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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충격적인 4살 딸이 엄마에게 짜증내는 이유


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지난 12월 말이고 지금 딸은 5살이 되었습니다.
연도가 바뀐지 얼마되지 않다보니 아직은 딸의 나이를 5살이라 말하는 것이 영~ 어색하기만 하네요.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딸내미는 짜증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은 장갑을 끼고 왔는데 자기만 장갑을 끼지 않아서 추웠다나요.
"그래...미안...근데 집 앞에서 차 타고 어린이집 앞에서 내리고
내내 어린이집에 있다 오니깐 필요 없을 줄 알았지..."

엄마의 변명은 들리지도 않는지 내내 징징징징~~~
"그래..내일은 꼭~ 껴줄게...잊지 않고...그럼 되잖아..."
집으로 오는 내내 이 문제로 실갱이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손을 씻으라는데 또 짜증을 냅니다.
배가 고프다나요.
"그래...그럼 엄마가 간식 준비하고 있을테니깐 얼른 손 씻고 와..."
엄마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신발도 벗지 않은채 또 징징징~~짜증을 부립니다.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최근 읽은 육아서 덕분에 느낀점이 많아
이제부터 '다정한 엄마'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었기에 심호흡을 하면서 참았습니다.

어찌어찌 손을 씻고 간식으로 만두를 먹는데 이번에는 뜨겁다며 안 먹겠다 합니다.
호호~~불어서 식혀 주었는데 맛이 없어서 안 먹겠다 합니다.
먹고 싶다하여 구워 준 것인데 한 개도 제대로 먹지 않고 배부르다 합니다.

그리고는 인형의 집을 꺼내어 놉니다.
동생이 근처로 가자 소리를 지릅니다.
아직 동생은 인형의 집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하랑아...동생이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망친것도 아니고...근데 왜 그렇게 소리부터 질러..."
동생을 데려가 어부바를 했습니다.
"자 동생 어부바 했어...이제 되었지...하고 싶은거 해..."

이번에는 인형 신발이 안 신겨 진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인형을 다 던져 버립니다.
이쯤되자 엄마의 인내심은 한계를 드러내고 폭발합니다.

"너 진짜 엄마 만나자마자 부터 계속 이럴래? 어린이집에서도 이래?"
폭발한 엄마와는 달리 딸은 의외로 차분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아니...안그러는데."
그렇게 차분하게 다음말도 합니다.
"선생님한테도 안그러고 친구들에게도 안그러는데...
그냥 기분 나쁘거나 잘 안 되어도 다 참고 집에 와서 엄마랑 한결이한테 짜증내는 건데..."



이 말을 듣는데 순간 왜 코끝이 찡~해지며 울컥하게 될까요...
그러게요.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에게 잘 보여야 하니 짜증을 내지 않겠지요.
선생님께 이쁨 받고 싶으니깐요.
못 참고 짜증내다 혼나는 친구들 이야기를 가끔 했거든요.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난 안그러는데..."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제 동생에게 하듯이 성질을 부릴수는 없겠지요.
그럼 교우 관계에 문제가 생길테고 친구들이 안 놀아 줄테니깐요.

벌써 사회 생활의 생리를 알게 된 딸이 왠지 안쓰럽습니다.
밖에서는 눈치 볼 일도 많고 감정대로 할 수도 없고 많이 참고 있다는 것...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집에서 화풀이 하는 딸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구요.
전날 밤 늦게 잠이 들어서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유난히도 짜증스러웠던 것이구요.

암튼...딸을 안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하랑이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하루종일 보고 싶었는데
하랑이가 엄마를 만나자마자 화를 내서 속상했다. 하랑이는 엄마가 안 보고 싶었니?"
그제야 딸은 엄마의 목을 끌어 안고 보고싶었다고 말합니다.



육아서를 읽고 '다정한 엄마 되기' 목표를 세웠지만 그래서 참는다고 참았지만
어쩌면 딸은 그 참는 것 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함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어도 한숨 쉬며 목소리 깔고 이리해라, 저리해라...
생각해보면 딸도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엄마의 마음을 왜 못느꼈겠어요.

피곤한 하루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을때...'그래...하랑이가 힘들었구나...'
이 한마디 해주고 안아주면 조금 풀어졌을 것을...하나하나 대꾸하고 변명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긴...전 이리 다 자라서 아이가 둘이나 딸린 엄마가 되었음에도
가끔 친정에 가면 수시로 징징 거립니다.

남편의 표현에 의하면 제가 친정에 가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나요.
그럼 전 말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긴장 풀고 편하게 있을곳에 왔는데 그럼 똑같겠어..."
가끔 친정 엄마가 저의 짜증에 참다참다 버럭 하시면 그게 그렇게 서럽고 섭섭합니다.
"아이고...우리 딸 힘들겠다...괜찮아..." 위로 한마디 듣고 싶었을 뿐인데...뭐 이런??

어른인 저도 이런데 4살 아이도 사랑받는 아이가 되기 위하여 밖에서 내내 긴장을 하고 있다가
편안하고 만만한 집에 돌아 왔을때 투정 부리는 것 어쩌면 당연 할 수도 있겠습니다.
딸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이제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가끔씩 어린이집 다녀 왔을때 예민하고 짜증을 많이 내는 이유를...



충격적인 건...제가 그걸 이제야 알고 이해했다는 것이죠. ㅡㅡ;;
'니가 뭐가 피곤해...친구들이랑 놀다 오면 되는 것을...공부하라는 것도 아니고...'
일 년 넘게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아이가 마냥 편하고 즐겁기만
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이 정말 미안해 집니다.

밖에 나가는 순간 아이도 예외 없이 긴장의 시간이 시작 되는 것이고
많이 참고 인내하면서 사회 생활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자식에게 평생의 버팀목, 쉼터, 위안, 안식처...
때로는 동네북도 기꺼이 되어 주어야 하나 봅니다.
저는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