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받고 싶은 선물 많은 딸이 산타보다 믿는 구석은?


4살 딸내미는 갖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지나가다 이쁜 것이 보이면 다 갖고 싶고, 친구가 하고 온 이쁜 핀이나 악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웃에 사는 친구가 가진 예쁜 장남감도 다 가지고 싶습니다.
EBS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나오는
각종 완구 광고는 이런 딸의 소유 욕구가 더 불타도록 심하게 부채질을 해 주십니다.


"엄마...나 이거 사죠...저거 사죠..."
건성으로 "그래 생각해보자..." 라는 말을 하던 엄마...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자...무조건..."하랑이가 착한 일 많이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주실거야..." 라고 합니다.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께 받을 수 있는 선물은 딱 한 가지...
그 하나만 고르기에 딸이 갖고 싶은 것....꼭 갖고 싶은 것 한 가지를 고르는 일은
정말 쉬운일이 아닙니다.


"하랑아...정말 갖고 싶은거 하나만 골라서 기도해봐..."
엄마의 말에 딸은 한참을 머뭇 거립니다.
"나 이것 꼭 갖고 싶은데.... 아니 저것도 꼭 갖고 싶은데...."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2월에 들어서면서 딸은 매일 날짜를 셉니다.
"엄마...크리스마스까지 25밤만 자면 되요...엄마...16밤만 자면 크리스마스래요..."
동생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나서...
"엄마...나 왜이렇게 착해졌는지 알아요?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많이 받으려구요..."
"하랑아...산타 할아버지는 선물을 딱 하나만 주시는 거야..."
다시금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여느때 처럼..."엄마...크리스마스 13밤만 자면 되요.. 
난 선물로 0000미미랑 미미 미용실이랑, 화장가방이랑 받을거에요."

"하랑아...선물은 하나만 고르는거야. 산타할아버지는 딱 하나만 주실거야..."
항상 고민에 가득하던 딸이 오늘은 왠지 밝습니다.
"괜찮아요...산타 할아버지께는 하나만 받을 거에요."
"그래? 그럼 딱 하나만 골라야지 산타할아버지가 기억 하시지..."
딸의 선물에 참고 하기위해 또 하나만 고르기를 종용합니다.
"아니에요...다 받을 수 있어요...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언제나처럼 아이답지 않은 표현을 씁니다.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ㅡㅡ;;; 역시 엄마가 자주 쓰는 표현이지요...ㅋㅋ


"그래? 뭔데?"
"말 못해요..근데 줄 사람 다 있어요...."
빙글빙글 웃기만 합니다.
아직까지는 뛰는 딸 위의 나는 엄마 입니다.
딸의 표정만 보아도 뭔지 알듯 합니다.
"알았다...시골 할아버지 한테 사달라고 하려고 그러지?"
딸의 눈이 동그래 집니다.
"어...엄마 어떻게 알았어요?"
자신의 속셈을 알게 된 엄마가 막을까봐 그런가요?
"착한 일 많이 할 거에요. 한결이 한테도 잘 해줄거에요."
"누가 뭐래? 하지만 할아버지도 모두 다 사주지는 못해...딱 하나만..."
"이모 할머니도 갖고 싶은 거 생각해 놓으라고 했는데..."

역시나 그녀의 믿는 구석은 손주라면 껌뻑 죽는 할머니 할아버지 입니다.
기꺼이 어린 손녀딸의 봉이 되어 주시지요 ㅡㅡ;;
확실히 단 하나의 선물만 주신다는 산타 할아버지 보다 
쉽고 빠른 수단이긴 합니다.
운이 좋으면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 두 개가 한꺼번에 생길수도 있구 말이죠.

선물 하나 받기 위해서 한참동안 착한 일 하고

나쁜 행동할때 눈치 봐야하고...
이런 노력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지요.
버릇 나빠진다고 엄마는 말리지만...
"놔둬라...애가 이런 재미도 있는거지..."
손녀딸 웃는 모습 보시는 재미에 딸의 말리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왜 자꾸 씁쓸하지요?
적어도 매일매일 손꼽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산타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 졸린 눈 비비며 버티다 결국 잠이 드는
그런 동심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 건 아닌지...섭섭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