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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아동 성추행범 변호사의 전화 내용을 듣고 분노하다


종로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낳고 일 년에 몇 번...
손에 꼽히도록 전철을 타는데 최근 라식 수술 받은 이후로 종로 나들이가 잦아 졌습니다.

출근시간대도 아닌데 전철에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탑골 공원이나 청계천쪽으로 나들이 가시는 노인분들이 정말 많으시더군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밀리고 밀려 노약자석 쪽으로 밀려 구석에 기대고 서 있는데....

"여보세요? 아네네..."
"아...그래요? 그런데...진단서는 떼셨어요?"
"빨리 떼서 내시라니깐...병원에서....네....질환이 있다는 소견서...네네...."
사람은 많았지만 조용한 편이고 제 바로 앞에서 전화를 받으시는 덕에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노신사의 전화통화가 똑똑히 들렸습니다.
"그러니깐...걔가 몇 살인 걸 떠나서..."
"네...그 애 부모가요? 아니라니깐....그 부모랑은 절대 아무말씀도 하지 마시라니깐...."
"평소에 질환이 있고...그 아이를 보고 이쁘고 귀여운 마음에 만졌었다고...그 입장만 어필 하시면 되는거고."
"괜히 말 잘 못하면...진짜 빼도박도 못하고 잡혀 들어가게 되어 있다고요. "
"요즘 분위기가 그래서 아동 성추행범으로 제대로 걸려 들어가면...."
"네네...그러니깐 그 애 부모랑 사적으로 통화하지도 말고...만나지도 말라구요."
"소견서나 빨리 떼세요. 가해자가 아니고 평소 약간 정신이 흐려지는 질환이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간단하게 빠져 나올 수 있다니깐...네네...."


이 전화통화를 하시던 노신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성추행범을 옹호하는 입장이 되어야 할 변호사쯤 아닐까요?
위에 쓴 건 간단하게 간추린 내용이고 실제는 더 긴 시간 같은 주제로 통화를 하더군요.
중간에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리면..." 이란 말이 몇 번쯤은 더 나왔고
"정신이 흐리다"는 소견서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몇 번은 더 나왔던 듯 합니다.

딸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저도 모르게 그 변호사인지 뭔지....
그 사람을 노려보게 되더군요.
실제로 아동 성추행이 벌어지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지요. 또한 처벌을 받더라도 아주 경미하구요.
또한 모르긴 몰라도 그 처벌을 피해 갈 방법은 아주 많고도 많은 것 같습니다.


도가니 이후로...그동안 덮어져 있었던 여러 성추행 사건들이 재조명 된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더군요.
가장 화가나는 건...그런 파렴치한 가해자들은 여전히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유지하며 살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을 한 가해자로 뒤바뀌는 경우들도 있더라구요.
배운게 많고 인맥이 좋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법망을 피해 처벌을 면하거나
솜방망이 처벌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긴 한가봐요.
아마도 제 앞에서 전화를 받는 노신사처럼 전문적으로 법을 알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을테니 말이지요.


평생...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집니다.
그 부모의 속은 오죽 할까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 자식에 대한 연민...
단순한 정신질환이 있다는 진단서 하나로 아동 성추행을 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걸로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돈도 좋지만 뭐 자랑할만한 변호를 한다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받고 있는지...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동 성추행'이란 검색어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면...

요 몇 일 사이에도 꽤 많은 건의 아동 성추행에 대한 기사들이 떠오르네요.
딸 가진 엄마로써...이런 기사들 접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하랑아...누가 하랑이한테 맛있는거 사준다고 가자고 하면 안돼...
경비 아저씨가 택배 있다고 어디 가자고 그래도 절대 가면 안돼...그런건 다 엄마가 찾는 거야,
이웃집에 가면..." 정말 이런저런 사례들을 들어가며 끊임 없이 교육시키고 또 교육 시킵니다.
그냥 좋은 것만 보여주고 바른 인성으로 자라도록 교육 시키기도 바쁜데...말이지요 ㅡㅡ;;
그래도 그렇게 해서 내 아이가 안전하기만 하다면...백 번 아니 수 천번도 더 교육 시키겠습니다.
험하고 위한 세상에 내놓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고 힘이 없어 엄마는 항상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