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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다섯살 딸이 보여주는 자기주도 학습의 진수

5살 딸내미는 상당히 똘똘한 편입니다.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한글을 떼어 왠만한 글자들은 읽고 씁니다.

매일 엄마에게 물어 봐가면서 쓰기 연습을 하더니 숫자도 100까지 씁니다.

1,2,3,4...아라비아 숫자로도 세고

하나, 둘, 셋...한글로도 세고

원, 투,...일레븐, 투엘븐...영어로도 셉니다.

 

단순히 수만 세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숫자가 더 크고 작은지

어느양이 더 많고 적은지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도 능수능란 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딸의 작품에는 늘 제목과 간판이 붙습니다.>

 

덧셈, 뺄셈도 제법합니다.

"엄마...내가 과자를 네 개 가지고 있었는데

한결이 하나 주면 세 개가 남구요

엄마에게 또 하나 주면 두 개가 남아요.

그래도 난 또 두개가 남으니깐 내가 제일 많이 먹는거에요. 맞죠?"

 

★★

 

"엄마...우리반에 17명이 있는데요 오늘은 4명이 결석 했어요.

그래서 13명이서 놀았어요. 이건 17에서 4 빼면 13 되는거잖아요."

 

특별히 가르치고 배우지 않았지만 생활 속에서 수시로 숫자 공부를 합니다.

 

"How's the weather today?"

"It's Sunny"

창밖을 보면서 놀다가 묻습니다.

"엄마...써니가 맑다는 거 맞죠? 오늘 비 안오니깐 맑은거잖아요.

그러니깐 'It's Sunny' 라고 하는거에요."

 

"아...그렇구나...엄마는 하랑이가 알려줘서 알았네..."

 

자랑스러워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씰룩 거리며 말합니다.

 

"To day is....엄마...월요일이 뭐에요?"

 

"MOnday."

 

"알아, 알아....To day is Monday.

오늘은 월요일이니깐...먼데이"

누가 뭐랬나? 지가 물어봤으면서...

 

"그럼 내일은 화요일이니깐...뭐지??"

"TuesDay."

 

"알아 알아..."

그 놈의 알아알아 소리는 ㅡㅡ;;;

 

 

"그럼...하랑이는 당연히 알았겠지...엄마는 확인만 시켜준거고..."

 

★★

 

흔한 학습지 한 번 안시키고 엄마표 영어 같은 것도 따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놀이하는 영어와 가끔씩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 한 두권 신나고 재미있게 읽어 준 정도?

때문에 띄엄띄엄 배운 실력으로 콩글리쉬 영어를 구사하곤 하는 딸내미는

자주 틀리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쏼라쏼라 하고 다니기도 합니다.

 

하지만...왠만하면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지적을 받아 한 단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 보다 중요한 건...

딸내미의 자존심과 자신감이 다치지 않게하는 것이라 여겼거든요.

지금 스펠링, 발음하나 교정 해주는 것 보다

틀리든 맞든 일단 말로써 표현하게 하는 자신감 말이죠.

 

 

<단순한 그림이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간단하나마 스스로 패턴 터득>

 

다섯살 아이에게 이론을 가르치면 얼마나 가르칠 것이며

습득해보아야 얼마나 습득이 되겠어요.

어짜피 조금 더 크면 질리도록 이론공부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시키고 싶지 않더라도 그게 현실이니... 

 

"아이고...잘 하네...엄마보다 더 잘 하는 것 같은데?? 또 해봐..."

작은 호응에 힘입어 더 열심히 물어봐가며 목청 높여 영어로 쏼라쏼라..

 

★★

 

하다가 흥이 나면 동생을 끌고 방으로 갑니다.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생에게 따라합니다.

"I See circle."

"아...씨...아씨..."

직사각형을 그리고 또 따라하게 합니다.

"I see rectangle"

"아...씨...아씨..."

 

"엄마...내가 한결이한테 영어 따라하라니깐 막 따라해요..."

자랑하며 목소리를 더 크게 높입니다.

 

★★

 

물론 동생은 누나가 놀아주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라...열심히 따라 하는 것이구요

누나는 진지하게 따라하는 동생의 반응에 더욱 즐거운 영어놀이 시간이 되는 것이죠.

이 놀이에서도 칭찬과 격려 흥을 돋우어 주는일 외에 일체의 간섭은 하지 않습니다.

 

★★

 

차를타고 지나가다 움직이는 구름을 보았습니다.

"엄마...저기 바바요...구름이 너무 아름다워요..."

하늘을 한참동안 가만히 보다가

"근데...구름이 움직여요..어디가는 거에요?"

"글쎄...어디 가는 걸까??"

"음...잘 모르겠어요. 나처럼 할머니 집에 가나?

 근데 구름은 왜 움직여요?"

"글쎄...왜 움직일까??"

"음..누가 구름을 밀어주나 봐요..."

