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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동생에게 다 빼앗겨도 절대 양보 못 하는 한가지

저녁내내 아빠의 손길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로 둘째가 잠든 틈을 타서 첫째 딸아이와 놀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놀면 되지않냐 하시겠지만...
19개월 아들내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는 한정되어 있지요.


딸아이가 동생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여간 큰 것이 아닙니다.
그림 그리면 찢거나 낙서해, 블럭을 만들면 와서 다 부셔...
거의다 맞춘 퍼즐 엎어 버리고, 아끼는 색칠공부는 구기고...
열심히 접어놓은 종이접기들은 다 쭉쭉 빨고 씹어서 망가뜨리고 말이죠. ㅡㅡ;;
놀부도 이런 놀부가 따로없어
사사건건 쫓아다니며 누나를 못 살게 굴곤 하지요.



아이들이 함께 있는 시간에 엄마가 힘든 이유는 바로 이런 막무가내 동생과
속상한 누나의 다툼 때문입니다.
엄마가 혼낸다고 혼내도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둘째는 항상 해피합니다. 
대신 동생이 망칠것을 알면서 뻔한 자리에 두고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이유로
큰아이를 나무라는 일이

자주 생기곤 하죠.
열심히 만들거나 그린 작품 망가진 것도 속상한데
공연히 엄마의 꾸지람을 듣곤 하는 딸내미의 속은 오죽하겠어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직 어린 딸내미를 잡곤 합니다.

그런 엄마에 비해 동생보다는 딸의 편을 많이 들어주는 아빠...

동생이 잠든 시간에는 더 바빠지는 엄마대신 놀아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아빠의 몫입니다.

거의 한 시간 넘게...만들었다 부셨다...
회전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도 만들고, 토끼가 들어가 살 집도 만들고,
귀여운 동물원 친구들도 만들고..
포스팅 할 생각이었으면 작품들 다 찍어놓을걸...
게을러진 엄마는 요즘 왠만하면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ㅠㅠ

"하랑아...이거 더 가져와봐...부족하다..."
"없는데요...이건 원래 조금이에요. 맥포머스도 맨날 부족하고 이것도 맨날 부족해서
하나 만들고 부수고 또 하나 만들고 부수고....그래야되요."
두런두런...부족한 갯수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내는 부녀의 이야기 소리도 들립니다. ㅋ

아이가 크면서 부족해진 짐맥...더 들여줄까 하다가...
하랑양 어렸을때 들일때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올라서...차마 추가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ㅡㅡ;;


이미 꽤 오래 놀았기에 마지막 만들기라 약속을 했습니다.
아빠와 완성한 TV....아직도 놀이의 여운이 많이 남아 혼자 이리저리 꾸미고 있습니다.
동생이 잠들기 전에 한바탕 싸웠던 기분은 어느새 잊혀졌습니다.


TV 화면에는 아빠와 그린 그림을 붙여 주었건만...
꼭 자기도 TV속에 들어가고 싶다고 합니다. ㅡㅡ;;
그렇게 뒤로 간다고 들어가기 쉽지 않을텐데...ㅋㅋ


결과는 당연히 TV 속에 못 들어갔습니다.
어짜피 예견되어 있던 결과...
그래도 딸내미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엄마...아빠....나 잘 보여요??"
그렇구나...TV에는 이렇게 들어가면 되는구나...
사실 엄마의 고정관념에는 TV에 나오려면 꼭 화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어짜피 집에서 하는 놀이...
딸의 애교스러운 모습이 하랑이 부녀표 TV 사이로 이리 잘 보이는데 말이죠.



"엄마...내일은 무슨 요일이에요? 그럼 아빠 회사 가요? 안가요??"
매일 밤 이리 체크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겠지요.

항상 바쁘고 어리다는 이유로 자꾸만 동생의 편을 들어주는 편파적인 엄마대신
놀아주고, 편들어 주고, 이야기 많이 들어주는 아빠가 있어서
딸에게도 엄마에게도 정말 다행입니다.


말귀 못 알아듣는 막무가내 동생에게 받는 크고작은 스트레스들... 
딸아이는 자신의 돌파구이자 휴식처인 아빠에게 위로를 받습니다.
또 그리 위안을 받는 딸을 보며 안도하는 엄마...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딸아이는 아빠가 조금이라도 꾸짖거나
동생을 많이 예뻐하는 기색을 보이면....눈물부터 흘립니다.
엄마도 빼앗겼고...수시로 많은 장난감과 물건을 빼앗기지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그 이름이 바로 아빠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