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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버럭한 아빠 머쓱하게 만든 딸의 부드러운 일침


요즘 딸은 정말 말이 많습니다.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잠시도 입을 쉬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너무 많습니다.
정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했던 말 또 하고
궁금한 것이 없으면 같은 질문 재탕, 삼탕 계속 반복합니다.


"왜요? 뭔데요? 왜 그런데요? 뭐해요? 왜 해요?...."
대답을 해도해도 끝이 없습니다.
가끔은 그런 딸내미의 계속되는 질문과 말에 잘 대꾸를 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버럭 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의 마수에 아빠가 걸려들었습니다.


모처럼 비 안 오는 토요일을 맞이하야 아빠랑 단둘이 외출을 하기로 한 딸내미.
들떠서 그런지 한층 더 말이 많아졌습니다.

오늘 입을 셔츠를 다리는 아빠 옆에서 조잘조잘...
"아빠 모해요?"
"응...아빠 다림질 하잖아..."
"아빠, 근데 그건 왜 다려요?"
"응...구겨졌으니까..."
"구겨지면 안되요?"
"그럼...안 이쁘고 지저분해 보이잖아..."

잠시 밖에 나와서 동생과 엄마에게 이런저런 참견을 하던 딸내미는 다시 옷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빠 모해요?"
"응...다림질 한다고 그랬잖아."
"다림질은 왜 하는데요?"
"옷이 구겨졌으니까.."
"그냥 입으면 밉지요?"
알면서 왜 물어 보는지...


"아빠 근데 지금 모하는 거에요?"
컥...세번째...
밖에서 듣고 있던 저는 풋...웃음이 터졌습니다.

"아빠는 옷이 구겨져서 그냥 입으면 지저분해 보이지깐 다림질 한다고..."
다다다다...버럭한 아빠가 딸의 다른 질문까지 미리 다 대답해 버립니다.

"아...그렇구나..."
라고 말하더니 잠시 가만히 있던 딸내미...
"아빠...근데 왜 화내면서 말해요?"
"응? 아빠 화낸거 아니고 하랑이가 궁금할까봐...그냥 미리 말 해준건데..."
"아...그렇구나...아빠가 화낸게 아니구나...난 아빠가 화나는 것처럼 들렸는데..."
잠시 후 딸은 또 한 마디 합니다.
"아빠가 화 낸거라도 괜찮아..그렇게 말해도 아빠가 좋아...!"
딸의 순진무구한 반응에 아빠는 왠지 머쓱해집니다.
"아...니야...진짜 아빠가 화낸거 아니야. 아빠도 우리 하랑이 너무 좋아하징..."

말을 하고 싶은건지 정말 급 건망증이 들어서 방금 들은 이야기도 다 잊어버리는지는 모르지만...
반복되는 딸내미의 화법은 가끔 주변 사람을 질리게 하기도 합니다.
이 또래의 아이를 두신 엄마들은 좀 이해하실란가요?
그놈의 "왜~" 병...ㅡㅡ;;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애교는
순간의 버럭까지도 녹여버리고 맙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