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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넘겨짚기의 달인에게 듣는 버섯에 대한 견해



딸내미는 야채를 참 싫어라 합니다.
처음부터 싫어 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편식도 배워오더이다.

예를들어...호박 볶음에 죽고 못살아 호박에 밥 비벼주면 2그릇 뚝딱 해치우더니...
"난 호박 안먹어..." 라는 친구의 말에 갑자기 호박이 너무너무 싫어진 줏대없는 친구입니다.
버섯을 정말 잘 먹던 아이인데...
어느 백과사전에서 독버섯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떤 오라버니가...
"버섯 먹으면 죽어..." 라는 말 한마디에 버섯이 정말 무서워진 소녀입니다. ㅡㅡ;

오늘 저녁 반찬 중 하나는 딸내미가 그렇게 무서워하는 버섯 볶음이었습니다.



"하랑아...이것도 먹어봐...얼마나 맛 있다고..."
"싫어...안 먹어..."
"왜?? 안먹어...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지지...엄마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한 번도 안 먹어 보고 안 먹는다고 하면 엄마가 섭섭하잖아..."

마지못해 딸내미 버섯 한 조각을 먹습니다.
물론 엄마는 열심히 오바하며 칭찬을 합니다.
"우와 우리 하랑이 버섯도 잘먹네...와...진짜..."

갑자기 쌀쌀한 표정의 딸내미...가 받아 칩니다.
"키가 쑥쑥 크겠다고?"
어?? 그냥 면역력 좋아지겠다고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아니...그게 아니고.."
"그럼 얼굴이 이뻐지겠다고?"
"어...아니 그것도 아닌데..."
딸내미의 넘겨 짚음에 왜 자꾸 기운이 빠질까요...ㅡㅡ;;

"그럼...머리가 똑똑해 지겠다고?"
"아니...그게 아니고 하랑이 건강해져서 안 아파 지겠다고...ㅡㅡ;;;"
주눅들은 말투로 겨우 한 마디 소심하게 대꾸하는 엄마...ㅠㅠ
"응...그래...."
딸은 또 시큰둥하게 버섯을 우적우적 씹으며 말합니다.
"그래...안아프면...열도 안나고 기침도 안하고...좋겠네..."

 


이 시크한 딸내미를 어쩌면 좋을까요.
딸내미가 야채를 먹을때 마다 저도 모르게 저런 말들을 했었지요.
시금치를 먹으면 "와...우리 딸 키도 쑥쑥 크고 예뻐지겠다..."
파를 먹이면서.."이거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똑똑해진데..."
그렇게도 엄마의 상투적인 칭찬의 패턴을 고스란히 익힌 딸내미 자꾸만 넘겨 짚습니다.

엄마의 밑천이 자꾸만 드러나려 합니다.
아...새삼 책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요런 딸내미에게 지지 않으려면 엄마는 또 부지런히 새로운 표현을 익히고
새로운 야채의 효능을 밝혀 내야겠지요.

나름 빵~~터진 저녁 식사 자리였지만...
새삼...두려움도 엄습했던 저녁 식사 자리였습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던건...오늘 저녁 딸내미는 버섯 한 접시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레 말하더군요.
"엄마...나 이제 기침 안할 것 같아요." 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