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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아빠를 질투의 화신으로 만든 딸의 남자

딸내미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약 1년 조금 넘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3번 째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딱히 친하게 지내는 남자 아이도 없었고...
"하랑이 남자친구 없어?" 혹은 "하랑이 좋아하는 친구 없어?" 라고 물으면
"난 00언니만 좋은데...남자 친구랑 노는 거 재미없어..."
라고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딸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얼마 전부터 옮긴 어린이집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자친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요 아이입니다.
유환이도 이번이 세 번째 어린이집인데...지금까지 여자 친구 좋다는 말... 한 번도 안 했답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사귄 여자 아이들에게도 한 번도 관심을 갖는일이 없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하랑이가 너무 좋다고 하더랍니다.
그냥 하랑이를 처음 보고 온 날부터 하랑이가 좋다구요...
한 마디로...이성에 관심 없던 아이들이 거의 첫 눈에 반한 순간 이었습니다.


유환이 덕분에 하랑이는 낯선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을 합니다.
옛 친구들과 선생님 생각에 새로운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말할때면...
"하랑아...엄마가 비타민 줄게...유환이랑 어린이집 가는 차에서 먹을래?"
하면 두말 하지 않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섭니다.

유환이도 그렇답니다.
어린이집에 다닌지 3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네, 안가네...실갱이를 하곤 했는데...
"유환아...하랑이 만나야지...같이 차 타고 가면서 무슨 이야기 할까?"
유환이도 하랑이 한 마디면 벌떡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매일 함께 놀다가 집에 가겠다고 얼마나 졸라대는지들...
언젠가 씽씽카를 타고 둘이 만났는데...
정말 말 한마디 없이 앞만 보며 달리더이다...!!!
그러다 한 명이 너무 앞 서가면...
조용히 상대를 기다리다 어깨를 나란히 했을때쯤 다시 달리구요...
마주보며 시소를 타면서도 쑥쓰러워 눈도 잘 못 마주치곤 합니다. ㅋㅋ
칫...지들이 뭘 안다고...엄마는 그런 아이들이 귀여워 웃음만 나구요. ㅡㅡ;;


"하랑아...아빠가 좋아? 유환이가 좋아?"
"응...아빠도 좋고 유환이도 좋아요..."
"그럼 유환이가 좋아? 엄마가 좋아?"
"왜 자꾸 물어봐요. 엄마도 좋고 유환이도 좋아요."
"그럼 한결이가 좋아? 유환이가 좋아?"
"유환이가 훨씬 더 좋아요..."
장난스런 엄마의 질문에...
이런이런..어찌...엄마, 아빠와 유환이가 동급이고
동생은 훨씬 못하답니다. ㅠㅠ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다녀 온 딸내미가 눈을 반짝이며 말합니다.
"엄마...나 오늘 유환이랑 손 잡았다...!!!"
"그래? 누가 먼저 잡았어?"
왜 엄마는 이게 먼저 궁금할까요...ㅡㅡ;;
"응...내가 먼저 잡았더니 유환이도 같이 잡더라..."
풋...진짜 풋풋 하네요.


엄마의 눈에는 이런 딸의 반응이 재미있고 신기한데
아빠는 또 다른가 봅니다.
왠지 섭섭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하랑아...유환이랑 손잡았어?"
"네...유환이랑 계단 올라갈때 잡고 올라 갔어요."
"그래? 유환이가 그렇게 좋아?"
"네...좋아요..."
"그럼 유환이한테 뽀뽀도 해줬어?"
"아니요...뽀뽀는 안했는데..."
"그래...뽀뽀는 막 하고 다니면 안돼...뽀뽀는 아빠한테 허락 받고 하는거야..."

바로 어제의 대화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 아침...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리는데...
유환맘이 말합니다.
"유환이가 하랑이랑 뽀뽀했다고 자랑하던데요..."
"아...그랬데요?  ㅋㅋㅋ"
"유환이가 먼저 하랑이 얼굴에 뽀뽀했더니...
하랑이도 유환이에게 뽀뽀해줬데요..."
우리 하랑이는 안 했다고 했는데...
언제 했나봅니다.
아빠에게 차마 말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ㅡㅡ;;


암튼 딸가진(?) 엄마로써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그들이 하는짓이 재미있고 귀엽습니다.

그래서 하랑아빠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대뜸...'배신자'라는 뜻의 은어가 답장으로 날아옵니다.
표현이 적절하지 않아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온..."짱나..." ㅋㅋ
제가 남편에게는 관심도 없고 죽어라 아들만 챙긴다고 투덜 댈때에도 이리 격한 반응은 아니었는데...
그다지 희생정신이 강한 성격은 아니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아빠는 어린 딸의 남친에게 심한 질투가 느껴지나 봅니다.

이렇게 좋아 죽는다고 하다가 내일 사소한 캬라멜 하나로 정말 싫어질 수도 있는게 아이들인데 말이죠.

에고고...벌써부터 이러는데...
딸내미가 더 커서 진짜 이성 친구를 사귀고 결혼 하겠다고 떡 하니 다른 남자 데려오면 어쩔까요...
이래서 딸가진 아빠들이...일단...
"난 이 결혼 무조건 반대일세..." 라고 한다는 우스겟 소리도 나오는 걸까요?


"하랑아...하랑이는 나중에 누구랑 결혼 할꺼야?"

아직도 유아 선생님이란 직업을 가진 제 친구가 하랑이에게 물었습니다.
"응...난 유환이랑 결혼 할꺼야..."
"유환이가 누군데?"
"아...은혜반 유환이..."
"하랑이는 아빠랑 결혼 안해?"
잠시 이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랑이는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에이...아빠는 결혼 했잖아..."


당연히 아빠는 결혼 했지요.
하지만...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딸에게 아빠는 최고의 이성이자
최고의 신랑감 아니던가요?
울 딸내미가 조숙한건지...
이러니...자칭 타칭 딸바보 아빠가 섭섭해서...4살 꼬맹이를 향해 질투의 화살을 던지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