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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지친 꼬마 농사꾼의 피로 회복제는?

겨울이지만 비닐 하우스에서 특수 작물을 재배하시는 시골 부모님의 손길은 항상 바쁘십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도와 드리고 싶지만...
잠깐 도와주려 팔을 걷었다가도 더욱 신이나 참견하는 두 녀석들 때문에

차라리 밖에 나가 알아서 노는 것이 부모님을 도와 드리는 모양새가 되곤 합니다.



그러다 딱...눈에 띈 말라가는 고추들....
미쳐 따지 못한 빨간 고추들이 중간중간 눈에 띕니다.
그래...이거면 아이들이 망쳐도 상관 없고 같이 따면서 시간 보내기 딱이다 싶었습니다.


딸내미는 물론 아주 신이 났습니다.
"엄마...이렇게 빨간 고추를 따면 되는거에요?"



"엄마...이건 따면 안되는 거에요?"
딸의 손에는 초록 고추가 들려있습니다.
"응...그건 잘 말려도 못 먹는데...그러니깐 빨간색 고추만 따..."


손에 닿는 고추만 따도 되는데...
까치발을 들고 높이 있는 것까지 따느라 힘들겠다...ㅋㅋ


엄마의 예감은 적중입니다.
딸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신나게 고추 따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부모님은 뭐 하러 따냐고 힘든데 그냥 쉬라 말리십니다.
"힘들긴...쟤 신난거 안보여? 그냥...빨간 건 잘 말리면 쓸 수 있다며...
이번에 고추가루 귀하다는데 갈아서 열무 김치라도 담자..."
"그려...그람...그냥 뽑아 버리기는 아깝기는 혀..."


열심히 고추를 따던 딸내미가 갑자기 눈을 비빕니다.
"엄마...눈이 간지러워요. 고추가 눈에 들어 갔나봐요..."


퍽이나...ㅡㅡ;;
고추가 눈에 들어갔으면 그리 태연하게 눈을 만지고 있겠어요.
"하랑아...잠깐 먼지 들어갔나봐...고추 만지다 눈 만지면 눈 매워..."
후후~~불어 주었더니 금방 괜찮다네요.


그 뒤로도 딸의 고추 따기는 계속 됩니다.
이 고추, 저 고추..따기에 바빠 카메라는 거의 봐주지도 않습니다. ㅋ

"엄마...근데 이 고추는 다 어떻게 가져가요?"
"비닐 하우스 앞에 커다란 비닐 봉투 있지? 거기다 담을까?"
"네...내가 가져 올게요..."


얼마 안되는 양이 나올 줄 알고 작은 비닐 봉투 하나 가져갔는데
어느새 가득차 담을 곳이 없건만...

큰 봉투 가질러 간 딸은 함흥차사입니다.

따라와 봤더니 할아버지가 주신 요구르트를 맛나게 자시고 계시네요 ㅡㅡ;;


"엄마...나 목 말라서요....이거만 마시고 갈게요..."


지친 어른들의 피로 회복제가 박xx 라면
달달하고 시원한 요구르는 아이들표 피로 회복제가 아닐까요? ㅋㅋ
돕는 것이든 방해만 되는 것이든...평소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쏟고 논 딸내미는
요구르트 한 병으로 피로를 날려버립니다.


누나가 바쁘게 고추를 따는 동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생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도대체...저 바지 한쪽은 왜 올렸을까요?
힙합 전사인가요?


혼자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자기 다리에 꼬여 넘어지고 맙니다.


저도 x팔린 건 아는지...자리에 앉아 딴청을 부리네요.
마치...다른 볼 일이 있어서 일부러 앉은 양....ㅡㅡ;;
엄마가 다리 꼬이는 사진 리얼하게 찍어 놨걸랑...ㅋㅋ


마른 고추보다 못난 우리 딸내미는 엄마와 반자루 넘게 고추를 땄습니다.
물론...이것저것 다 집어 넣어 못쓰는 고추 추려내는 것만도 한참 걸렸지만 재미있는 추억 하나를
더 만들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신나게 뛰어다닐 시골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