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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누군가에게 거슬리면 바로 왕따되는 살벌한 학교

일주일에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공방에 갑니다. 계속 배우던 공예들도 있고 새로 시작한 공예도 있고...공예를 하다보면 함께 배우는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나이에 전 공방에서 막내입니다. 서른 중반 적지않은 나이건만 \\\\\\\\\\그럼에도 "쌤은 정말 어려서 좋겠어요..." 소리를 듣습니다. 대부분 40대 이시고...물론 아이들도 중, 고등학생들 입니다. 손으로는 공예를 하고...입으로는 집에서 있었던 일, 교육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인생 선배들로써의 충고 등을 자주 듣게 됩니다.

 

오늘은 왕따와 학교 폭력이 주제였습니다. TV에서 왕따의 심각성에 대해, 학교 폭력에 대해...이야기를 들었지만...아직 저에게는 와닿지 않는 먼...이야기라 생각했기에... 에고...세상이 어쩌려고 이래...라는 생각만 막연히 하곤 했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린 저를 제외한 세 분...함께 공예를 배우시는 선생님들은 왕따 당하는 자녀때문에 많이 울고 힘들었다는 말씀을 털어 놓으십니다.

 

한 아이는...공부 잘 하는 모범생인데 친구들 사이에서 누명을 써서 왕따를 당했답니다. 정말 본인은 안했는데 일파만파 소문이 퍼지고...들리는 곳에서 수근 거리고...옥상으로 끌려가 무릎 꿇려지고...공부하고 있으면 책 가져다가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리고...숙제 다 빼앗기고...

 

한 남자 아이는 매일 받는 용돈을 상납하고 1진 앞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그 뭐라 하죠...서로 따귀 주고 받는 것...폭력 영화에서 보았을 법한 장면을 실제로 당하고 온 아들은 자기 방에 들어가서 펑펑~울었다고 합니다. 참다 못하여 엄마에게 털어 놓으며 말이지요.

 

"엄마가...어떻게 해줄까? 학교에 가서 이야기 하고 못 하게 해줄까??"

"엄마...안돼...엄마가 그렇게 하면 난 쥐도새도 모르게 옥상에 끌려가서 머리 밟히고 피흘리면서 뉴스에서나 보게 될꺼야..."

 

이 이야기를 하시며 부모로써 어떻게 해줄 수 없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살벌한 아들의 표현에서 아들의 아픔과 두려움이 전해져 너무 안타까웠다 합니다. 울컥 눈물을 보이셨고 다른 선생님들까지 함께 울며 공방은 눈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이쁘장한 외모와 큰 키가 문제가 되어 왕따를 당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욕을 먹고...무얼 하고 가면 빼앗아 가버리고... 용돈을 모아서 큰 마음 먹고 사 신고 간 운동화를 그 날로 빼앗기고

한 겨울에 실내화로 신는 슬리퍼를 신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엄마는 참지 못하고 학교에 찾아 갔다 합니다.담임 선생님은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아이들 사이의 일이라는 듯한 반응에 더 울화가 치밀었다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건...이 아이들은 그럭저럭 상황을 잘 이겨내었고...무엇보다...엄마와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 함께 버틴 결과 지금은 더 큰 폭력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합니다. 하지만...엄마들은 또 다시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늘 걱정이라 합니다. 왕따를 당하던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만 나온다고 합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정말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내미가...도둑 누명을 썼다가 그 아이가 훔친것이 아닌 것이 밝혀졌다 합니다. 물론 엄마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알아본 결과로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의심의 눈초리만 보냈었죠. 진실이 밝혀졌지만...담임 선생님은..."아...00이가 아니고...00가 그런 것이구나..." 혼잣말을 하시고 그냥 끝...이었답니다. 친구들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단 한마디의 말씀도 없으셨답니다.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대하는 친구들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 하다가 결국 왕따 없다는 시골로 떠나겠다고...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아이를 위해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합니다. 약 2주 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전화 통화를 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선생님의 안일한 대처와 아이들 수준의 대응을 하는 남 이야기 좋아하는 엄마들...에게 시달리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그저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만 있다고 합니다.

 

내 아이 하나 반듯하게 키우면 되지?? 요즘은 그런것도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똑똑하면 똑똑해서 왕따, 멍청하면 바보라고 왕따, 이뻐도 왕따, 못생겨도 왕따, 키가 커도 왕따, 작아도 왕따, 힘이 없어도 왕따, 말 잘하면 말 많다고 왕따, 말 안하면 또 안한다고 왕따...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또 그걸 꼬투리 잡아 왕따...이유도 없고 그냥 거슬리면 왕따의 대상이 되는 듯 합니다.

 

제가 왕따를 당하는 엄마들의 모임을 찾아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우연히 공방에서 만나 함께 공예를 하는 평범한 맘들을 만난 것입니다. 아이들도 모두 평범한 학생들 입니다. 그런데도 왕따의 경험은 어쩌면 이리 흔하게 있는 것일까요. 선생님들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어쩌면 그렇게도 다들 방관적이고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셨던 걸까요...

 

 

뉴스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이의 투신자살 소식이 또다시 들려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도대체...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병들어야 할까요...당한 아이도 아프고 괴로웠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해 아이도 똑같이 어딘가 마음이 아프고 병든 아이들이겠죠..새삼...내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걱정 됩니다. 내 자식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생각보다 왕따,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너무 가까운 곳에 보편적으로 널려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어갈 세상...그 또한 함께 병들어가지 않을까...마음이 아프고 걱정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