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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딸내미가 매일 은근히 기대하는 아빠의 장난은?

매일 오후...남편과 통화 혹은 문자를 주고 받습니다.
미리 이야기 할 때도 있지만 그 날 그 날의 남편의 스케줄을 체크하기 위해서죠.
그런 남편과의 대화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아빠바보 딸내미 입니다.

어디선가...남편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면 득달같이 달려 옵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묻습니다.
"엄마...아빠 언제 온데???"
"오신데...."
존대말로 정정하여 주면 또 바로 말을 바꾸어 묻습니다.
"엄마...아빠 언제 오신데??? 늦는데??"
하나를 가르쳐주면 그냥 딱 하나만 합니다.
오신데...는 되는데...늦으신데?? 는 안된다는... ㅋㅋ

"응...오늘은 늦으신데..."
"왜???"
"응...일이 많으시데...."
평소같으면 "무슨 일???" 혹은 "빨리 오라고 해 봐..." 라고 실망의 빛,
 조르는 내색을 하기도 하련만

오늘은 기대의 눈빛으로 반짝입니다.


"아마 아닐걸???"
"응?? 뭐가 아니야???"
"아빠가 또 장난치려고 그러는거야..."
"아닌데...아빠 오늘은 회사에 일이 많으시다고 했다니깐..."
"치...봐봐...아빠가 늦는다고 거짓말 하고...지난번에도 일찍와서 깜짝 놀라게 했었지??"
정말로 최근 몇 번 정도 늦는다고 했던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온 가족이  깜짝 놀랬던 일이 있었드랬죠.

그래봐야 물색 없이 항상 행복한 아들은 빼고 딸과 저 둘 뿐이지만요 ㅋㅋ
"그리고 또 늦게 온다고 하고 '택배요...' 하고 갑자기 와서 깜짝 놀랬잖아..."
딸내미의 표정은 의기양양...눈빛은 반짝반짝 입니다.

"오늘도 봐봐라...아빠가 하랑이 깜짝 놀래켜 줄려고 장난으로 늦는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딸은 기대하고 기대하며 아빠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어쩌누...
정말로 오늘은 아빠가 늦는다고 했거든요.
딸내미가 말하는 아빠의 장난은 그녀가 태어난 이후
무수히 많이 보냈던 밤 중에 딱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몇 안 되는 날이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그 추억만 가지고 오늘도 아빠를 기다립니다.

늦는다고 말하는 건 그냥 아빠의 장난일 뿐이라고...굳게 믿으면서...
키 안 큰다고 일찍 자라는 엄마의 말에 아랑곳 하지않고 
딸의 눈과 귀는 온통 현관 앞에 쏠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