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빠른생일 조기 입학의 득과 실에 대한 고민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하랑양은 08년 1월 3일생. 나이로는 꽉찬 5살이 되는 것입니다.

 

처음 하랑이를 임신했을때 예정일은 1월 2일. 아이가 성질 급하게 12월에 태어날까 걱정했습니다. 실제로 의사 선생님께 아이가 12월 말에 태어내면 출생일을 하루, 이틀정도 늦게 써 달라 부탁 드렸다가 "아가 건강하게 나오면 그만이지 뭘 엄마가 그런 것까지 걱정합니까..." 핀잔만 들었습니다.

                      가르쳐 보면 결코 무시 할 수 없었던 1년 차이

십년넘게 영유아기 아이들을 가르치며 작은 월령 차이에도 아이들의 발달 수준이 확연하게 다른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느꼈기에 생일이 늦어 한살 거져 먹고 같은 월령 사이에 발달이 늦는 아이로 치이게 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하게도 하랑양은 예정일보다 하루 늦은 1월 3일에 태어났고 그냥 제 월령대로 키워서 8살에 학교 보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하랑양을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워낙에 말도 빠르고 인지력도 또래보다 훨씬 뛰어나다 하여 월반을 시키더군요. 저에게 먼저 상의를 하였다면 반대를 했을텐데 선생님들 판단하에 임의적으로 옮기고 몇 일 후에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빠르다 싶은 생각이 들면 월반을 요구하는 엄마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판단에는 또래보다 약간 빠를 뿐 월반이 가능한 수준이 아닌데 엄마들은 부득이 조금 더 빠른 진도를 원합니다. 그렇게 억지로 수준을 높이면 잘하던 아이도 거부하는 역효과가 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죠. 역시나 딸내미는 낯선 곳에 처음 갈 때도 없었던 거부 반응이 일어 나더군요.

아직 30개월이 채 안 된 아이들 사이에서 단 몇 개월 차이라도 그 차이를 무시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말좀 빠르고 인지수준이 조금 좋다 하여 적게는 한 달 차이이지만 많게는 1년 이상 차이 나는 아이들과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소근육 발달을 하게 되지는 않았고 또래보다 처지는 것을 못 견디는 욕심많고 소심한 딸내미에게 거부 반응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천성적인 용두사미 스타일이었을까요?  ㅡㅡ;;

왠만하면 어린이집에 싫은 소리 하지 않는데 심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또래보다 빠른 수업을 원하기에 저 역시 당연히 그리 원할줄 알았다 하시더군요. 어쨌든 다시 자신이 원래 있었던 반으로 옮겼고 지금껏 08년 생들이 모여 있는 반에서 잘 적응하고 또래보다 빠르고 리더쉽 강한 아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조기 입학을 권유하는 주변에 마음이 흔들리다

그렇게 딸아이는 제 나이대로 키우게 되나보다 싶을 무렵...작년 말부터 주변에서 자꾸 물어 봅니다. 생일이 1월 초인데 학교는 언제 보낼거냐구요. 처음에는 당연히 8살에 보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는데...여러번 비슷한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꾸만 흔들립니다.


딸과 생일이 하루 차이 나는 한 엄마는 이리 말하더군요. '요즈음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빨리 조숙해지기 때문에 학교를 빨리 보내는 것이 특히나 여자 아이에게는 빨리 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유리하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블로그에 이런 부분까지 쓰는 것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만...실제로 초등학교때 가슴이 다른 친구 보다 발달하고 월경을 빨리 시작했다 하여 놀림감이 되는 친구를 보았었거든요.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그때는 그런 문제가 꽤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더 빨라졌다 하니...딸가진 엄마로써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조금 먼 미래를 생각하면 학교를 일찍 보내면 단점보다 장점이 여러가지로 많을 것 같습니다.단지 어린시절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조금의 뒷처짐을 의연하게 버텨낼 수 있는 대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지요.

학습적인 뒷처짐은...뭐...크게 걱정 하지 않습니다. 할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할 것이라 생각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아이의 몫이라 생각하니깐요. 하지만 체격적인 면이나 사회 정서적인 면에서의 차이는 제가 극복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굳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뇌 발달 상으로도 각 월령별로 발달하는 부분이 있는데 확실히 1년 늦는 뇌는 여러 사고적인 면을 관장하는 전두엽 부분이 한참 덜 발달 되어 있겠지요.


                    조기 입학의 성패는 아이의 성향에 달려 있다?

고민을 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친구의 아이는 12월 말에 태어났고 작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공부도 잘 하고 상도 많이 받아 오기에 마냥 적응을 잘 하는 아이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의외로 조기 입학을 반대 합니다. 공부는 잘 했지만 유치원 때부터 빠른 생일 아이들에게 많이 치였고 그때문에 힘들어 했다구요.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지금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구요. 공부만 잘 따라가면 상관 없겠지 했지만 공부가 전부는 아니었다구요. 물론 친구의 아이의 체구가 유달리 작기도 하고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예민한 성격이긴 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야기 하더군요. "하랑이를 어렸을때 부터 봐 왔지만 우리 00랑 성향이 비슷하잖아. 아이가 예민하지 않고 무던한 성격이면 몰라도 난 정말 반대다...빠른 생일로 낳아 놓고 왜 그런 걱정을 해...나같으면 당연히 늦게 보내겠다..."


유달리 아이 공부에 집착이 강한 친구의 성격 상 아무 문제 없으니 일찍 보내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되더군요. 엄마의 욕심으로는 아이가 뭐든 조금 빨리 시작하고 빨리 배우고 빨리 사회에 나가면 훨씬 유리할 듯 생각이 들지만 말 그대로 욕심인 것 같습니다.


4살 또래에서는 야무지고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 딸내미 5살 아이들과 있으면 한참 어리숙해 보입니다. 체격도  큰 편이 아닌지라 머리 하나가 차이가 나구요. 사실 같은 08생들 사이에서도 키와 몸무게가 하위 30프로에 속하는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근육 발달도 훨씬 덜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딸의 성향이 예민한편이고 쉽게 상처를 받는 편이기에 조기 입학에 대한 미련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물론...아직까지는요...혹시라도...딸내미가 2년 사이에 훌쩍 자라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상태로 자란다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