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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기대했던 딸애 첫 어린이집 방문, 속만 터진 이유

다른 맘들이 올린 어린이집 체험학습 후기들을 보면 참 부러웠던 1인 입니다.
우리 딸도 빨리 자라서 저렇게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 하고 싶다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드디어 저도 학부형으로써 딸의 어린이집에서 주관하는 체험학습에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몇 일 전부터 기대 만발이었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에는 엄마랑 아빠랑 다 같이 하랑이네 어린이집에 놀러 가는거야..."
딸도 많이 좋아했고 기대 했습니다.


이번 체험학습의 주제는 다문화 체험...
어린이집 입구에 입국 심사를 받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일일까요...
갑자기 딸내미가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선생님들이 나눠주시는 여권도 안 받는다 합니다.
달래고 달래어도 안 되어...결국은 넉살좋은 두살 동생이 여권을 받아 왔습니다.


첫번째 체험 할 나라는 몰디브 입니다.
몰디브 다문화 선생님이 나오셔서 인사도 하시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나와서
나름 분위기도 띄우시건만...


딸내미는 여전히 시크하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물론...선생님의 율동은 전혀 따라하지 않습니다.


자꾸만 아빠나 엄마의 무릎으로 기어 올라와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최대한 기분을 맞추어 재미나게 놀게 하고픈 엄마는...
"하랑아...와...여권 멋지다...한 번 펼쳐봐..."
한껏 오바하여 열심히 딸을 꼬셔봅니다.


몰디브 전통 게임을 하려는데 딸내미가 머리띠를 안하겠다고 또 떼를 씁니다.
그래서 엄마는 동생에게 씌웠습니다.
속 없는 동생은 마냥 좋다고 웃습니다.


나 하기는 싫지만 동생이 하는 건 더 싫은 누나...
 하는 수 없이 못 이기는 척 머리띠를 받아 차고 게임에 나섭니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약간의 미소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코트디브아르 체험...
다문화 선생님께서 또 인사를 하십니다.


엄마들도 코트디브아르의 전통 악기를 두드리며...제법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 됩니다.

 

 

아이들도 한 명씩 나와서 즐거운 표정으로 이국 문화를 체험해 봅니다.


모두들 흥겹고 즐거운 시간에...
우리 딸은 썩소를 짓고 있습니다. ㅠㅠ
딸내미의 흥을 돋우어 주려고 아빠가 열심히 노력하지만...
역부족 입니다.


친구들이 모두 코트디브아르의 전통 악기들을 하나씩 들고 연주를 하고


친구들은 물론 친구들의 엄마, 아빠들까지...이국의 전통 춤을 추며 흥겨운 시간에도...


딸내미는 여전히 멀뚱멀뚱 구석에 서 있습니다.


물색없이 기분 좋은 동생만 칠렐레 팔렐레 교실을 누비고 돌다 다닙니다.


그리 열심히 돌아다니던 아들내미가 딸 대신 이국적인 다문화 선생님 품에도 안겨서
해맑게 웃으며 잘 놀아서...그래...너라도 놀아라...싶은...그나마 위안이 되더군요. ㅡㅡ;;


간단한 롤 샌드위치 꼬치를 만드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워낙에 솜씨가 투박한 하랑맘의 샌드위치 꼬치...옆구리가 자꾸만 터지고 난리입니다. ㅠㅠ


생긴 건 그냥 그렇고...맛도...그냥 그랬습니다. ㅋㅋ


내내 소극적이던 딸내미...
그래도 먹는 것 만큼은 열심히라 다행입니다.


노느라 바쁘고 탐색하기 바쁜 아들은 먹는 것 쯤은 쿨~~하게 포기 하고
열심히 돌아다닙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문화 체험...
잘생긴 남자 선생님이시군요. ㅋㅋ
이 시간만은 딸내미가 정말 잘 참여 하였습니다.
맛난 샌드위치 먹고 기분이 많이 풀린 덕일까요?


정말 안타까운 건....
약간의 적응기간을 거친 아들내미가 급 자유로운 영혼의 본모습을 찾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그런 아들을 잡으러 다니느라 엄마가 바빠지면서
그 유일하게 참여 하는 딸내미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카메라를 제가 가지고 있었거든요. ㅠㅠ


우리 딸도 자발적으로 손 들고 나가서 이탈리아어로 자기 소개 했다는데...
그 기념 사진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렇게 딸내미가 미소를 찾고 남은 체험들도 무사히 마치려나 싶었는데...ㅠㅠ


중국 체험 시간에 들어 갔던 딸내미가 울면서 나오더군요.
아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왔습니다.

칠렐레 팔렐레 돌아다니는 동생을 잡으러 다니기 바빠 그저 잘 놀고 나오겠거니
생각했던 엄마...이쯤되니 정말 속이 터지려 합니다.
욱~~~하는 무언가가 마음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려 합니다.

혹시라도 지금 제가 화를 내버리면...
딸아이가 앞으로 부모와 함께 하는 체험학습에 안 좋은 트라우마를 갖게 될까봐...
정말 꾹~꾹 눌러 참았습니다.
"하랑이...오늘 다문화 체험 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가자...."
신발을 신기고 그렇게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도 한결군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구요 ㅡㅡ;;

"하랑아...왜 재미가 없었어?"
나중에 기분 좋아진 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응...내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어...다 모르는 친구들이어서..."
어린이집을 옮긴지 한 달 반 정도 밖에 안 된 딸내미...
겨우 반 친구들만 사귀었고 아직은 어린이집 구석구석이 익숙하지 않았겠지요.
여러 연령의 아이들을 섞어서 조를 짰는데 하필 우리 조에는 딸내미의 반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다른 조를 맡으셨고...
유난히 숫기가 없는 딸내미는 그런 낯설음이 당황스러웠나 봅니다.

평소 낯선것에 예민한 딸내미의 성격을 이해를 하면서도 남들 아이들은 다 잘 어울리고 잘 노는데
왜 내 아이만 유난스럽게 못 따라할까...싶어 어찌나 속이 터지던지요.

몇 주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기에 속상함이 더 컸나 봅니다.
소심하고 예민하고 낯많이 가리는 아이는 어떻게 케어 해야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