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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4살 딸내미가 새벽마다 서럽게 흐느끼는 이유

띠리리리...띠리리리...남편의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립니다.
새벽 5시...!!!
남편이 5시에 일어나는 건 아니구요 그때부터 약 5~10분 간격으로 알람이 다섯번 정도는 더 울립니다.
알람시간 보고 '아...아직 10분 더 자도 되는구나...아 아직 5분 더 남았구나..
가물가물 나른한 이 기분이 너무 좋다나요?
한 번 깨면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어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는 저와는 정반대 입니다. ㅋ


아무튼...몇 번의 알람이 울리고 남편의 마지막 알람....티아라의 롤리폴리가 울려 퍼집니다.
"롤리폴리~롤리롤리 폴리....!!!"
남편은 부스스 일어나서 씻으러 나갑니다.
그리고...곧 들리는 흐느낌 소리...
"흐흐흐흐....흡흡...흐흐흐.....훌쩍훌쩍..."
벌써 한 달 가량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새벽마다 이런 흐느낌이 들립니다.
말이 세 번이지 남편이 일주일에 5일을 출근하니
그 다섯번 중 세 번...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하랑아...아빠 출근했다가 저녁에 오시잖아..."
"흡흡...알아요...그래도 아빠랑 놀고 싶어....훌쩍훌쩍...."
"괜찮아...이리와...엄마가 안아 줄게..."
그렇게 아빠가 출근 준비를 하는 내내 훌쩍이다
찰칵....!!! 아빠가 나가시고 나서야 다시 훌쩍이며 잠이 들곤 합니다.
주말내내 함께 했던 월요일 새벽과
주말을 앞 둔 금요일 새벽은 틀림없이 이 흐느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빠..랑...놀고 싶다...훌쩍훌쩍..."
출근 준비에 바쁜 아빠도 그런 딸을 외면하지 못하고 중간중간 아는체를 합니다.
"아빠도 슬프다...하랑이랑 놀고 싶은데...그럴수가 없어..."
"엄마 말씀 잘 듣고...그러면 아빠가 일찍 올게...
"
저녁이면 만날 사람들이 어쩌면 이리도 요란하게 이별식을 치르는지...
누가 보면 몇 년을 헤어지는 사람들인줄 알겠습니다.


그리고선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자곤 합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않습니다.
어린이집 차량을 놓쳐 몇 번 데려다주길 반복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이 또한 곤욕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딸내미가 참 기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그랬습니다.
저렇게 아빠가 좋을까...사이좋은 부녀 사이가 내심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이런 일이 하루 이틀...삼일...사흘..
한 달 가량 반복되자...그들의 이런 극한 사랑에 슬슬 부아가 나기 시작합니다.
혼자 흐느끼는 것 까지는 뭐라 안하지만...
그렇게 흐느끼다 동생을 자꾸만 깨웁니다.
그리고 저는 잡니다.
자기가 데리고 놀 것도 아니면서 무책임하게 깨워만 놓고 그냥 잡니다.


물론 엄마의 이런 기분과는 상관없이 아빠는 자신을 향한 이런 딸이 마냥 이쁘고 귀엽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딸의 반응을 신기하고 재미 있어 했습니다.



딸이 아빠와의 이별을 아쉬워 하면 할 수록 아빠의 사랑의 크기 또한 점점 커집니다.
딸의 섭섭함을 안타까워 하는 듯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아빠는 그런 딸의 무한 사랑을 마냥 즐기고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는 아빠의 딸걱정...장난처럼 말하지만..진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안그래도 딸바보 아빠를 점점 더 바보로 만드는 아빠바보 딸내미...!


딴 이야기를 하다가도 쌩뚱맞게 불쑥...딸이 보고 싶다고 하는 아빠나
시도때도 없이 아빠를 찾는 딸이나...!!!
정말이지 죽고 못사는 그 아빠의 그 딸입니다.

그런 그들의 사랑에 왜 동생과 엄마는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이 둘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하여 하루종일 같이 있게 해주게 아빠를 들어 앉히고
제가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까봐요...ㅡㅡ;;;
새벽부터 잠을 설친 동생은 하루종일 피곤하다고 징징 거리고...
엄마도 포스팅을 작성하는 이 시간쯤 되니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네요 ㅠㅠ

정작 그 흐느낌의 주인공은 곧 퇴근할 아빠를 기다리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답니다.
그리고...중간중간 잊
지 않고 말합니다.
"나...아빠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