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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행복한 돌날의 날벼락, 그녀의 머피의 법칙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크고 성대하게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여 치른다는 생일잔치.
바로 첫 돌잔치 말입니다.

저도 그 돌잔치를 치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그날의 악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단 하루를 위해서 전 많은것을 참아 내야 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아저씨 앞에서 웃어주고, 애교 부리고, 갖은 포즈를 취해야 했습니다.


그 몇 컷을 건지고자...엄마와 아빠는 빵~~터진 저의 울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억지로 억지로 촬영을 강행 했습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어색한 모자를 씌우고...
졸려서 입이 찢어져라...하품을 하여도 엄마와 아빠는 못 본척 외면 했습니다.


심지어는 그 낯모르는 아저씨 앞에서 저를 홀딱 벗긴채...
팬티만 입혀서 사진을 찍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만큼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 모든 일은 바로 그 돌잔치를 치르기 위한 전례 행사였습니다.
그 잘난 돌잔치 하루를 위해서 저는 수치심도 참아내고, 졸음도 참아내고,
슬프고 괴로워도 웃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찍은 제 사진들은 돌잔치에 오시는 많은 손님들이 구경하실 수 있도록
전시될 예정이었거든요.



머리카락이 없어서 남자냐는 오해를 자주 받던 저를
어떻게든 공주님으로 보이게 만들고 싶었던 극성스러운 엄마는

몇 일동안 분노의 검색질을 하여 드레스와 모자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법 잘 맞기도 했구요.

드디어...D-day~!!!
많은 아이들이 큰 잔치를 앞두고 많이 아프다고들 하지만...
전 그럭저럭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아침에 눈을 떠보니 한쪽 눈이 뻑뻑하고 찜찜한 것을 빼고는 말이지요.

그런데 엄마라는 그녀는 저를 보며 갑자기 비명을 질렀습니다.
"악...얘 눈에 이게 뭐야..."
다래끼라고 하더라구요....!!!!
오른쪽 눈 아래에 빨갛게 되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어른이면 화장으로라도 감춘다지만...





"가뜩이나 남자 아이 소리 듣는데...최상의 상태여도 부족할 판에...이게 뭐냐"
라고 엄마는 말했습니다.
"그래도 아픈 것 보다는 낫네..." 라는 체념 섞인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두고두고 심한 짝눈으로 나온 돌잔치때 사진을 볼때마다 한숨을 쉬셨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하필...심하게 아프거나 외관상 보기 안 좋은 일이 생긴답니다.
전문용어로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나요?
아무튼...그 머피의 법칙은 절대로 저를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ㅠㅠ
정말 공교롭게도...내 5년 평생 딱 한 번...났던 눈다라끼는...
하필...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돌...났습니다.
하필이면...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