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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아이들 덕분에 수시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 넘나들다

5살 딸내미와 말다툼을 했습니다.

어제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한동안 무리를 한 덕에...감기 몸살을 얻었습니다.

그나마 남편이 쉬는 주말에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월요일 부터는 여전히 목은 심하게 부어있음에도
엄마의 컨디션을 고려하고 도와줄 나이가 아직 못된 아이들을 돌보아야 했고
집안 일 역시 산더미였습니다.
아시죠? 엄마는 아플겨를도 없고 아플 자격도 없다는 것을...ㅠㅠ

그렇게 하루를 고되게 보내고
아이들 저녁을 해먹이고 설겆이를 마칠즈음엔 녹초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세탁기 속에는 널어야 할 빨래가 있었고
새로 개켜야 하는 빨래들도 건조대 가득히 널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내미는 또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요구사항이 많기만 합니다.
여기 치우고 돌아서면 저기가 엉망진창 입니다.
갑자기 욱~~합니다.
"엄마가 놀고 있니?? 니가 논 것 정도는 정리해야 엄마가 빨리 일 마치고 놀아주지..."
그런 엄마의 욱~~에 돌아온 딸의 궁시렁...
"치...원래 놀아주지도 않으면서...놀아 준 것처럼 말하네..."
평소에는 기특한 5살딸의 다양한 어휘가...
이럴때는 참을 수 없이 얄미워집니다.
엄마라는 위치의 체통 따위는 기꺼이 버릴 수 있으만큼...
"엄마가 안 놀아줬어?? 아까 엄마가 그림책도 읽어 줬잖아...그런게 다 놀아 준거거든..."

나름 주말내내 아빠에게만 맡겨 둔 것이 미안해서 아픈 목을 달래가며 열심히 책도 읽어줬는데...
몰라주는 딸이 야속해 엄마는 또 알량하게도 기어이 그 생색을 내고야 맙니다.
"그래...그런가보네..."
엎드려 절 받기로...딸의 긍정을 받아냈건만...왜이리 기분만 더 상할까요...
"아무튼 엄마 빨래 널 동안 장난감 다 정리해..그러면 엄마가 빨리 놀아 줄 수 있으니깐..."
딸은 지지않는 표정을 지으며 말합니다.
"치...내가 또 뭘 그렇게 어질렀다고..."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더니...
"그래...블럭들이 어지럽혀져 있네...블럭만 치우면 되는거지?..."
이게 글로 보면 그냥 순순한듯 들려도 심하게 비아냥 거리는 말투였습니다. ㅠㅠ


사실 엄마가 생각한 포스팅 거리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감정적인 엄마에게 대드는 5살 딸답지 않은 얄미운 말빨...
그리고 아픔조자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는 엄마의 서글픔...
이런 푸념이 가득한 새드앤딩이 포스팅의 주제가 될 뻔 했죠...ㅋㅋ



부모와 자식 싸움은 칼로 물베기인가요?
또 둘이 두런두런 블럭을 치우는 모습을 보니 잠시 욱! 했던 마음이 수그러들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새드앤딩으로 마무리 될 포스팅이 해피엔딩이 되는 순간입니다.


제법 많이 정리를 할 무렵...
철없는 동생은 애써 정리해 놓은 블럭 상자를 다시 뒤엎습니다.
"악...장한결..."
싸움이 시작되려 합니다.


"하랑아...엄마가 도와줄게...화내지 말고 다시 하자..."
재빨리 딸을 달랬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장난감을 정리하려 합니다.
아직은 해피엔딩 마무리 입니다.


컥...쬐끄만 녀석이 왠 힘이 이리 센것인지...
제 몸뚱이보다 더 큰 블럭 상자를 또 다시 번쩍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미련없이 다시 엎어버립니다.


당연히 딸내미는 참았던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제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던 포스팅이...
다시 철없는 아들의 만행으로 빚어진 새드앤딩으로 끝나려 합니다.


그러던 차에 후미지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아들내미...
냉큼 블럭 상자 속으로 들어 갑니다.
화를 내던 누나가 웃으며 그런 동생에게 호응을 합니다.
"엄마...이거 봐봐요...내가 한결이를 묻어버릴거에요..."
어감이 좀 그렇지만...선입견 없는 딸내미는
말 그대로...그냥 통속에 들어간 동생을 블럭으로 덮겠다는 뜻이겠지요 ㅡㅡ;;


한참을 둘이 좋다고 놀더니 이번에는 딸내미가 좁은 통 속을 비집고 들어갑니다.


언제나 그렇듯...
동생이 좋아보이는 그녀는 그 통속에 동생처럼 들어앉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물론 들어가보고...별것 없는 것을 알기에....
나와서 새로운 놀이를 찾습니다.
바로 서로서로 통 속에 가두기...


동생이 재미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본인도 꼭 한 번 재연을 해야합니다.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살짝 사진 찍고 빨래 널고...
또 잠시 다투는 모습을 건성으로 달래며 사진 찍고...
다시 빨래를 개키고...
왔다갔다 하며...30분 간...틈 나는대로 아이들과 이야기 하며 사진을 찍는데...
도대체.. 포스팅의 방향이 몇 번이나 바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활짝 웃는 아이들...
그럼 결론은 해피엔딩인 것이죠?
여전히 콜록콜록 피 토할듯 기침을 해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이 사진들을 보는데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요. ㅋㅋㅋ
이래서...부모님들이 힘들고 지쳐도 저희들을 보면서...
"내가 너희 때문에 산다..."
라고 말씀하셨나 봅니다.

그리고...저역시...피식 웃으며...다시금 그 말씀들을 되풀이 합니다.
"내가 너희 때문에 산다..."
엄마의 혼잣말을 들은 딸내미...
눈치 없이 엄마가 감상에 빠질 틈도 주질 않고 질문 하네요.

"너희?? 엄마...한결이 때문에 살아요? 나 때문에 살아요?"
왠지...너의 둘 다...라고 말하기 싫은 심술보가 발동합니다.
"응...한결이때문이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