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와 첫 데이트 중 딸이 화장실에서 당한 봉변

 새벽까지 39.5도까지 열이 올랐던 딸내미.
다행하게도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열이 내렸습니다.
모처럼 엄마와의 나들이를 놓칠 수 없었던 딸의 의지력으로 나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ㅋ


혹시 몰라 목욕탕은 못가고 집근처의 백화점으로 영화를 보러 나왔습니다.
한동안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지만 다행히 날씨는 많이 풀렸습니다.


새벽까지 아팠던 거 맞아??
하랑이의 단짝 이웃인 5살 재은이 언니와 신나게 뛰어 놉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엄마와의 첫 나들이...
딸은 모든것을 다 소중히 여겼습니다.
간단한 점심을 먹는데 살뜰히 챙겨주는 엄마의 손길에 몸둘바를 모르더군요.
평소 식사 시간마다 동생 챙기느라 딸이 밥을 먹는지 마는지...
도와 달라고 하면..."하랑이 아기 아니잖아...천천히 먹어봐..."  라고 했습니다.
아빠가 도와주긴 하지만 아빠도 없는 날에는 혼자 깨작거리다가...
밥 가지고 장난한다고 엄마에게 혼나기도 많이 하구요.

입이 짧아 항상 엄마, 아빠를 걱정시키던 딸내미 맞나 싶을만큼 한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도 보았습니다.
사실 딸의 표정으로 보아 썩~~재미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들이가 신이 났던 딸은 마냥 좋았다고만 합니다.
너무 열중해서 보고 놀았던 탓일까요?
딸내미가 갑자기 쉬~~가 급하답니다.
다리를 동동 거리며...빨리...화장실에 가자고 합니다.
왜 아이들은 열중해서 놀때면 화장실을 참는 걸까요...


급하다길래 엄마가 먼저 살피지도 못하고 유아 변기가 있는 곳으로 딸을 먼저 들여 보냈습니다.

"엄마...차가워...."
유일하게 하나 있는 유아 변기의 시트에는 소변이 흩뿌려져 있고 심지어는 물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급했던 딸은 변기의 상태를 살필 겨를도 없이 그 위에 털썩 주저 앉은 것이구요. ㅠㅠ
방금 들어오면서 스쳐지나갔던 5살 가량의 남자 아이와 엄마가 떠오릅니다.


유난히도 깔끔 떠는 딸내미는 난데없는 봉변에 차갑다고 징징 거리기 시작합니다.
딸이 징징 거리지 않아도 엄마 역시 기분이 상할대로 상했습니다.
도대체...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앞 사람의 무개념에 분통이 터집니다.
기분 좋은 나들이에 얼마나 찜찜한 일입니까...

물티슈로 딸을 닦아 주었지만 조금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빨리 집에가서 비눗칠 해서 깨끗하게 씻겨 주고만 싶습니다.

남자 아이면 변기의 시트정도는 들고 소변을 보아야 하지 않나요?
아이가 어려서 혼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여자 화장실에 데려 왔으면
엄마가 도와주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백 번 양보해 아이가 급하게 소변을 보다가 주변에 흘렸다 칩시다.
그럼 다음 사람을 위해서 뒷처리를 잘 해주는 건 엄마의 기본 매너가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요.

"어쩜 이렇게 무식하고 이기적이냐...그런 엄마 밑에서 애가 뭘 보고 배우겠어..."
함께 간 친구와 거의 동시에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에 찬물을 끼얹은 무매너...무개념...!!!!



새벽까지 고열에 시달렸으면서도 엄마와 단둘이 있고 싶다는 의지력 하나로
바로 다음 날 털고 일어났던 딸내미...
짧은 시간이었기에 많이 아쉬워 했습니다.

물론 저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새삼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는 딸과 이런 시간을 자주 갖으리라...
같은 남자끼리니 아들도 아빠와 단둘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것도 좋지 않겠어요? ㅋ

딸내미가 화장실에서 남의 소변을 깔고 앉은 봉변만 아니면 정말 완벽한 하루였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