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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고스톱에 치던 엄마 단숨에 말린 5살 딸의 한방

오랜만에 이모네 가족과 고스톱을 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사촌동생의 호기심 덕분이었습니다.
꼭 한 번 쳐보고 싶다구요...
그래...뭐...이 것도 다 게임인데...싶어서 이모, 사촌동생, 그리고 제가 마주 앉았습니다.
아무리 게임이라도...그래도 재미가 있으려면 뭔가 댓가가 있어야겠지요.
약간의 금전도 걸리긴 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호기심에 시작되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게임이 몇 판 길어질 수록 우리들의 승부욕은 심하게 불타기 시작합니다.
사실 시작전에는 16개월 아들내미의 방해 공작이 심하리라 예상 하였으나...
의외로 이모 할아버지와 신나게 놀며 고스톱판은 쳐다도 안 보고 있습니다.


대신...다른 복병...5살 딸내미가 엄마 옆에 붙어 앉아 있습니다..
"엄마..이게 뭐야?? 나도 하고 싶다.."
"잠깐만...하랑아...엄마 지금 중요해..."

"엄마...재미있겠다...나도 한 번만 해보면 안돼??"
"그래...잠깐만...엄마가 조금만 하고 끼워줄게..."
잠시 딸내미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순순히 기다리려는 중이지요.
엄마가 건성으로 끼워준다는 말을 굳건히 믿고 있는 딸내미...ㅋㅋ

아주 잠시...따로 놀던 딸내미 인내심이 곧 다하였는지 또 엄마에게 다가옵니다.
"엄마...그 장미 이쁘다...나 그 장미 갖고 싶다..."
컥...ㅡㅡ;;;
이모는 깔깔대고 웃고 사촌동생은 묻습니다.
"장미가 뭐야? 장미??? 이거 말하는 건가??"
라면서 깔려 있는 장미를 가르킵니다.
"엄마..장미에 나비도 날아다닌다...이쁘다..."
화투패를 아시는 분은 딸내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아시겠죠???
뭐...이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껍데기 패이니 그럭저럭 웃고 넘어 갔습니다.


패를 받자마자 고도리를 하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열심히 패를 먹었습니다.
이제 매화에 있는 새만 먹으면 됩니다.
그 패는 저에게 있었고 바닥에 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깔렸습니다.
그때 딸이 또 달려와 제 옆에 앉습니다.
"엄마...그거 앵무새야?? 저번에...엄마랑 동물원에 가서 봤지요??"
처음 고스톱을 시작한 사촌동생은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고 있는데
이모가 권유를 합니다.
"너...그 작은 꽃 없으면 먹어라.."
"이거여??" 낼름 저의 패는 짤렸습니다.

그 뒤로...자잘한...딸내미의 방해 공작에 더이상의 게임을 이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어린 아이들을 두고 무신...짝맞추기 게임을 하겠어요.
딸내미 덕분에 큰 웃음만 몇 번 지고 말았지요.

소싯적 친목 도모를 위하여 나름 고스톱을 즐기던 하랑맘.
한동안 인터넷 맞고를 즐겨 하던 엄마의 행태를 어찌 알고...
딸내미 새롭게 고스톱에 빠지려는 엄마를 이렇게 정신 차리게 하네요. ㅋㅋㅋ
아무튼 잠시나마 어린 아이들 엄마인 저의 신분과 책임을 망각했던 점...심하게 반성하며...
앞으로 꽤 오랫동안 화투패를 잡지 않겠다 맹세를 하며 게임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