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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그녀는 야누스?


Am 8:00
딸과 아들이 눈을 뜹니다. 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이맘때 앞서거니 뒷서거니 두 녀석이 깨어납니다.

푹~자고 일어난 아침...둘의 기분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눈만 마주치면 깔깔 웃고 장난치고...서로 죽고 못삽니다.
특히 누나는 "짱한결~~~~"큰 소리로 부르며 으스러지도록 동생을 안아주곤 합니다.
그리곤 말합니다. "엄마..난 한결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Am 8:30
아침을 먹으려는데 동생이 자꾸만 달려듭니다.
이쪽으로 피하면 이쪽으로 따라가고, 저쪽으로 가면 또 저쪽으로 따라갑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동생의 머리를 한대 쥐어 박았습니다.
"장하랑...너 또 동생 때릴래?"
"난 장한결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정말 싫어..."
그리고 엄마가 안 보는 틈을 타서 동생을 슬쩍 밀어버리기 까지 합니다.


Pm 3:40
누나가 어린이집 차에서 내립니다. 신나게 뛰어 놀고 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엄마에게 인사 하고...또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짱한결~~~잘 놀았어? 누나 왔네..."
정답게 인사도 나눕니다.
그리고 씻지도 않은 손으로 동생의 손이며 머리를 만집니다.
아직까지는 동생을 사랑합니다.


Pm 4:00
개운하게 씻은 누나에게 동생은 달려듭니다.
누나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누나를 많이도 기다린 동생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누나에게 매달리건만...집에 돌아와 놀 거리를 챙기느라 바쁜 누나는 동생이 귀찮습니다.
뿌리치고 뿌리쳐도 자꾸만 달라붙은 동생은 누나의 여리여리 한 몸으로 버티기엔 너무 벅찹니다.
결국 심하게 밀쳐버립니다.
"저리 좀 가라고...난 한결이가 진짜 싫어..."


Pm 4:10
누나가 좋아하는 소리나는 동요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소리에 또 동생이 달려 갑니다.
"한결아...너도 보고 싶어? 그래...같이 보자..."
둘은 신나는 동요에 맞추어 한바탕 어깨 춤을 춥니다.
"엄마...한결이 좀 보세요...정말 귀여웁지요..."
그새 또 동생을 사랑하게 된 누나입니다.


Pm 5:00
누나는 좋아하는 맥포머스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견쟁이 동생은 또 다다다다....빠르게 기어가 금방 누나를 훼방 놓습니다.
누나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것들도 다 부셔버립니다.
엄마의 말 대로 자기 몫을 분명히 나누어 주었는데 꼭 관심 갖는 건 누나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짜증을 내자 엄마는 말 합니다.
"그러니깐 왜 바닥에서 해...한결이가 만질 거 뻔히 알면서...위에 올라가서해..."
"내가 바닥에서 뭘 할 수가 없어...난 한결이가 제일 싫어..."


Pm 6:00
저녁 시간입니다.
밥을 별로 안 좋아라 하는 누나는 자꾸만 제 밥의 밥풀들을 동생의 입에 넣어 줍니다.
넙죽넙죽 잘 받아 먹는 동생이 기특한 누나...
지루하고 먹기 싫은 식사 시간이 동생 때문에 재미있어집니다.
갑자기 동생에 대한 사랑이 마구 싹 틉니다.
"엄마...한결이 잘 먹지요...난 한결이가 제일 좋아요..."

Pm 7:30
이불을 깔고 잠자리에 들시간이 되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동생이 달려듭니다.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책을 주어도 계속 읽고 있는 책들만 달라고 합니다.
다 읽고 주면 그건 거들떠도 안 보고 꼭 새로 읽는 책들만 달라 합니다.
"악~~장한결...저리가...악~~저리가라고...난 한결이가 제일 싫어..정말 싫어..."


Pm 8:10
한결이랑 이불을 들고 까꿍 놀이를 합니다.
손가락 총으로 빵~~쏘고 깨꾸닥~~기절 하는 놀이도 합니다.
다같이 손을 잡고 이불위에서 떼구르르 굴러 다닙니다.
흥이 오른 동생은 누나가 눈만 마주쳐 주어도 웃습니다.
잘 웃어 주는 동생 덕분에 흥은 배가 됩니다.
"엄마...난 한결이가 너무 좋아요...한결아...뽀뽀..."
뽀뽀를 해주면 또 까르르 웃는 동생이 너무나 좋습니다.

Pm 8:30

슬슬 졸린데 동생이 자꾸만 건드립니다.
누워 있으면 머리도 잡아 당기고...
배위에 올라가고...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하니 동생 재운다고 좀 이따가 안아 준다고 합니다.
갑자기 심술이 납니다.
"나 진짜...싫어...엄마도 싫고 한결이도 싫고...다 싫어..."



Pm 9:00
드디어 아그들이 잠이 들었습니다.
하루에도 수 십번 좋았다 싫었다...를 반복하지만 잠을 잘때만은 꼭 이렇게 옆에서 잡니다.

그리고 두남매가 웃으면 함께 웃고
두남매가 싸우면 함께 싸우던 엄마의 하루동안의 고군분투도 이렇게 마감합니다. ㅋㅋ

"응...어쩔때는 너무너무 귀여운데...어쩔때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
그래도 한결이가 없으면 심심할 것 같으니깐 없는 것 보다는 있는게 좋아."

"하랑이는 한결이가 있는게 좋아? 없는게 좋아?" 라는 엄마의 질문에 솔직한 그녀의 대답이었습니다.
이 대답이 단 몇 초만에 죽고 못사는 남매였다가 원수가 되곤 하는
두 얼굴의 야누스로 변하는 그녀의 태도를 대변해 주는 것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