을 대상으로 그런 평가들이 생겨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시간을 학습을 하는데 보내고 남는 시간에 놀 나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시대에 뒤쳐진 베타맘인가요 ㅡㅡ;;

이 내용은 당사자의 허락하에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