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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딸의 그림에 감동받다



왠일로 쫑알쫑알 말 많은 하랑이가 조용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거든요.
엄마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입니다.


"짱하랑...모해?"
엄마가 부르자...딸은 고개를 들고 배시시 웃습니다.

"어어...나 그림 그려요."
"그래? 뭐 그리는데?"
"그냥 우리 가족이요, 엄마도 그리고, 나도 그리고..."


딸의 그림을 살펴 보는데 그림속의 얼굴이 핑크색 입니다.
"이건 누구야?"
"응...이건 엄마에요.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니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칠한 거에요. 이쁘죠?"



그렇게 딸은 내내 알록달록한 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립니다.
한결이는 왠지 파란색을 좋아 할 것 같아 파란색, 아빠는 하늘처럼 크니깐 하늘색,
이모랑 하랑이랑 엄마는 이쁘니깐 핑크색...
보라색은 어린이집 친구랍니다.



이게 완성품이긴한데...어째 쫌...ㅡㅡ;;
아직 4살인 하랑양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형태의 사람들을 그리지는 못합니다.
머리, 목, 몸통,팔, 다리....이렇게 사람이 아닌 머리만 둥글고 긴 다리인지 팔인지...
그래도 직장 다니기 시작한 이모는 이뻐야 하니깐 귀걸이도 해주고 머리도 파마 시켜 준다 합니다.

그림을 그리다 말합니다.
"엄마...우리 이거 다 그리고...그 책 볼까요? 그거...얼굴색이 많으면 좋아요..."
딸내미가 아주 좋아라 하여 앉은 자리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는 책 중 하나입니다.


혼혈아인 유진이는 친구들의 놀림에 슬퍼합니다.
엄마가 사주신 48색 크레파스로 친구들을 그리는데
그 친구들의 얼굴색은 알록달록 꽃처럼 다양하게 그리지요.

그렇게 얼굴색이 다양하다면 자신의 얼굴이 친구들보다 검은 것도 그저 색만 다른 그런 모습일테고
친구들도 더이상 놀리지는 않을테니깐요.


"하나님은 꽃들을 칠하느라 예쁜 색을 다 써버려서 사람들 얼굴을 몇 가지 색으로만 칠했나봐요.
내가 하나님이었으면 크레파스를 새로 사서 사람들 얼굴도 꽃처럼 칠했을 텐데...
다음에 만나면 48색 크레파스를 선물해야 겠어요."
읽으면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이라 한 페이지 올려봅니다 ^^;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 하랑이는 어린이집 같은 반에 있는 유진이를 생각해 냈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이름도 딱 유진이이고 유진이의 엄마는 필리핀 사람입니다.

"엄마...유진이네 엄마도 까매요, 유진이는 외갓집이 필리핀 이에요.

하랑이는 시골이라 기차타고 가는데 유진이는 비행기 타고 간데요.
좋겠지요....나도 비행기 타고 시골 가고 싶다..."

어떤날은
언젠가는 "엄마...유진이네 엄마는 영어를 정말 잘한데요.
그래서 유진이도 영어 잘해요. 영어 선생님이 유진이 영어 잘한다 그랬어요.
나도 영어 잘 하고 싶다. 엄마도 영어 하면 안되요?"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저 비행기 타고 외갓집에 가고 영어 잘 해서 칭찬받는 유진이를 부러워만 했습니다.

공부 잘 하는 딸 보다는 마음이 이쁘고 주변 친구들과 잘 지내는 딸이 되길 바라는 엄마로써
딸의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참 기특하고 대견스럽습니다.
쭉~~이대로만 컸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죠...피부색은 중요한게 아니지요.
정말로 하느님은 꽃들을 그리느라 크레파스가 부족해 사람들 색을 몇 가지로만 그렸을지도 모르잖아요.

선입견 없이, 고정관념 없이 알록달록 자기가 좋아하는 이쁜 색으로 그린 딸의 그림...
설명 없이 알아보기는 힘든 형태의 그림이지만...
어떤 명화보다도 엄마에겐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