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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놀이를 방해하는 동생에게 저주를 내린 살벌한 누나


마트에 가는 길 이었습니다.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모녀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기 엄마가
유모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유모차를 세워놓고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한결이를 보십니다.
"어머나...아들이지요? 아들인 것 같은데 어쩜 이리 뽀얗고 이쁘장하게 생겼냐..."
하시며 본인이 끌고 계신 유모차 안을 보십니다.
"얘 아들도 저렇게 하얗고 이쁘게 생겼는데 넌 여자애가 이렇게 생겨서 어쩌니..."
순간 아기 엄마가 발끈 하는 듯 하여 제가 먼저 선수를 쳐서
"왜요...아기 너무 귀엽고 이쁜데요..."
약간 까무잡잡하고 아직 어려 머리카락이 없어서 그렇지 유모차 안의 아이가 귀엽기도 했구요.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 같으면 선수쳐서 '얘가 누나보다 여성스럽고 이쁘장하게 생겼어요...' 라고 얘기 했겠다..."
라고 하더군요.
"엄마...한결이가 이뻐요? 그럼 나는요?"
"응...둘다 이쁘지..."
"아빠는 그렇게 말한게 아닌거 같은데..."
"아냐...하랑이가 이쁘지..."
라고 이야기 했지만 딸은 약간 미심쩍은 표정이긴 했지만 일단 밥을 먹습니다.


저녁을 먹고 딸이 선택한 놀이는 구슬꾀기 놀이...
그런데 누나가 놀이를 잘 하도록 가만히 있을 동생이 아닙니다.
다다다다~~쫓아가서 다 빼앗아야 직성이 풀리지요 ㅡㅡ;;


"너 다 해라...!!!"
화가 난 누나가 동생 앞에 놀이감을 던지고 휙~가버렸습니다.


물 만난 듯이 신나게 물고빨고 놀던 동생...



하지만 또 누나가 놀고 있는 다른 장난감에 관심이 갑니다.
다다다다~~또 따라가서 훼방을 놓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누나의 떡은 다 커보이는지...ㅡㅡ;;

이쯤되자...누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나 봅니다.
"너...너....너...너..."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너' 만 연발합니다.
"너...너...너...진짜...진짜..."
아마도 머릿속에서는 많은 말들이 맴도는데 심한 말 한 마디 해주고 싶은데...
언듯 표현이 떠오르지 않나 봅니다.
"너...너...진짜...다음에는 꼭 못생기게 태어나라~!!!"
본인의 저주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래...너 다음에는 못 생겨져..."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동생이 이쁘게 생겼다기 보다는 피부가 많이 흰 편에 누나보다는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져서
언뜻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못 마땅했던 것일까요?
무엇보다...아기니깐 사람들이 귀엽다고 해 주는 것 일텐데...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나?


암튼...기껏 한다는 저주가 '다음에는 못생기게 태어나라' 라니...

너무 딸다운 동생을 향한 귀여운 저주에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ㅋ
그나저나 울 한결이 담 생애에 다시 태어나면 안 되려나요?
진짜 누나 말대로 넘 못생기게 나오면 어떻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