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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의 극성에 헤어스타일 망친 딸의 울상

딸내미의 48개월까지 받는 건강검진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게으름뱅이 하랑맘 꼭 막판에 정신없이 서두르게 됩니다.
모처럼 마음 먹고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사실 건강검진 받고 어린이집 보내어도 되는데 보내지 않았습니다.


샤랄라~~~하게 흩날리는 청순한 스타일의 여배우들 머리를 보면서
딸내미도 그런 스타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짧게 잘랐던
앞머리가 어정쩡하다 못해 덥수룩 하게 자라고 눈을 자꾸 찌릅니다.

그래서 딸을 꼬셨습니다.
공주처럼 머리 퍼머 하자구요.
앞머리에 살짝 퍼머를 해서 핀을 꼽으면 잘 넘어갈 것 같은 속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딸의 손을 이끌고 미장원에 찾아갔습니다.


머리를 하는 내내 딸은 묻습니다.
"엄마...나 진짜 공주 머리 되는 거에요? 나 신데렐라 처럼 하고 싶어요."
물론 퍼머를 한다고 해서 난데없이 신데렐라의 업 스타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글쎄..." 라는 애매한 대답을 하며 딸의 머리를 말기 시작 했습니다.


드디어 머리를 다 말았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퍼머인가요?
암튼 개인적으로 전 이리 로또로 말아놓은 딸내미가 정말 귀엽습니다.
고슴도치 맘의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


머리의 컬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옆의 가게에서 스파게티도 먹었습니다.
아침 일찍 병원에서 검진 받으랴 예방 접종 받으랴....시달렸던 딸내미.
바로 미용실에 와서 머리까지 하느라 배가 몹시 고팠나 봅니다.
정말...어른분량의 스파게티 한접시를 꼴깍 다 해치웠습니다.


중화를 하고 드디어 머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꼬불꼬불 합니다.
앞머리도 엄마가 생각했던 그런 모양은 아닌듯 합니다.
사실...살짝 웨이브가 물결치는 분위기 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ㅡㅡ;;;


고슴도치 엄마의 눈에도 별로인데
딸의 눈에는 더더욱 맘에 들지 않습니다.
"어때??? 맘에 들어?" 엄마의 눈치보는 질문에 딸은 대답 대신 썩소를 짓습니다.


머리를 감고 와서는 더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하긴...제가 보아도 이 머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옆에서 아무리 이쁘다고 귀엽다고 오바를 해주어도 딸의 미간은 펴지질 않습니다.
하긴...신데렐라의 단아한 헤어스타일을 상상하다가 지금 이 모습은 그녀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겠지요.


"하랑아...봐봐...이렇게 핀 꼽으면 귀엽잖아...."
얼른 가방을 뒤져 딸내미의 핀 하나를 찾아 꼽아 주었습니다.
아직도 인상은 계속 됩니다.
미안합니다.


밖으로 나와 미안한 마음에 사탕을 하나 주었습니다.
드디어 머리를 푼 이후로 처음 미소를 지어줍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딸은 다시 울상이 되었습니다.

같은 여자로써 새로 머리 했을때 마음에 안들때...답 안 나올때의 심정...
정말 이해합니다. ㅠㅠ

그래도 엄마의 의도대로 핀은 잘 꼽아집니다.
앞머리 절대 안 흘러 내립니다.

아침에 농담으로 "하랑아, '애정만만세'의 다름이처럼 빠글빠글하게 해줄까?"
엄마의 질문에 약 10분 정도 심각하게 있던 딸내미가 한 마디 했었습니다.
"엄마...나 머리 하지 말까봐..." 딱 이리 말했습니다.
몇 일전부터 공주처럼 퍼머한다고 기대 많았던 딸내미...이런 결과를 예감했던 걸까요?

미안...딸...그냥 내버려둘 걸...하지만 머리는 금방 길어진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