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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딸의 한마디


남편은 매일 새벽 5:30분에 일어나서 6시 20분 경에 집을 나섭니다. 
아이가 하나 였을때만 해도 남편의 출근시간에 일어나 이것저것 챙겨 주었는데
둘째를 낳고서는  전날 먹거리나 미리 챙겨두는 정도만 해두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도 그랬지요.
어제 저녁 아이들이 늦게 잠이드는 바람에 새벽까지 포스팅 작성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터라 남편의 휴대폰 알람이 울리는데 눈을 뜰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4살 된 딸아이가 왠일로 아빠와 함께 일어났습니다.
그림자처럼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는지 
딸내미와 두런두런 이야기 하면서 바삐 출근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도 말참견 몇 마디 하다가 아들도 깨었길래 수유를 하며 또 깜빡 졸았습니다.

갑자기 딸의 대성통곡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랑이 왜? 무슨 일 있어?"
화들짝 잠에서 깨어 딸에게 물어 보는데 대답없이 엉~엉 울기만 합니다.

누나의 울음 소리에 잠들었던 둘째도 깨어났습니다.
딸은 이유도 말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합니다.
잠결에 날벼락 같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딸의 울음에 짜증이 확~났습니다.
"왜 우는지 말을 해야 알거 아니야.
 시간이 몇 시인데 벌써 일어나서 울고 난리야, 너때문에 한결이까지 깼잖아."

엄마의 버럭에 딸은 더 크게 웁니다.
그렇게 한 10분을 내리 울었을까요.
진정이 되었는지 눈만 끔뻑이며 누워 있습니다.

많이 피곤하긴 하지만 잠은 이미 달아난 상태입니다.
"하랑이 뭐 찾는데 없었어? 아님 갑자기 무서워졌어? 왜 울었어?"
"아니야..."
"아...혹시 팽이 찾았는데 안보여서 그랬니? 저기 TV 옆에 있는데..."
어제 아빠와의 산책길에 사온 팽이를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
딸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딸내미가 조금 더 잠을 잘까 싶어서 누워서 손을 잡고 있는데 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EBS 틀어주고 두 권의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침을 먹이고 딸이 가장 좋아하는 원피스도 입히고 핑크색 방울로 머리도 묶어주고...
잠결에 버럭 했던 것이 미안해서 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지요.
그 덕분에 어린이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는 딸의 표정이 밝아 졌습니다.

"엄마...있잖아...내가 왜 울었냐며는..."
"왜? 갑자기 무서웠어? 팽이 없어서 운거 아니야?"
성격 급한 엄마 딸내미의 말을 자르다 쿠사리 한 번 듣습니다.
"아이 참...내가 얘기 하고 있잖아...내가 팽이가 없어서 운게 아니라...아빠가 나갈때...
'아빠 회사 안 가고 하랑이랑 놀고 싶은데 회사 가야되어서 너무 슬프다.'
그러고 나가는 아빠 말이 슬픈 것 같아서 갑자기 눈물이 막 나왔어."
".........."


"아빠는 항상 하랑이가 보고싶데...나도 아빠가 맨날 보고 싶은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며 저도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평일에는 거의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왔다가 자는 모습을 보며 나가는 아빠...
항상 동생을 돌보거나 시간이 있어도 다른 일로 바쁜 엄마 대신 주말이면 단 둘이 나들이도 가고
세상에서 딸내미가 가장 이쁘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아빠가
요즘 딸에게 엄마 보다도 우선 순위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엄마...그래도 내가 일찍 일어나서 아빠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도 해주고 놀아주니깐 기분 좋다더라.
그래서 이제부터 아빠 회사 갈 준비할 때 이야기도 하고 놀아줄거야."

쫑알쫑알...원래 말 많은 아이가 쉬지도 않고 계속 이야기 합니다.
남이 들으면 참 기특하고 이쁜 감성을 지닌 딸내미이지요.
그런데 이 이기적인 엄마는 갑자기 뭉클한 기분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며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매일 새벽 5:30분에 일어나겠다고? ㅠㅠ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습니다.

딸아...니 마음 아빠한테 충분히 전달 했으니 굳이 안 일어나도 된다.
잠을 푹 자야 키도 크고 튼튼하게 자라지. 아침 8시까지 푹~자...알았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