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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아내의 낡은 옷을 빨래하던 남편의 감동 선물


지난 8월초...!!!
친정 아버지의 환갑때문에 논산 친정에 갔다가 저와 아이들은 더 머물고

남편만 집으로 올라 왔었습니다.
'나도 좀 쉬어야지...조용히..'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지요.
정작은 쉴틈도 없이 이틀 집에 있다가 장기 출장을 갔었지만 말입니다. ㅋㅋ


한창 수도권에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오던때라...
문자의 내용도 그렇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이 비가 많이 와서 코스트코에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빨래나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습니다.

평소 살림을 멀리하던 남편...퍼런색이 세제가 맞느냐고 묻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그렇지...세제도 물어봐야 찾을 수 있나?


다음 날....!!!
친정에 간 김에 아이들을 돌보아 줄 사람이 있을때,
그리고 젖몸살을 앓을 때 몸조리 시켜주실 친정 부모님이 계실때 떼겠다고...
조금 이른감이 있는 걸 알면서도 모유 떼기 시도 하게 되었죠.
 첫 날이어서 한창 힘들어 하던 중에

남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쇼핑 다녀왔어, 니 옷이 그지 같아서..."
표현 하고는...그지 같다가 뭡니까...ㅠㅠ
그래도 와이프가 항상 입고 다니던 옷인데...
어쨌든 함께 첨부해 보낸 사진 속의 옷은 한 두 벌이 아닙니다.
세 벌도 아닙니다.
무려 네 벌입니다.


함께 살아 온 세월이 있는지라...
제 취향에 맞추어 고르기도 잘 골랐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도 자꾸 옷 생각이 납니다.
못난 아줌마는 남편의 마음과 깜짝 선물도 너무 기쁘지만 또 그 가격들이 궁금합니다.
한 벌이면 어찌어찌...모르는척 감동 받고 입겠지만...
네 벌이나 되다보니 자꾸 그 가격이 신경쓰여 또 물어 봅니다.
불어버린 몸에 사진 만으로는 옷 사이즈들을 알 수 없어...그 또한 걱정입니다.
안 맞으면 환불은 되는지...등등 감동보다 걱정들이 자꾸 생깁니다.
"얼마 줬어? 잘 맞을까? 작으면 어쩌지?" 라고 문자를 보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퉁명스러운 남편의 답장들...
저희를 친정에 두고 혼자 집으로 돌아 간 날...
빨래를 하고 빨래를 개는데 너무 낡고 모양 빠지는 제 옷들이 많이도 거슬렸나 봅니다.

처녀적에는 저도 꽤나 멋쟁이 소리를 들었건만...
아이 둘을 낳고 살림을 하고 살다보니
내 옷은 5천원 짜리 티 하나를 사려 해도 들었다 놓았다 하게 되더군요.
그런 저를 잘 아는 남편이 저를 위해, 저 대신 이리 한바탕 질러 주었네요.

물론 표현은 저리 너널너덜...아줌마 같애...옷들이 그지 같애...
너 안 맞으면 내가 여장 하고 다닐꺼야...

투박하고 미운 소리지만...
워낙에 진지하고 입발린 소리를 잘 못하는 남편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에

옷 하나하나 제 스타일에 맞추어 열심히 골랐을 남편의 마음을 잘 알기에
차마 감동을 아니 받을 수 없었습니다.


친정 부모님께 사진을 보여주며...자랑도 했습니다.
"역시...장서방이 최고다. 하이고...이쁘다 이쁘다 하니 어쩜 이렇게 이쁜 짓만 할까...
색깔도 고운 옷으로 참 잘도 골랐네..."
남편이 준 건 그냥 옷 만이 아니었습니다.
감동도 주었고 기쁨도 주었고 이쁜 옷을 입고 생긴 새로운 자신감도 주었습니다.
덤으로 친정 부모님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시집 보낸 딸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그저 남편의 사랑과 위함을 많이 받으며 잘 살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