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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지켜보는 엄마만 빵터진 아빠와 딸의 말다툼


요즘 저는 틈틈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이라 하여 특별한 것은 아니구요 시간이 될 때마다 동네 뒷 산을 1시간 가량 돌고 오는 것이요.
주말에 아빠에게 잠시 아이들을 맡겨두고 몇 바퀴 돌고오면 개운하고 한결 기분전환도 되고 말이죠.

그 사이 남편과 아이들은 재미나게 놀기도 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면서...
그들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ㅋ

지난 주말도 그랬습니다.
오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나가고 일찍 저녁을 먹고 치우고 나니 잠시 여유가 생겼습니다.
딸내미가 들고 온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문득 운동을 하고 오면 개운할 것 같더군요.
"나 1시간만 운동 갔다 올게..."
나갈 준비를 하는데 딸내미가 쫓아 옵니다.
"엄마...엄마가 읽어주기로 했는데 책 하나 더 남았는데...."
"하랑아...이리와...그 건 아빠가 읽어줄게..."


그렇게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나갔다 왔습니다.
한 시간 남짓...남편 그리고 아이들은 잘 놀고 있더군요.
아이들 씻기고 간단한 간식 먹이고 이제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입니다.
그런데 딸내미가 책을 들고 쫓아 옵니다.
"엄마...나 이 책 아까 안 읽어주고 나갔잖아..."
"에이...대신 아빠가 읽어 줬잖아..."
"아니야...아빠는 책 읽을때 두 줄 읽어주다가 말았어..."
두 줄....ㅡㅡ;;;;
웃기긴 한데 웃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ㅋㅋㅋ

밖에 있던 아빠가 딸과 엄마의 대화를 들었나 봅니다.
"야...내가 언제 두 줄 읽어 줬냐? 두 장 읽어줬지..."
"아닌데...아빠가 두 줄 읽어 줬는데..."
제가 보기엔 두 장이나 두 줄이나...인데...그들에겐 그게 중요한가 봅니다.
잠시 몇 마디 아빠와 말싸움을 하던 딸내미...곧 자신의 주장을 접습니다.
"그래? 내가 착각했나...그럼 두 장 읽어 줬나부지 뭐..."
(원래도 말은 잘했지만 5살의 나이가 무서운 것인지 딸내미의 어휘는 급격히 늘어서...
엄마, 아빠의 말투는 모조리 다 따라하고 있습니다. ㅡㅡ;;)

그리고 잠시 후...
"아니다...세 장 읽었다고 해줄게..."
나름 두 부녀가 심각하기에 안 웃고 있었는데 결국 빵 터졌습니다.
두 줄이든, 두 장이든, 세 장이든...어쨌든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잖아요? ㅋㅋ



잠시 벙찐 남편은 웃으며 말합니다.

"그래...고맙다. 근데 아빠 두 장 읽어 줬다니깐....
치카치카 하고 끝까지 읽어 줄게..."
다시 사이가 좋아진 아빠와 딸은 그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