"그래?? 누가 밀어주는 걸까??"

"음...엄마 저번에도 봤을때 공기는 힘이 있는 바람이 되어서

 깃발도 펄럭이게 만들고

집도 날리고, 바람개비도 돌게 만들잖아요.

구름도 바람이 밀어주나봐요."

 

★★

 

엄마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반문만 잘 해주어도

예전에 읽었던 책 혹은 경험에 의하여 쌓았던 지식들을 잘 접목 시키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답은 맞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고 전혀 엉뚱할 수도 있구요.

중요한 건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라는 것이죠.

 

 

5살인데 이정도면 제법 아닌가요?

적어도 제가 만나고 가르쳤던 아이들 중 꽤 똑똑한 아이들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딸은 늘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여 궁금한 것이 많고

노트와 펜을 끼고 다니며 수시로 그리고 쓰고 연습을 합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만들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배우고 싶어 하는 것도 많구요...

생각이 많은데 글씨는 능수능란하게 써지질 않자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5살 치고는 제법 깊이가 있는 그림을 그려내곤 합니다.

 

 

<늘 스토리가 있고 이유가 있는 5살 딸의 그림>

그런 딸에 비하여 엄마는 대응은 늘 소극적입니다.

엄마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기 시작하면 욕심이 생길 것 같아서요.

딸의 지적 호기심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고

스스로 궁금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습득도 빠르고

이해도 빠른 것이라는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이죠.

 

살짝의 도움을 주고 묻는 것을 대답해 주는 것 외에 일체의 가르침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 못해 이미 넘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굳이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조금만 더 자라면

많은 사람들이 딸아이에게 궁금하지 않고 배우고 싶지 않은 지식까지 넣어줘야 한다고 강요를 하고

그렇게 따라하지 않으면 교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인양...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하겠죠.

 

워낙에 타고나길 팔랑귀라...누군가의 말에 솔깃 넘어가곤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자녀 교육은 딱 지금처럼만 시키려구요.

하고 싶다는 것, 궁금하다는 것만 가르쳐주고

왠만하면 답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독서 습관 잘 들여주고

틀려도 기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해 주면서요.

 

앞에 쭉~~나열했던 딸내미 자랑...

이리 엄마가 자랑을 할 수 있는 딸로 자라 준 것은

 

혼자 궁금하고 배우고 싶어서...

엄마가 미리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어리지만 자기주도 학습의 기초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세 되었으니 한글을 시작하여 6세 이전에는 떼어야 한다

4세...말을 시작할때부터 영어를 해야 발음이 좋다

5세에는 숫자도 다 떼어야 한다.

 취학전에는 덧셈,뺄셈은 물론 구구단과 나눗셈까지 하여야 한다.

이런걸 왜 엄마가 정해주고 지나가는 학습지 선생님들이 정해주어야 합니까?

정작 본인은 관심도 없고 배우고 싶지도 않은데...

 

실제로 딸내미가 관심을 갖기에 공부 비슷하게 시켜보려 한 적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저도 욕심많은 대한민국의 엄마니깐요.

그런데 왠걸요...

엄마의 사심을 아이도 느끼는 것인지... 

욕심을 가지고 덤벼들면 딸은 대번 뒷걸음질 치곤 하더군요.

 

 

"우리 나라의 사교육은 너무 일률적이고 한 방향에 치우쳐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이지 배움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공부를 시켜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은 길고 학업 성취도는 높지만

정작 아이들은 누구를 위한 공부인지...행복지수는 매우 낮고 창의력 또한 떨어진다.

현대 사회의 평균 연령도 길어져 100세 시대가 온다는데...

평생 배우고 깨우치고 살아도 길어질 인생에

20년도 살기 전에 배움에 대하여 질리게 만들면 아이들의 남은 일생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

 

 

'나는 꼽사리다 금주 7회- 곽노현에게 사교육의 길을 묻다'에서

 

교육감님이 하셨던 말씀들 입니다.

정말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100세 시대에 평생 갖어야할 지적 호기심을 20세가 되기 전에 깨버리고 있다.

공부에 질리게 만든다...에 정말 공감하고 찌릿...전율이 오더군요.

 

정치 경제에 큰 관심이 없고

나꼼수, 나꼽사리를 즐겨 들으시는 애청자는 아니시더라도...

 

물론...평소에도 많이 들으셨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죠.

요즘 같아선 유모차 끌고 광화문에 나가 1인 시위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무튼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고

사교육의 바른 방향에 대한 비젼을 제시받고 싶으신 분들은

이번 나는 꼽사리다-금주7회 라도 들으셨으면 좋겠네요.

 

 

몇 년만 지나도 딸은 배우고 싶지 않아도 배우고

살아가면서 필요 하지도 않을 지식을 습득하느라

엉덩이에 땀띠 나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할까요?

 

부디 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에는 이런 경쟁 사회가 조금은 무뎌지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