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딸의 맹목적인 믿음에 금연 결심한 아빠


언젠가 딸내미 덕분에 담배를 끊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포스팅 한 일이 있었습니다.
(골초 아빠 담배 끊게 만든 딸의 한방: http://harangmom.tistory.com/626)
이때 선배네 딸내미와는 달리 담배 피우러 가는 아빠에게 "아빠 담배 잘 피우고 오세요"
라며 꾸뻑 인사하던 제 딸내미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었지요.

어쨌든 그때 그 글을 계기로 남편은 금연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한 동안 담배를 끊었습니다.
물론 제가 딸내미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지요.
"하랑아...아빠한테...담배 피우는 건 몸에 안 좋으니깐 피우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려..." 이렇게요.

 


애교섞인 딸내미의 말에 살살 녹아버린 남편은 그렇게 한동안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런데...얼마전부터 회사일이 많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스트레스들에 시달리는지
한동안 담배를 끊었던 남편이 다시 담배를 피우는 기색이 엿보입니다.

집에서는 피우지도 않고 가끔 한 두번 조용히 바깥에 나갔다 오는 정도로요.
얼마전 주말에도 아빠가 소리 없이 밖으로 나갑니다.
유달리 문소리에 예민한 딸내미...띠릭~소리가 나자마자...저에게 묻습니다.
"엄마...아빠 어디가요?"
"글쎄...잘 모르겠는데...담배 피우러 갔나?"
"에이...엄마...그럴리가 없거든요.
내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해서 이제 안피운다고 약속 했거든요."

엄마를 잡아 먹을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딸의 말입니다.
저건 무슨 천진한 믿음일까요. ㅡㅡ;

엄마의 심술...갑자기 그 믿음을 깨주고 싶었습니다.
(저도 제가 엄마답지 못하게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가끔 심술이 나더군요 ㅡㅡ;;)
"맞거든요. 아빠 담배 피우러 갔거든요."
딸은 계속 '그럴리가 없다'와 '나와 약속했다, 약속은 지키는 거다' 만 되풀이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빠가 들어옵니다.
아니나 다를까...아빠에게서는 미세한 담배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어린 딸은 그 냄새까지는 잘 맡지 못합니다.



"아빠 어디 갔다 왔어요?"
"응?? 그냥 요 앞에 잠깐..."
"요 앞에 어디요?"
"응...그냥..."
"그냥 어디요???"
답답해서 제가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하랑이가 담배 피우러 간 거 아니냐고 묻는거야, 내가 아빠 담배 피우러 갔다니깐...
자기랑 약속한 아빠가 그럴리 없다고...확인하는거야."
그러자 남편은 딸을 보면서 말합니다.
"아빠...차에 카드 가질러 갔다 왔어...아빠가 하랑이랑 약속했는데 담배를 왜 피우겠어..."
아직도 솔솔 담배냄새가 풍기건만...잘도 둘러 댑니다.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는 것이니깐요.

잠시 심술을 부리긴 했지만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알고 있는 딸의 천진한 믿음에 금을 쫙~가게 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래서 모르는 척 했습니다.
딸내미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거봐요. 아빠 차에 카드 가질러 갔다 왔대요. 담배 피우러 간거 아니래요."

그 날 밤...딸내미를 재우고 나서 남편은 진지하게 말합니다.
"정말 담배 끊어야겠네...
이렇게 믿어주는데 어느 날 아빠가 담배 피우는 거 들키면 얼마나 배신감 느끼겠어...

요즘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좀 피웠는데 앞으로는 절대 피우지 말아야겠어..."

이렇게 아빠는 담배를 끊기로 했습니다.

아직 몇 일 안지났지만 그래도 한다면 하는 아빠이니...
또 누구보다 소중한 딸의 맹목적인 믿음 아래 새롭게 결심한 것이니
잘 지키겠지요.

모쪼록 정 담배가 당기시거든 그 연기 속에 "아빠가 그럴리가 없어."라고 외치던
어린 딸내미의 순진한 얼굴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