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온 가족을 빵~터뜨린 5살 딸의 야무진 한마디


친정이 멀기도 하고 명절이면 어느쪽으로 가도
가장 막히는 구간이라 대부분 명절 전후의 주말에 친정에 갑니다.

이번에도 그랬지요.
명절 1주일후...지난 주말 친정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보고 싶었어요.' 라면서
목을 끌어안고 내려 오질 않는 딸내미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 하기만 했습니다.

친정 어머님이 차려주신 맛난 저녁을 먹고서
가족들이 둘러 앉다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새삼 자식을 둘이나 낳은 둘째 딸내미가 기특한 기분이 드셨는지...

친정 어머니는 저의 등을 두드리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우리 딸...우리 딸이 언제 이렇게 큰 자식들을 둘이나 낳았냐...
이렇게 이쁜딸이 자기보다 더 이쁜 자식들을 이렇게 낳아가지고 왔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 저희 어머니도 고슴도치라...
이렇게 불어버린 딸내미도 마냥 이쁘다 하십니다. ㅡㅡ;;

옆에서 놀던 딸내미 인형을 들고 옵니다.
인형의 머리는 반짝이는 수정을 낚시줄에 꿰어놓은 팔찌로 묶여져 있습니다.
딸내미는 그 인형의 머리를 다시 묶어 달라고 합니다.
워낙에 질긴 낚시줄이지만 태생이 고무줄도 아닌지라
 여러번 묶었다 풀었다 하여 많이 삭아 있었습니다.

결코 저의 힘조절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삭아서...
그래서 그 팔찌가 끊어져 버렸습니다.


딸내미는 버럭...화를 냅니다.

"엄마...이렇게 끊어 버리면 어떻해..."
엉엉...울어 버립니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건데...엄마 미워..."
그리고는 주섬주섬 굴러다니는 보석들을 울면서 줍고 있습니다.

"고무줄도 아닌데 자꾸 묶었다 풀었다 하니깐 다 늘어지고 약해져서 끊어진거지...

내일 할아버지 낚시줄로 새로 끼워보자...울지마..."
그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엄마는 또 버럭 합니다.
"이미 끊어진 걸 할 수 없지 어떻게해...자꾸 이렇게 징징대면 엄마 화낸다..."
딸내미는 말 없이 20개 남짓 있는 보석들을 주워서 모았습니다.
그리고 외할머니 앞으로 달려 갑니다.


"할머니...이거 바바요. 할머니 이쁜 딸이 이렇게 만들었어요."

분명히 이리 말했습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딸에게 꽂힙니다.
"이거 보라구요. 나한테 소중한건데 할머니 딸이 망가뜨렸다구요."
잠시 어이없이 딸을 바라보던 가족들은 일시에 빵~터졌습니다.

어른들하는 이야기에 일일이 대꾸는 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다 듣고 있기는 듣고 있나봅니다.
보석 팔찌를 끊어뜨린 엄마가
얼마나 미웠으면 엄마라고도 하지 않고 할머니 딸
이라 할까요. ㅋ



그렇게 딸은 친정 아버지에게도 가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이거 할아버지 딸이 그랬으니깐 고쳐주세요."
외할아버지는 쫑알거리는 작은 손녀딸이 귀엽고 예뻐서...
그 후로 약 30분동안 돋보기를 끼고
낚시줄에 보석들을 꿰어야 하셨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