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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정해진 정원은 6명 실제로는 16명 받은 어린이집

이웃에 사는 친구가 둘째를 낳았습니다. 첫째인 딸내미는 이제 두 돌...이 막 되었구요. 둘째가 아직은 누워만 있고 잠을 많이 자는 때라 큰 아이를 케어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다고는 합니다. 성질 급한 저와는 달리 참 차분하고 스스로를 잘 제어하는 이웃 친구는 아이에게 큰 소리 한 번 잘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얼마 전부터 자꾸만 아이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답니다. 동생을 보아서 마음이 허해서...그런가 보다 싶어 딸내미에게 각별히 더 신경을 써 봤지만 아이는 점점 심하게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공연히 주눅들어 하고 큰 소리에 깜짝 놀라고...확실이 눈만 마주쳐도 웃던 밝은 아이의 표정에 어딘가 어두움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문제 있는 건 아니니?" 단박에 이런 질문부터 나오더군요.

정해진 정원은 6명 어느 날 보니 12명

처음 주은이가 어린이집에 간 것은 지난 5월 이었습니다. 9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기에 둘째를 낳기 전에 어느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리라 싶어 조금 미리 보냈습니다. 어린 아이가 한 기관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에 한 곳에 오래 7세까지 보낼 생각에 꽤 규모가 있는 큰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주은이가 어린이집에 갔을 당시인 5월에는 그 반에 5명의 아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인상 만큼 이나 아이들에게도 이상적인 자상한 담임 선생님의 사랑속에 처음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폭풍 적응을 했다고 합니다. 주말에도 어린이집에 간다고 가방을 메고 놀았다고 합니다. 아직 말도 잘 못하고 기저귀도 못 떼었는데...잘 적응할까 싶었던 친구는 어린이집 가는 것을 좋아하는 딸내미의 모습에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덜었다 합니다.

그런데...그 어린이집에 친구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 9월 정도에...처음 갔을때보다 아이들이 많이 늘어 12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힘이 드시고 정신이 없어 보이셔서 걱정이라 합니다. 원장님께 정원이 6명이라 하지 않으셨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보조 교사를 구하는 중이고 원감님과이사장님등...다른 선생님들이 도와주시니 큰 어려움이 없다 하시기에 그러려니 했다 합니다.

구한다는 선생님은 안 구하고 아이들 수만 늘어날 때

그리고 3개월 이후인 지금은 12월...그 사이 그 원에 다니는 큰 아이들의 동생들도 오고 새로 온 친구도 오고...어느새 주은이네 반 친구들은 16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원의 규모가 워낙에 크다 보니 아이들이 늘어나도 충분히 수용할 만큼 큼직한 교실이긴 합니다. 문제는 담임 선생님은 아직도 한 명...구한다는 보조교사는 아직도 오지 않았고 여전히 원감 선생님과 이사장님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도와 주신다고 합니다.

하원하는 차량에서 내리는 주은이는 다른 아이의 그것도 남자 친구의 점퍼를 입고 오기도 하고 신발을 바꿔 신고 오는 일도 수 차례라고 합니다. 다른 아이의 이름이 쓰여진 도시락통으로 바꿔오는 정도는 애교구요.선생님이 정말 많이 바쁘시겠지요. 원감님이나 이사장님이 도와주신다 하여도 말 그대로 도와주는 것이지 담임 선생님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케어하지는 못할 것 입니다. 그 결과로 아이는 자꾸 다른 아이의 옷을 바꿔입고 오고 신발을 바꿔 신고 오는 것 이겠지요.

어쩌다 감사라도 나오면 원감님이나 이사장님이 그 반에 가셔서 선생님 머릿수만 채우고 그럭저럭 넘어가곤 하는 것인지...3개월 넘게 정원을 두 배 이상 훌쩍 넘겨 운영하는 것이 참 이해가 안갑니다. 생일도 늦고 동생도 볼 예정이었던 주은이...친구들은 단체로 배변 훈련에 들어갔는데 주은이만 조금 늦게 하려 했답니다. 24개월이 넘어가고 주은이가 자꾸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부터 친구들은 다 배변 훈련에 성공을 했는데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하여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께 눈총을 받나 싶어 걱정이 되었답니다. "주은이가 배변을 아직 못가려서 힘드시죠? 집에서도 조금씩 시작할까 하는데 원에서도 관심 있게 봐주세요. "부탁을 드렸더니 원에서 돌아온 답변은 "원이 바빠서 아이의 배변 훈련을 일일이 시키기 어렵다." 였답니다.
 
그러시겠지요. 선생님 안 늘리고 원생만 받아 놓았으니 어디 아이의 배변 훈련을 도와줄 시간이 있겠습니까. 약 3개월 정도면 새학기가 시작되는데 이제껏 안 구한 보조 교사를 새로 구할리는 만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해진 정원을 지키자면 16명이라는 인원에 보조교사 한 명을 더 구해서야 되겠습니까. 정교사 두 명을 구해야지...그게 어려우면 정교사 한 명에 보조 교사를 한 명 더 구하던지 말이죠.


이대로 학년 올라가고 정해진 정원 자체가 늘어날텐데...괜찮겠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아...난 그냥 조금만 더 버티면 새학기니깐 그럼 상황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순진한 친구에게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지금 주은이에게 필요한 건 이런 큰 규모의 원이 아니다. 아이들이 많아져 바쁘고 힘들어지면 선생님들도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집에서도 동생에게 적응하느라 힘이 들텐데 그렇게 바쁘고 아이를 제대로 케어 할 여력이 없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7세까지 쭉~ 보낼 생각에 규모가 큰 어린이집을 고른 의도는 알겠지만 지금 주은이에게 필요한 건 규모 크고 시설 좋은 어린이집이 아닌 적은 인원에 가족적인 분위기의 어린이집인 듯 하다. 더군다나 아이에게 배변 훈련은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할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인데 그 원의 태도 자체가 너무 안일하지 않느냐...어린 아이가 다닐만한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고 말이지요.

친구도 자책 합니다. 처음 12명으로 아이들이 늘어 났을때 옮겼어야 했는데 정말 선생님 곧 구하겠다는 원장님의 말씀만 믿었다구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때 당시 출산 직전이었어서 그러려니 넘어갔고 산후 조리후 오랜만에 어린이집을 찾은 지금 이 지경이 되어 있었다구요. 진짜 이해 안가는 건 다른 엄마들은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선생님 구하기 어렵다 하여도 몇 달째 구하지 못한 것은 구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지요. 그럭저럭 있는 인원으로 꾸려 나갈 욕심으로요.


제가 놀이학교에 근무할 당시 맡았던 5세 반 아이들의 정원은 8명 이었습니다. 물론 놀이학교라 보통 어린이집보다 정원이 적게 받긴 했지만...사실 8명 정도 되어도 일일이 제 손길이 못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이 그렇잖아요. 워낙에 손도 많이 가고 어린 아이 일수록 애정도 많이 필요하구요. 5세 아이들 8명을 데리고도 낑낑 거리고 힘들다고 생각을 했었는데...3세 아이 16명...생각만 하여도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제가 만약 그 담임 선생님이라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 하는것이 무서울 것 같은데 선생님이 정말 착하신 분인가 봅니다. 정해진 기본이 있는데 그 기본에서 조금 벗어 나는 것도 아이들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에서 너무 많이 엇나가 있음에도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일땐 옆에서 보기에도 정말 답답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