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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를 감동시킨 4살 딸이 장애 가진 친구를 보는 법


한창 역할놀이와 가정하기 놀이를 즐기는 4살 배기 딸내미.
오늘은 책 지어 읽기 놀이를 합니다.
자기 책도 아니고 그림 하나 없는 글자만 빼곡한 엄마 책을 들고 즐겨 하는 놀이지요.
주제는 '어린이집은 재미있습니다'
"우리 00어린이집은 참 재미있습니다. 정의롭고 건강한 0000 친구들은 달리기도 잘 합니다.
하랑이도 달리기를 잘 합니다. 00반 친구들도 달리기를 잘 합니다.
시연이만 달리기를 못 합니다."



듣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시연이는 왜 달리기를 못해? 느려?"
달리기가 느린 것을 달리기를 못 한다는 어른들의 시선...이게 엄마의 한계입니다.
"아니요...시연이는 어려요."
"아...시연이는 00반이 아니야?"
"아닌데...시연이도 00반인데..."
"그래? 그럼 시연이는 몇 살인데?"
"나랑 똑같아요. 친구들도 똑같아요. 00반은 4살이에요."
"그래? 그런데 왜 시연이는 어려?"
"시연이는 4살인데 마음이 어려요. 그래서 말을 못해요."
"그래???"
듣고보니 딸아이 어린이집에 갔을때  마비 증상이 있어 보이던 딸아이 반의 한 여자 아이가 떠오릅니다.

"그런데...시연이는 언어치료도 받고 공부도 많이 한데요. 그래서 나중에는 하랑이처럼 마음도 4살이 될거래요.
한결이도 어려서 말 못하잖아요. 시연이도 마음이 아직 어려서 말을 못 하는 거래요."
"그렇구나..."
딸아이의 말을 듣는데 주책맞게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그러니깐 시연이는 마음이 어려서 달리기도 잘 못하는 거에요. 한결이도 맨날 넘어지잖아요."

장애가 있는 친구를 아직 어린 친구라고 말하는 하랑이...
어쩌면 그렇게도 제 동생의 행동과 비교를 해가며 이리 이쁘게 표현하고 이해하는 걸까요...
엄마의 시큰해짐을 느끼는지 모르는지...
워낙에 말 많은 딸내미는 엄마가 제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 고무되어 계속 쫑알거립니다.

"시연이 마음이 클때까지 친구들이 옆에서 도와줘야 한데요.
그래서...시연이가 나 때려도 화 안냈어요. 나 착하지요?"
결국 딸내미의 자화자찬으로 끝난 대화였습니다만...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을 몰는 딸의 천진한 시선이 엿보입니다.


I have a sister.
My sister is deaf.
She is speciel.
There are not many sister like mine.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런
여동생이 있습니다.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라는 책의 한 구절에 대한 원문과 번역 본입니다.

제가 정말 공감 많이 했던 육아서 중에서...

"내 아이에게 책 날개를 달아주자" 라는 책이 있었는데요
이 책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기 하더군요.


'하지만' 이라는 접속사는 앞의 문장과 반대되는 뜻의 문장이 올때 쓰는 것으로 그렇다면 귀가 안 들리는 것'특별한' 이나...'사랑스러운'반대편에 서있는 것인가... 원문에는 "but'과 같은 접속사는 전혀 없는데도 있지도 않은 접속사를 굳이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 이 물음에 저 역시도 뜨끔 했습니다.

이 책은 그림과 글이 너무 좋아 제가 너무 좋아 구입해 소장하고 있던 그림책 이거든요.

제가 읽은 책은 위의 책을 쓰신 김은하님이 출판사에 의문을 제기하신 이후여서...
그 문구는 보이지 않습니다만...보였다 하여도 딱히 문제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을 출판한 의도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었겠지만...

그런 출판사와 번역하는 작가 조차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을 버리지 못했었다는 단적인 예가 아닐런지요.


그런 의미에서...그저 시연이의 마음이 덜 자라 어릴 뿐이고.
2살배기 동생이 매일 조금씩 자라듯이
치료하고 배우면 언젠가는 자기와 똑같이 자라게 될 것이이라는 희망과
그때까지 지켜보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4살 딸의 무한믿음은 얼마나 이쁜지요.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도 가지지 않은 순수한 시선에 저도 모르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니다 아니다 하여도 나부터도 무의식적인 편견에 쌓여 있습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도가니' 열풍...
영화가 나오기 전에 책만 읽고도 심히 분노 했던 1인이지만...
약자를 짓밟는 강자에 대한 분노였을뿐...
당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제 3자의 시각이자...
난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을 겪어야 했던 그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
이었다는 것을 차마 부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인성교육, 감성교육...말은 하지만...
그 실천과 교육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는 어릴뿐이라고, 자라면 하랑이와 똑같아 진다고...
딸아이에게 이쁜 표현을 알려주신 선생님께 참 감사드리게 되네요.
나름 유아교사 생활을 했지만...같은 상황이라면 전 친구가 아프다거나, 불편하다거나...
라는 표현을 썼을 것 같거든요.
거기까지가 제 한계구요.

딸아이의 고운 감성과 생각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나와 틀린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나와 달라 기피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 나와 다르니  도와주고 감싸주어야 하는 사람으로...
그렇게 사회적인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왠지 엄마의 어깨가 무거워 지는 것 같습니다.



P.s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번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압니다.
 서울 시민이 아니라 투표도 못 합니다.
 너무나 애석하게도 경기도민이라...ㅠㅠ
하지만 투표권이 있으신 서울 시민 여러분은 꼭 시간 내셔서 투표 하시길 바랍니다.
추신을 다는 지금 이시간 3시 22분...이제 5시간도 안 남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