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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가난도 대물림 된다? 유아 전집 영업사원의 뻔뻔한 상술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유명 회사의 전집을 들였는데 그 책들이 어떠냐는 것입니다. 한 질은 아이와 엄마와 놀아주는 놀잇감, 한 질은 창작 그림책, 또 한 질은 영어 그림책, 그리고 취학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백과사전 ...이렇게 네 질이구요 가격은 120만원 가량을 10개월 할부로 구입했다구요.

 

그 친구의 아이는 이제 두 돌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 한 놀잇감 책만 있으면 되겠는데 뭘 그리 많이 샀는지...창작 그림책은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글밥도 많고 내용도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영어 그림책 또한 46개월 된 우리 딸에게도 보여주기 어려울 만큼 글밥이 많은 책이었고 물론 백과 사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말이 취학 전이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 간 제 조카도 그 백과사전을 이용하여 숙제를 한다니 내용의 난이도가 꽤 높은 것입니다. 특히나 24개월 아이가 사용 하기에는 앞으로 5년은 족히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책을 한꺼번에 많이 사 주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당장에 필요한 책을 그때그때 들여 아이와 엄마가 공감하여 읽어 주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읽게 될 그 책들을 들이게 된 이유는 바로 그 친구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는 영업사원때문이었습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어서 우연히 알게 된 영사가 집에 찾아 온다 하여도 딱히 거절을 못했다 하더군요.

아이의 수준을 진단해 준 다는 이유로 친구의 집에 들어 가는데까지 성공한 영사는 간단한 테스트 이후에
집에 책이 너무 없네, 엄마가 너무 교육에 관심이 없네...라는 등의 말을 하며 엄마로써의 자격지심을 슬슬 건드리기 시작했나 봅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이를 이리 방치 하느냐' 뻔한 상술적인 말들은 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겼는데....몇 번을 찾아와도 친구가 별 반응이 없자...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합니다.
"하긴...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아이 책 한 질 제대로 들여놓을 형편이 안 되보이기도 하네, 가난도 대물림 이라는데..."
가난도 대물림....가난도 대물림....이 말이 계속 귓가와 머리를 울리더랍니다. 오기로 권해주는 책을 다 샀다구요.

2살 연하의 남편과 만나 가정을 꾸린지 4년째가 되어가는...많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친구...자신이 특별히 가난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자격지심 같은 것도 없었는데...'가난도 대물림...' 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참을 수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저도 모르게 "그 여자 미친거 아냐? "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해서 될 소리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소리가 있지요. 그렇게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어린 아이에게 못 할 말까지 해가면서 책 팔아가지고 얼마나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지...

책을 팔려면 애 수준에 맞는 책을 팔던지...앞으로 수 년은 더 있어야 볼 수 있는 책들을 권해주고...요즘은 영사들도 교육 잘 받아서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발달 단계들도 잘 꿰고 있던데 이 영사는 기본도 없었나 봅니다.

"야...첫 번째 이야기 한 것만 두고 나머지 반품 시켜...그 걸 언제 보여주려고...그 책을 볼 때 쯤엔 더 좋은 책이 나올 수도 있고 아이 크면서 성향이나 관심도에 맞게 사줘야지...미리 한꺼번에 들일 필요 없어..."

"그래? 근데 어떻게 반품 시켜...그러면 또 우리 무시하는거 아냐?"

"그게 다 상술이야...너처럼 여리고 욱~하는 애들 책 지르게 하는...차라리 그 돈으로 지금 00에게 필요한 다른 것들 사주고 아님 잘 두었다가 나중에 또 필요한 책 사줘."

"아...난 정말 못하겠고 남편한테 시켜야겠다. 남편 몰래 산거라 찜찜하기도 했어 사실..."


이 친구가 책을 산 것이 월요일이고 책을 받고 통화를 한 것이 어제 화요일 입니다. 아까 통화를 했는데 아직도 반품 전화를 못하고 있나 봅니다. 요즘은 영업 사원들도 사람들에 따라 영업 전략을 달리 하여...그 사람의 약점이나 취약한 부분 관심도...등을 파악하여 맞춤 영업을 한다죠? 만약 남편이 책을 사는 것을 반대하고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 하면 남편 몰래 살 수있는 다양한 방법들도 대신 연구해 준다죠?

다 좋습니다.각 출판사의 영사들이 뛰어 다니며 교육 정보가 없는 엄마들에게 새로운 정보도 주고 잘 만들어진 좋은 책들 소개 해 주고 아이들은 또 그 책들을 읽으며 상상력도 키우고 지식도 쌓겠지요.

하지만 그 책에 대한 정보와 교육적인 효과등을 설명해 주었다면 선택은 엄마에게 맡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리 자극하고 저리 자극하는 영사에게 혹 하여 마음에도 없는 책 샀다가 애물단지 만드는 주변 친구들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가난도 대물림?
그깟 책 몇 질 팔자고...자신의 입을 더럽히고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는 소리 함부로 하면 안되지요. 단계에 맞는 책도 아닌데...일단 팔면 장땡이라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좋은 책 대신 그리 양심을 팔아 먹어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