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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곁에 있어주는 엄마? 돈 버는 엄마가 더 좋다는 중딩

모처럼 이모네 가족과 주말 나들이를 했습니다.

이모의 지인분이 오이도에서 조개 구이집을 운영하셔서 덩달아 저희까지 맛난 조개 구이를 먹었지요 ㅋ

맛난 조개구이가 지글지글 보글보글 익어가고

오고가는 수다속에 분위기는 화기애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고...좋다...얼마만에 주말에 쉬는지 모르겠다..."

이모는 돌상 이벤트를 하십니다.

쉽게 말해 돌잔치에 돌상을 예쁘게 장식하고 꾸미는 일을 하시는 거죠.

대부분의 잔치가 주말에 있는 덕에 항상 남들 쉬는 주말과 공휴일에 더 바쁘십니다.

 

"엄마가 주말에 있으니깐 나도 좋다...주말에는 맨날 혼자 있거나 아빠랑만 있는데..."

중3 사촌동생도 모처럼 가족과 보내는 주말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조금만 참아...엄마가 몇 년만 더 일하고 맨날 딸 옆에 있어줄게..."

이런 둘의 대화에 주제 넘게 제가 끼어들었습니다.

"치...몇 년후면...S는 대학가고 그때는 이모가 곁에 있어 달라해도 저 놀기 바쁠 걸...

있어 주려면 지금 있어줘야지..."

 

지난 중간고사때 주말에 혼자 집에서 공부를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음에도

곁에 아무도 있어주지 않아서 외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았었기에

나름 심각하고 진지하게...사촌동생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 했지요.

 

그런데 왠걸요...사촌 동생은 정색을 합니다.

"아니야...언니 난 괜찮아..."

"응?? 그래도 공부하고 힘들때 엄마가 옆에 있어 주고 시간이 있을때는 같이 놀고 나들이도 하면서

그렇게 주말 보내면 좋지 않아? 평일에는 학원이랑 학교 때문에 또 함께 시간을 갖지도 못하는데..."

"괜찮다니깐...난 곁에 있어주는 엄마보다 지금처럼 돈 많이 벌어서

내가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 다 사주고, 이렇게 나들이 와서 돈 걱정 안하고 비싼 밥 먹고

아빠 방학때는 함께 여행도 풍족하게 가고...그렇게 해주는 엄마가 더 좋은데..."

"진짜?? 지난번에 외롭다고 했잖아..."

"그때는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욱하는 마음이 들었던 거고...

옆에 있으면 또 옆에 있는대로 스트레스지..."

 

"언니야...봐봐...아빠도 적게 벌어오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걸로는 우리집 생활하고

내 학원비랑 학비 대기도 빠듯하데...그러면 이렇게 먹고 놀고 쓸 돈이 없잖아...

언니가 이렇게 우리집에 자주 와서

돈 걱정 안하고 먹고 놀다가 가는 것도 다 우리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지..."

 

 

 

뭐...그건 그렇습니다. ㅡㅡ;;;

평일에 자주 늦는 남편...혼자 집에서 밥먹기 싫고 조금 고가의 먹거리가 생각날때면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이모야...나 뭐 먹고싶다..." 그러면 "와라...이모부한테 전화해봐..." 하십니다.

그러면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시는 이모부께서 친히 저희집 주차장까지 마중을 오시지요. ㅋㅋㅋ

워낙에 아기들을 좋아하셔서...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시면 저희의 방문을 절대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암튼...말이 옆으로 샜지만...

그렇게 전 먹고 싶거나 특별히 갖고 싶은게 있으면 이모에게 전화를 걸곤 합니다.

사촌동생은 이런점을 콕~~집어 지적 한 것이겠죠.

 

"그래도...엄마가 맛있는거 많이 해주고 항상 옆에서 필요한 것 챙겨주고.."

"에이...그건 한결이랑 하랑이처럼 완전 애기때나 그렇지...

조금만 더 커봐...난 초등학교때부터 엄마가 일을 했는데

가끔 심심할때는 있어도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되어서 나름 만족했는데..."

 

"그래? 얘들도 그럴까??"

"당근이지...내 친구들도 다 그래...

그리고 우리엄마는 능력이 되니깐 다른 친구들 엄마보다 예쁘게 하고 다니고

그래서 엄마가 학교 오면 자랑스럽더라..."

 

솔직히 머리가 띵~~하도록 충격적입니다.

외동딸로 외로움 많이타는 사촌동생...

어쩔 수 없이 바쁜 엄마를 보내주긴 하지만 함께 있어주길 바라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중3 사촌 동생은 한 마디 더 보탭니다.

"언니 맨날 애들때문에...

뭘 못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보다도 아주 많이많이 배워서 능력있는 엄마가 되어야해...

애들을 위해서라도..."

 

 

요즘 배우는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아져...늘 시간이 없다고...

바쁘다고...힘들다고...투덜대며...다 그만 두고 아이들만 볼까 했는데...

사실 아무것도 안 배우고 일도 안한다고 해서 딱히 그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올인하는 것도 아니면서

늘 핑계는 아이들이고 게으름의 이유가 되곤 합니다.

새삼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듯 합니다.

 

근데...아이들은 정녕 능력있는 엄마를 더 좋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