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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아이 둘 데리고 정신없이 차린 시어머님 생신상

작년 시어머님 생신때...
둘째를 출산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 갔던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꼭...생신상을 차려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준비에 들어 갔지요.

장을 보고 간단하게 음식을 하고...
물론 큰 딸내미와 아직 말 안통하는 돌쟁이 아들을 데리고 하려니
간단하게...라는 말도 쉽지가 않더군요.
약간의 정신줄을 놓고 음식을 했습니다.


음식의 가짓수도 얼마 안 되긴 했지만...그나마도 일일이 사진 찍지 못하고...
대강 촬영을 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불고기, 잡채, 닭볶음탕,동그랑땡 그리고 미역국 입니다.

 


 

할 때는 꽤 많은 것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차리고 보니 상이 너무 썰렁합니다.
그런데 그나마...그 썰렁한 밥상을 휘젓고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아들내미...ㅠㅠ
자꾸만 덥석덥석 음식을 주무르고 싶고...
숟가락 젓가락으로 모든 요리를 다 쑤시고 싶어 하여 정작 생일상을 받으러 오신 어머님은
손주 말리느라 정신이 없으십니다.

 


뿐입니까....첫째 딸은 배가 고파서 죽겠다며...
아빠가 고모를 마중나간 사이도 못 참겠다고...찡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빨리 밥을 달라고요...ㅡㅡ;;;
어느새 아들은 다 차려놓은 밥상 위까지 점령하려 합니다.

 


어찌어찌 밥을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오늘의 비장의 요리...
바로 약식 케잌입니다.
미리 찹쌀을 불리고 밤, 대추, 호박씨등을 올려 줍니다.
흑설탕 1컵 반, 물 3컵, 참기름, 계피가루 1ts을 넣고 잘 섞은 물을 넣고 밥을 지으면...
약식 비슷한 모양이 나옵니다 ^^;;


인터넷을 찾아 보니 냄비에 랩을 깔아주면 좋다는데...
저는 랩이 없어서...쿠킹호일을 대신 깔았습니다.
그리고는 꾹~~꾹 눌러서 둥근 모양을 찍고...!!!!
케잌 비스무리한 모양이 나오면 돌려 깎은 대추로 약간의 장식을 합니다.

 


그리하여...약식 케잌 완성....!!!!
사실 이 케잌 또한 정신 없이 만들었습니다.
엄마의 다리에 한없이 매달려 있는 아들은 식탁 아래에 있고...
엄마는 모양을 찍고...
제과점에서 사온 모양초도 어느새 아들이 다 부러뜨리고 파버렸습니다.
다행하게도 순간 접착제로 붙였더니 모양은 유지가 되데요.
다만...Y의 아랫쪽은 저리 영광의 상처가 그대로 있습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드신 시어머님...
그래도 케잌을 보시고
"애들 데리고 정신도 없는데...뭐...이런 것까지 다 만들었냐..."
라시며 기특해 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진짜 준비 과정부터 먹을때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타기도 하고 간도 덜 맞는 간소한 음식들이나마 맛나게 드셔주신
시어머님과 시누이 덕분에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ㅋㅋ
내년 생신때는 조금은 편해지려나요??
적어도...막무가내로 상 위에 기어 올라가는 아들이 두 돌은 지나게 되니
조금은 말귀는 알아들을 수 있겠지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