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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사고치는 딸내미를 차마 혼낼 수 없는 이유

어린이집 다녀와서 대여섯 번은 엄마를 불러대는 딸내미가 조용합니다.

아시죠? 조용히 하면 왠지 불안해지는 엄마 마음...
찰박찰박 물소리가 나는 욕실로 갔습니다.


"짱하랑 모해??"
엄마의 질문에 비누거품이 가득한 손을 들어 보입니다.


심지어는 움찔 놀라는 모습마져 보이던 딸은 슬그머니 눈치를 봅니다.
"엄마...나 그림 그리다가 옷에 뭐 뭍어서 빨래 하는데..."


아직 비누의 종류에 대한 개념이 없는 딸내미는 손 세정제를 쭉쭉~~짜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잔해로 아직도 거품을 가득 물고 있는 데X ....ㅡㅡ;;


그리고 세면대에는 딸내미 원복 가디건과 셔츠가 들어 있습니다.
단추 풀기도 힘들었겠다...ㅡㅡ;;
그나저나 뜨거운...물에 담궈 놓았습니다.
아...가디건은 니트인데...!!!!
바짝 쪼그라들면 어쩔까요 ㅠㅠ


뽀글뽀글 비누거품 놀이며
착착 감기는 젖은 빨래의 감촉을 느끼는 걸까요?


딸내미의 생일 선물로 사준 이 쥬쥬 비밀일기장인지 뭔지가 사단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되었지 왠 도장셋트까지 들어 있어서...놀기만 하면 여기저기 잉크가 뭍어 납니다.
하랑양이 가장 사랑하는 놀잇감임과 동시에 엄마에겐 눈에 가시입니다. ㅠㅠ


요즘 역할놀이에 한창 빠진 딸내미는 이렇게 엄마가 하는 일을 다 따라하려 합니다.
물론 그녀에게는 이 모든것이 재미있는 놀이 입니다.
니트 옷을 뜨거운 물에 담근것만 아니면...충분히 웃어 넘길 수 있는 상황이건만...


겉으로 웃고 있는 엄마의 마음 한편이 자꾸 쓰라려 옵니다.
'저 가디건 내년까지는 입어야 하는데....ㅡㅡ;;;' 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손목이 댕강하게 짧아질 가디건의 최후가 자꾸 상상이 됩니다.


그래도 쓰린 맘을 감추며 웃어 주었습니다.
'그래...어쨌든 엄마를 돕겠다는 기특한 마음이잖아...화내면 안되지...'
싶었습니다.

그런데..."엄마...나 다 빨았어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그냥 들고 나옵니다.
사실 짜긴 짰겠지요. 나름....정말 자기 나름은...


어느새 바닥에 흔건하게 물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화내면 안되는데...화까지는 아니었지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그냥 들고 있으면...안돼...어디 담아 가지고 나와야지..."
물과 닿으면 쭉쭉~~미끄러지는 바닥....한결군이 밟으면 제대로 뒤로 넘어 갈 판입니다.


한결군을 급히 업고 뒷처리를 해주었습니다.
엄마의 큰 소리에 눈치 보는 딸내미...
"여기 한결이 넘어지면 다칠까봐...얼른 담자..."
바가지를 가져다 담고 찬물에 헹궈서 널었습니다.

그녀는 가끔씩 이럽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하지 말라 하여도...이리 집안일을 하며 사고를 칩니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기를 크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
아이때는 그렇게 못해서 안달이고
하다가 사고를 칩니다.
물론 혼낼수도 없습니다.
그녀의 순수한 의도를 알기 때문에요.
대부분 호기심 반, 엄마를 돕겠다는 마음 반인것을 알기에...
오늘도 엄마는 쓴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 합니다.
"하랑아...다음에 빨래 할때는 엄마한테 미리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