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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맛없는 엄마의 요리, 현명한 5살 딸의 대처법

딸이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마침 사다 놓은 토마토 소스가 있어서 기꺼이 해주겠다 했습니다.
물론 갑작스럽게 만들기 시작한 스파게티...소스 이외에 제대로 된 재료는 없었습니다.
대강 집에 있는 야채들 썰어 넣고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뒤져보니 딸내미가 좋아하는 국수 같은 스파게티 면이 없습니다.
그냥 옆에 있는 푸실리 면을 삶아 또 대강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치즈도 없습니다.
또 대강 딸내미 간식으로 먹는 치즈를 올려 놓았습니다.


"자...맛있는 스파게티요..."
기대를 하고 있는 딸의 눈에 실망의 빛이 스쳐갑니다.
애써 외면 하고 한 입 먹는 딸에게 묻습니다.
"어때? 맛 있어?"
아무말도 없이 또 한 입 먹습니다.
"맛있냐니깐..."
성격 급한 엄마...계속 대답을 요구 합니다.

"난...이 스파게티 말고...그거...국수같은 긴 스파게티 먹고 싶었는데...
그리고 하얀 스파게티 먹고 싶었는데..."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나 봅니다. ㅡㅡ;;


"그래서 맛이 없어??"
"아니...그냥...맛 있다고 해 줄게..."
맛.있.다!!!! 도 아니고 맛. 있.다.고. 해. 줄. 게....!!!! 랍니다. ㅡㅡ;;

"그래...고맙다...그렇게 말해 주어서..."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습니다.

반 정도 먹었나요?
딸은 일어나서 방으로 갑니다.
그리고 블럭을 꺼내어 놀이를 시작합니다.

"하랑아...다 먹었니??? 이렇게 먹고 가면 누가 먹어..."
대꾸를 안 합니다.
"하랑아...마저 먹어야지.."
그러자 방에서 들려오는 대답...
"엄마...난 지금 아무것도 안들려..."
"그런데 대답은 잘 하네..."
"응....안들려...그냥 못 들을척 할래..."

평소 같음 깨작거리는 딸내미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하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못 들은척 하겠다는 말에 그만 빵~ 터져버렸습니다.
싫어...안먹어...혹은 먹기 싫어..보다는 훨씬 재치 있기는 하잖아요 ㅋ

아무튼...딸내미가 먹고 싶었던 스파게티와 코드가 맞지 않았던
남은 스파게티는 엄마의 뱃살을 찌우는데 일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말쯤에는 딸내미가 먹고 싶어하는 진짜 긴~~~ 스파게티 가락이 들어 간
크림 스파게티를 맛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