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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선생님만 가난했던 강남센터 아이들과의 씁쓸한 대화


당시 제가 따로 제 교실은 안 받고 타 센터로 지원만 나가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강남센터에 급하게 선생님이 부족해 지원을 나갔습니다.
약 2 개월 가량 아이들의 임시 선생님이 되어 주었었죠.
역시나 아이들은 다 똑같이 귀엽기만 합니다. ㅋ

제가 맡은 반은 5세 아이들 3명으로 구성 된 반과 6세 아이 2명으로 구성 된 반이었지요.
약 2주가량 지나니 아이들과는 금방 친해졌고 구김살 없고
똘똘한 그 아이들과의 수업은 금새 즐겁고 활기가 생겼습니다.
수업을 하다 잠시 쉬는시간...요구르트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유난히도 잘 따르던 5살 남자 아이가 묻습니다.

"선생님은 뭐 타고 왔어요?"
"응??"
"아니...선생님 여기 올때 뭐 타고 왔냐구요, BMW요? 벤츠요?"
"응...넌 뭐 타고 왔니?"
"우리 엄마차는 벤츠요. 얘는 BMW...고...얘네도 BMW..."
모르긴 몰라도...한창 차를 좋아할 나이라 순수한 관심에서 묻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반떼니, 소나타니, 혹은 산타페니...
주변에서 보는 차들을 이야기 하듯이
이 아이 역시 순수하게 주변에서 보던 차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지요 ㅡㅡ;;


"어...근데 선생님은 차가 없어."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집니다.
"네~~~차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다녀요?"
"응...선생님은 그냥 전철타고 걸어서 왔는데..."
"아.........."
아니....대한민국의 많은 대다수의 이용하는 전철을 이용해서 왔다는데 5세 아이들이  
그렇게 경악할 만큼  놀라워하니 제가 더 민망해집디다. ㅋㅋ

웃긴 건 옆에 있던 아이들도 너무나 놀라워 하면서...
"우리 엄마는 차 없으면 못 산데요. 그래서 아빠차랑 엄마차랑 두 개 있어요."
그러자 그 차에 관심 많은 아이는
"그래? 니네 아빠차는 뭔데?"
"응...우리 아빠차는...뭐지...응응...동그라미 막 그려져 있는건데..."
"아...아우디구나?"
"어...그거랬어..."
"우리 아빠는 링컨인데..."
링컨은 유명한 미국 대통령 이름이 아니었나요? ㅡㅡ;;

그렇다고 아이들이 얄밉게 이야기 한 건 아니구요.
그 아이들은 그냥 그게 생활이었고 순수한
관심사들에 대한 공유 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들끼리 한참 수다를 떠는 아이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위화감과 씁쓸함...ㅋㅋ



항상 센터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세상에는 참 부자가 많더라구요.

꼭 강남센터 아니라 제가 오래 일했던  센터에서도 요즘 같은 휴가철...
동남아나 발리 같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해외여행은 기본이요
하와이의 호텔을 한 달 간 빌려서 다녀 온 아이, 유럽 크루즈 여행 다녀 온 아이...들도 있었지요.
전 그저 평범하게 동해안 다녀오고 가장 멀리 갔던게 제주도가 전부인데 말이지요.

이런 이유로 선생님들이 우스갯 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교실에서는 나만 가난하잖아..."

어제 시아버님 제사 준비로 오래 된 우리집 차를 끌고 마트에 갔다가
주차를 시키는데 옆에 있는 외제차 긁을까...
조심조심 하다가 문득 생각난 일화였습니다.
지금은 외제차 워낙에 많이들 타지만 결혼도 하기 전이었던 몇 년 전의 일이니깐
외제차가 그리 흔하지는 않았었지요.
뭐...지금은 국산차보다 저렴한 차들도 많다지만..
아직도 생각없이 운전하다가 앞에 외제차 보이면 차선을 변경하는 소심한 운전자이니..

차 없는 선생님을 보면서 그 아이들이 느낀 충격이나...
제가 그 아이들을 보며 느낀 문화적 괴리감이나...비슷한 느낌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