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어린이집에서 간식으로 라면에 밥 비벼 먹였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딸내미...오늘도 씩씩하게 뛰어 옵니다.
엄마가 일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늦게 집에 왔습니다,
평소에는 오후 간식을 안 먹는데 오늘은 늦게 집에 오다 보니 친구들과 오후 간식을 먹고 왔다고 합니다.

딸내미는 자랑스레 말합니다.
"엄마...나 오늘 라면에 밥 비벼서 한 그릇 다 먹었다....!!!'
띵~~~라면???
"에이...국수겠지...무슨 어린이집에서 라면을 줬겠어."
"아니야...진짜 라면이야. 아빠가 먹는 거 같은거...매운데 참고 먹었어..."

문득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들 간식으로 드시던 걸 아이들이 옆에서 먹고 싶어하니 한 젓가락씩 주셨나??
"너만 먹었어?? 선생님이 먹다가 조금 주신거야?"
"아닌데...내 그릇에 밥이랑 라면이랑 담아 주셨는데...00언니랑, 00랑 , 00오빠랑 음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시간에 있던 아이들은 다 간식으로 라면을 먹었다 합니다.
"00는 맵다고 먹다가 안 먹고 난 참고 다 먹었어...나 씩씩하지..."
엄마의 복잡한 머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연신 매운 라면을 먹고 온 자신의 씩씩함을 칭찬 받고자 합니다.



사실 딸이 어린이집에서 라면을 먹고 왔다고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 둘째를 낳았을 무렵 약 한 달간 종일반으로 맡겼었는데....
두 번 정도 오후 간식으로 라면에 밥 먹고 왔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휘 구사력은 3살 이었던 그때도 뛰어난 편이었으나...
그래도 설마...어린이집에서 단체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이겠냐 싶어서...
국수 먹을 것을 그리 말하려니 했습니다.
"국수 였겠지...너 라면 매워서 먹지도 못하잖아..."
계속 진짜 라면이었다고 말하는 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었고
반일반으로 옮기면서 라면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니 잊고 있었지요.

이제 4살이 된 딸내미는 어린이집의 상황들을 정확하게 잘 전하는 아이입니다.
조잘조잘...이 친구가 이리 말했는데...저 친구는 이리 대꾸 했다등의
사소한 대화까지 다 이야기 하는 편입니다.

물론 라면과 국수도 아주 잘 구분 할 나이이구요.
무엇보다 평소 잘 못 먹는 매운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말하는 것이니 진짜겠지요.


유난히도 식단을 잘 안지키는 어린이집...그래도 직접 음식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먹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먹이시겠지...식단에는 분명히 떡인데 딸은 초코파이를 먹고 왔다 합니다.
수제 플레인 요구르트라고 써있는데...
딸은 엄마가 놀이터 앞에서 사준 그 달달한 요구르트를 마셨다고 합니다.
분명히 과일이라 쓰여있는데 과자를 먹고 왔다고 합니다.

뭘 확인하고 싶어서 라기 보다는 딸이 어린이집 차에서 내린 후 집으로 오는길에
잘 놀았는지...뭐 하고 놀았는지...무엇을 먹었는지...
항상 물어보고 딸은 그렇게 하루 일과와 먹은 음식들을 이야기 하면서 오는게
저희의 생활이자 대화내용인지라...
딸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엄마인척 하려고..식단에서 본 대로
"너 오늘 오징어 볶음 먹었지??" 라고 하면 "아니 난 짜장밥 먹었는데..."
번번히 엄마가 틀리곤 합니다.
"어...엄마 어떻게 알았어?" ." 엄마는 다 알지..." 이런 마무리를 기대 했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딸이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친구들도 너무 좋다고 하니...'그래...뭐...난 뭐 집에서 그리 잘 챙겨 먹이나...저렇게 재미있다는데...'
라는 생각으로 그러려니...했습니다.
딸이 어린이집에서 재미있게 놀고 오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했기에 
까다로운 엄마처럼 굴지 않으려고 그냥 모르는 척 했습니다만...라면은 정말 아닌 것 같네요.

라면 자체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구요,
엄연히 어린이집에는 본인들이 아이들에게 먹이겠다고 가정으로 보내는 식단이 있지요.
꼭 그렇게 똑같이 먹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일부 바뀔 수도 있고 또 대체 식품으로 전환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그 대체 식품으로 초코파이, 과자등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도 아니고...자주 그렇다면 말이지요...
아이들이 좋아해서...라는 것도 변명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빠가 라면 먹을때 가끔 한 두 젓가락씩 얻어 먹곤 하지만...
그렇게 먹이는 것과 엄연히 정해진 식단을 어겨가면서까지
단체로 아이들에게 먹이는 건 정말 아닌 것 아닌것 같네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그래서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 보았습니다.

원래는 내년쯤 옮길 생각이었는데...
아직 어린 딸에게는 작은 규모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은 프로그램이나 시설보다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점에서는 만족했었구요.
시기가 맞으려 했는지 마침 그렇게나 어린이집을 좋아하던 딸내미가 왠일로 얼마 전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기도 하네요.
사실 얼마전에 담임 선생님이 바뀌었거든요.


운 좋게도 대기 걸어두고 내년쯤에나 보내야겠다고 기다리던 곳에 자리도 생겼구요...
암튼 이번에 가는 곳은 매일 아이들이 먹는 식판의 모습을 찍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해주더군요.

이렇게까지는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또 막상 그렇게 투명하게 한다니 왠지 좋아 보이기도 하네요.
아무것도 안 배워도 되고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잘 먹고 재미있게 잘 놀다만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이 너무 큰 바램인가...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