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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딸의 행복지수를 200% 올려 준 30분의 힘


언제부턴가 딸과 함께 노는 시간이 부쩍 줄었습니다.
매일 몇 권씩 읽어주던 책도 읽어주지 않고,
종알종알 따라다니며 이야기하는 딸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대꾸를 합니다.

함께 하자고, 잘 안 된다고, 도와달라고 블럭을 가져오면...
"잠깐만....다시 천천히 해봐...그럼 다른거 해...."
동생과 싸운다고, 밥 제대로 안 먹는다고, 장난감 정리 안했다고 하루종일 혼을 낼때도 많습니다.

 


가끔 한 번씩 도와주거나 놀아주면 그 생색은 또 얼마나 내는지요.
"방금 엄마가 해줬잖아, 지금까지 놀아 줬으면 너 혼자 놀수도 있는 거잖아..."
정작...엄마가 놀아준 시간은 10분도 채 안 되었으면서 그것으로 엄마의 생색은 늘어집니다.

정말 마음이 아픈건...그런 엄마에게 반항을 할 때보다 너무 고분고분 치우고 정리를 하고
엄마가 놀아 주지 않아도 혼자 할 수 있는 다른 놀이를 금방 찾아 낼 때입니다.
조르고 떼를 써도 결국 안 해줄때가 많이 있다는 것을 벌써 체득을 한 것 일까요...


어느 날은 하루종일 뭐가 그리 바빴는지 딸과 잠시 눈 마주치고 
이야기 한 번 제대로 안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잠든 아이에게 미안해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날도 딸은 내내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었지요.
내일은 달라져야지, 내일은 더 많이 놀아주고 이야기 들어줘야지...하는데...
또 막상 내일도 뭐가 그리 바쁜지요.


어제는 모처럼 딸내미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청소도 안 하고, 저녁 준비도 미리 해두고...
놀이터에서도 저 놀고 싶다고 할때까지 놀게 하고
집에 와서는 함께 블럭 놀이도 해 주었습니다.
책도 읽어주고, 색칠공부도 혼자 하게 하지 않고 함께 색깔 골라서 칠했지요.
동생과 엄마와 하는 공놀이에 딸은 웃겨 죽겠다고 깔깔 댑니다.

평소에는 방해꾼으로만 느껴진 동생도 오늘은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우리 한결이...왜? 누나가 이거 줄까?"
기분이 좋으니 동생을 대하는 말투도 달라지네요 ㅋㅋ


한 30분이나 제대로 놀아주었나요?
아니...놀아 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아 저도 함께 논 것이지요.
딸의 목소리는 잠들기 전까지 '솔' 아니 '라' 톤이었습니다.
"오늘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엄마"
잠들기 전까지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던지요.

매일 동생에게 시달리는 꿈을 꾸는지 자다가 칭얼 대기도 하는데
어젯 밤에는 그런 것도 없이 잘 자더라구요.

놀이를 방해하는 동생에게 화를 내는 대신 자신의 장난감을 나누어 주며 하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30분의 힘이었습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아이들과 하루종일 있으면 정말 많은 것을 해 줄 것 같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다고 그 질까지 높아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하루종일 떨어져 있었다는 미안함, 함께 할 시간이 짧다는 것을 의식하여
적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아이와 놀아주고 대화를 하며 보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결심을 해 봅니다.
딱 30분만 아이에게 집중을 해서 놀아주자...!!!
아니 함께 놀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자.
더도덜도 말고 딱 30분은 온전히 아이게게 쏟아 주면
딸 아이의 행복 지수가 달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