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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술, 담배 안 판다고 행패 부리는 고딩 본 딸의 반응

놀이터에서 놀던 딸내미...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만 더 놀겠다고 합니다.
더 놀면 좋겠건만...졸립다고 찡찡거리는 동생...
하는 수 없이 딸내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뇌물을 먹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딸은 순순히 따라 옵니다.
그렇게 딸의 손을 잡고 슈퍼에 갔는데....

한 18살쯤 되었으려나요?
남학생 둘이서 욕설을 내뱉고 있습니다.
"아이...c8....내 주민등록증 맞다구..."
텅텅...카운터를 발로 차는 그 아이들의 기세는 옆에서 보는 저도 무섭더군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딸내미도 제 치맛자락 뒤로 숨습니다.


카운터 위에는 담배와 1.6L 맥주 2병이 놓여 있습니다.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아직 어린 아이들이 남의 신분증을 들고와 술과 담배를 사려다가
아저씨에게 들키자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딱 봐도 본인이 아니구만....학생들한테 이런거 팔다가 걸리면 내가 큰일 난다구..."
"아...내꺼 맞다니깐...존x 까칠하게 굴고 지x이네..."
아이들은 말 끝마다 욕설이었습니다.

아저씨가 끝까지 안 된다고 하시자 아이들은 그냥 나갑니다.
나가면서도 "c8 존x, 내 돈 내고 내가 사겠다는데...왜 안주냐고..."
"늙은x이가 존x...병x..."
옆에 있던 제가 아저씨 보기 민망해지더군요.
제 치맛자락을 붙들고 있는 딸아이 보기는 더더욱 민망하구요. ㅡㅡ;;

"아이고...내가 정말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저런 녀석들하고 실갱이를 하는데...
내 막내 손주가 대학생인데...그 놈보다 어린 놈들에게...내가 왜 이짓을 해야 하나 싶다니깐요..."
아저씨는 저에게 하소연을 늘어 놓으십니다.
"파는 사람이 문제인가...사는 사람이 문제이지...저렇게 행패를 놓을때마다...
어찌나 억울하기도 하고...솔직히 무섭기도 하고 말이요...
그렇다고 잘못 팔았다가는 벌금이 100만원이니...
가뜩이나 옆에 대형 마트들 있어서 장사 안되는데...

내가 속이 터져서 정말..."
"그나마 저녀석들은 고등학생은 되어 보이네. 중학교 아이들도 술,담배 들고 와서 사겠다고 설치는데..."
아저씨의 속터지는 심정을 이해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 요즘 아이들...
정말로....누구의 탓일까요?
파는 사람이 잘못일까요?
옆에서 보는 사람도 살벌함이 느껴지는데
손주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당하신다는
아저씨의 심정과 두려움은 또 어떻구요...ㅡㅡ;;


아이스크림 값을 내고 슈퍼를 나서는데...딸이 묻습니다.
"엄마...아까 그 오빠들 왜 막 화내? 나...나...무서웠어..."
"괜찮아...엄마가 옆에서 지켜주는데...뭐..."
라고 말은 했지만...사실 엄마도 무서웠답니다. ㅡㅡ;;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고...쉬고 있는데...
뜬금없이 딸이 말합니다.
"엄마...근데 나쁜 말 하면 미웁지요."
"응 그렇지...이쁜 사람은 이쁜 말을 하는거지..."
"응..응...그리고 막 발로 차고 어른들에게 반말하고 화 내면 미운 거지요."
무슨 말 하나 했습니다.
아마도 아까 슈퍼에서 술, 담배 안판다고 행패 부리던  그 고등학교 오빠들이 생각 났나봅니다.
나름 4년 평생(?) 태어나서 가장 큰 폭력적인 현장을 목격한 것이니 충격적이었고
자꾸만 생각이 났나 봅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여 주면서 바르고 예절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건만..ㅠㅠ
정말로...술, 담배...파는 사람들만 잡을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 교육부터 잘 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급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에고...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울 수 있는 걸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