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최악의 대화를 하던 엄마와 아들, 과연...나는?

얼마 전...아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가는 길 이었습니다.
위에서부터 타고 온 것인지...한 엄마와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아들이 탑니다.
그들의 대화를 옮겨 보면...
"머리 자르고 가니깐 친구들이 뭐래?"
"몰라...암 말도 안해..."
"아들...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그냥...그랬어..."
아들의 표정과 대답은 참으로 시니컬 합니다.
"아들...학교에서 친구들이랑은 잘 놀았어?"
"그냥 그렇지 뭐..."
"친구들이랑 무슨 얘기 헀어?"
"아...그게 왜 궁금한데???"
"아니...그냥 엄마니깐 아들 생활이 궁금해서 그러지...."
잠시 침묵....!!!
"아들...선생님들은 잘 해줘?"
"선생이 그냥 그렇지 뭐...왜 자꾸 물어 보냐구..."
"엄마니깐...엄마가 아들이 학교 생활 잘 하는지 궁금하다는데 대답도 안해주냐?"
"아...잘 지낸다고, 암말 안하면 잘 지내는거지...맨날 똑 같은걸 끝도 없이 물어보니깐 그렇지..."

엄마는 비슷비슷한 질문을 계속 해대고
아이는 계속 시니컬하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오늘 진짜 별 일 없었어?"
"아 없었다니깐..."
"선생님한테 전화 왔던데...왜 자꾸 거짓말 하지?"
그리곤...
"너는 그게 문제야...꼭...엄마가 무슨 말을 하면....ㅎ럼히ㅏㅓㅁㅎ;모"

어느새 1층에 다 왔기에 여기까지 밖에 못 들었습니다.
듣지 않았지만...대강 어떤 말이 나왔을지 알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느낀 답답함...
그 느낌은 내리기 전에 엄마의 질문을 들었을때 비로소 원인을 알겠더군요.
차라리 처음부터 대놓고 "오늘 선생님께 전화 왔던데 00일이 있었다면서? 괜찮니?"
이리 물었다면 아이는 어찌 대답을 했을까요?
적어도...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하여 빙빙 돌려가며 유도 신문을 한다는 느낌은 덜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엄마의 뭉뚱그린 질문으로 인하여 아이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비슷한 상황을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EBS '60분 부모'에서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부모들이 본의 아니게 아이를 거짓말 하게 만든다고.
상황을 알면 안다고 이야기 하고 왜 그랬는지...차라리 대놓고 물어보면 불필요한 신경전도 줄이고
아이의 거짓말도 줄일 수 있다구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역시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알면서 모르는척...빙빙 돌려서 듣고 싶은 대답을 유도 했던 일...저도 있거든요.
엄마가 듣고 싶은 건 왜...그런 상황이 벌어 진 것인지...이유와 아이의 심정을 알고 싶은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문제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목표일 뿐....
이미 알고 있는 그 사실을 재확인 하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오늘 딸내미가 친구를 꼬집었다고 담임 선생님께서 수첩에 써 주셨더군요.
당황스러웠습니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안그래도 요즘 동생을 향한 손찌검이 조금씩 생기는 듯 하여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고민이 되더군요.
딸에게 대놓고 물어 봤습니다.
"하랑이 오늘 은혜랑 안 좋은 일 있었니? 선생님이 걱정 하시더라"
"몰라...말 하고 싶지 않아..."
"그래...그런데 은혜랑 그런 일이 있었다니 엄마는 걱정이 되길래...
친구 꼬집는거 안 좋은건데...알지?"
"응...나도 알아..."
"그래...엄마는 이유가 궁금한데 말하고 싶지 않아?"
"응...말하기 싫은데..."
"이유 없이 괜히 그런건가?"
"아니야...그냥 말하기 싫은거야..."
"그래...하랑이는 누가 하랑이 때리거나 꼬집으면 기분 나쁘고 아프지?
아마 은혜도 그랬을거야..."
"....응...기분 나빴을거야..."
"그래...알면 또 안그러면 돼...그렇지?"
"응...이제 안 그럴거야...한결이도 안 때리고..."
짜식...시키지 않아도 동생도 때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까지 알아서 말하며 안 때리기로 약속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이게 맞는 대화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 별일 없었니?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니?"
보다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뿐...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은 할 수 없고...
이유야 궁금하지만 또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은 서로 고문인 것 같고
그저 자신의 행동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앞으로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어 이 정도만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아이도 어리고 엄마가 하는 말에 잘 따라주기에 이리 이야기를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저도 답답한 대화를 하게 될까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어찌하면 잘 키우는 것인지...항상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