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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감동적인 5살 딸의 상처에 대한 고찰


딸내미의 엄지 발톱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지금 생긴것은 아니구요...
처음 어린이집을 옮겼을때이니...벌써 5개월 가량 되었습니다.
딸내미의 말로는 발등으로 식판을 떨어뜨려서 다쳤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아팠을까...
새까맣게 죽은 딸의 엄지 발톱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하게도 발톱이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새까만 부분이 조금씩 작아질 뿐..
 


2월 말...에 있을 어린이집 발표회때 할 노래와 율동을 엄마에게 미리 선보이며
한창 흥이 올라 있던 딸내미...
문득 발을 쳐다 봅니다.

"엄마...발에 메니큐어를 바른 것도 아닌데 발톱 상처가 작아졌어요."
처음 발을 다치고...유달리 메니큐어를 좋아하는 딸내미
메니큐어를 바르니 새까만것이 없어졌다고 좋아 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것도 신기한데...
딸은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발톱의 상처가...매일 깨끗하게 씻어도 없어지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깐 작아졌어요."
그리고...
"아...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작아지는 거구나..."


여기에 감동받은 건 그저 고슴도치 맘의 주관적인 시각임과
동시에 확대 해석한 것이겠죠.
그래도 저는 감동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5살된 나이에 어찌 이리 상처가 나아감에 대한 표현을 멋지게 할 수 있는걸까요.

"그래...맞아...몸에 난 상처든 마음에 난 상처든...
처음에는 많이 아프고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흐려지는거야."

제가 많이 살았다면 많이 살았다 할 수 있고...
아직도 멀었다면 멀었다 할 수 있는 끼인 30대 중반에 이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그래도...청춘이던 시절...아팠고, 힘들었고, 상처 받았던...
지금은 당장 죽을 것 같지만...세상은 다 아프면 아픈대로...
슬프면 슬픈대로...살아지더군요.
그리고...시간이 지나면...그 상처가 정말 희미해지고 사라지고...
물론 때로는 다시 되새길때 마다 아플때도 있지만...
망각이라는 의미있는 장치가 있어...
굳이 의도적으로 혹은 계기가 생겨 되새기지 않으면 그냥 그런채로 잊고 살게 되더라구요.

아무튼...상처를 처음 입을 당시에는 차마 씻어 낼 수가 없지요.
아니 씻어내려고 하면 할수록...그 약품과 물에 의해서 더욱 쓰리고 아파만 지던가요.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큰 상처라도 나아지기 마련이구요.

 


물론 딸은 정말 단순하게 발톱의 상처 하나만 보고 보이는대로 해석하고
느끼는대로 말 한 것이지요.
고슴도치 맘의 눈길과 마음에 그 조차...특별하게 느낄뿐...
요즘 딸내미 책 읽어주고 함꼐 생각놀이 하기를 많이 게을리 했는데...
다시 열심히 해줘야 겠습니다.
딸내미가 책을 가져오면 인상쓰며 "엄마 피곤해...나중에 읽자..."
라고 말하는 대신..미소로 기꺼이 읽어 줘야겠습니다.
얘가 언제 이리 컸을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