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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수시로 말문 닫는 아이 수다쟁이 만든 질문의 비법

딸은 과묵한 편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말이 많은 편이죠.

말은 많은 편이긴 한데...정작 엄마가 궁금한 것을 물어볼때면...

입을 꾹~~다물어 버립니다.

 

엄마의 공연한 참견처럼 느껴지는 것일까요?

특히나 원 생활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하랑아..오늘 유치원 재미있었어?"

"응?? 그냥 그랬지 뭐..."

 

끝입니다.

조잘조잘...친구들 혹은 선생님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궁금한데...말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궁금한게 많아 먹고싶은 것도 많은 하랑맘...

질문의 방법을 바꿨습니다.

일명...구.체.적.으.로

 

냉장고에 딸아이 유치원에서 보낸 계획표를 붙여 놓았습니다.

일단 평소처럼 물었습니다.

"하랑이 오늘 유치원 재미있었어??"

"응...그냥 뭐...그렇지..." 그리곤 딴소리를 합니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유치원 시간표를 들여다 보면서 질문을 바꿉니다.

"어...하랑이 오늘 애국조회했구나. 애국가 불렀겠네??"

엄마의 구체적인 질문에 막혀있던 딸의 말문이 트입니다.

"응?? 응...큰소리로 불렀어...근데 국기에 대한 경례는 안했어..."

"그렇구나..."

"응...그리고 원가도 불렀어...제일 마지막에...근데 난 아직 잘 몰라서 못했어..."

 

일단 여기까지는 자연스레 말이 이어졌는데 또 말이 끊겼습니다.

"어디보자...와...오늘 영어발레 했네??

재미있었겠다...아니다 놀이과학이 더 재미있었나??

음...난 둘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응...둘다 재미있는데...난 영어 발레가 더 좋아.

근데 발레 시간에 친구들이 자꾸 선생님이 시키는 거 안하고 막 뛰어다녀..."

 

"그렇구나...선생님 속상했겠다"

"응...나도 처음에는 같이 뛰다가 선생님이 슬퍼보여서 안 뛰었어...

그랬더니 키티 도장 찍워 줬어...봐봐..."

딸의 손등에는 키티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기특하게도 선생님의 마음까지 헤아렸네요...ㅋㅋㅋ

 

"밥은 많이 먹었어?"

"응...두 번 먹었어..."

"와...대단하다..키가 쑥~~컸겠는데..."

"응...난 김치도 먹었어...세개나...오이도 먹고 밥에 있는 콩도 다 먹었어..."

"어디...일어서봐...어...아까 아침에는 엄마한테 이만큼 밖에 안왔는데...

진짜 쑥~~컸네..."

일부러 지금의 키보다 조금 아래쪽을 짚었다가 지금의 키에 맞추어 짚어주며

컸다고...오바하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점심 조금 더 먹었으면 배나 조금 더 나왔겠지

키가 순식간에 컸을리는 만무 하건만 딸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뭍어납니다.

 

이 몇가지의 유치원 이야기에 이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친구와 있었던 일, 선생님과 나눈 대화

오늘 있었던 발표까지...딸과 한 30분 정도 더 수다를 떨었습니다.

 

 

처음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질문에는 시큰둥 했던 아이가

"애국조회 시간에는 애국가 불렀겠다.." 에 적극적으로 변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뭉뚱그려진 유치원을 다녀온 소감을 물었을때는 떠오르는 영상이 없다가

구체적인 질문에 애국조회 시간의 상황이 떠오르면서 할 말이 생각 나지 않았을까요?

 

 

"00시간에 재미 있었어? 뭐 배웠어?" 계속 질문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00시간 재미있겠다. 앗...00시간도 재미있겠네...흠...엄마는 00 시간이 더 좋긴하더라."

살짝 엄마의 취향만 내비추어 주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스스로 대답을 하곤 합니다.

"난 00시간이 좋아...근데 00시간에는요..." 라면서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이나 배운 내용을 이야기 해주더군요.

 

하랑이의 친구맘들은 부러워합니다.

"좋겠어...하랑이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시시콜콜 다 얘기 하는구나.

우리 00는 도무지 말을 안해..잘 다니고 있는건지...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는지..."

 

 

 

 

그런데요 그렇게나 말이 없다는 친구에게도

하랑이에게 사용한 방식으로 질문을 하면 술술술...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선천적으로 말수가 적은 아이라도

대답하기 쉬운 구체적인 질문으로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주면서 들어주면

이야기 보따리를 곧잘 풀어 놓는다는 것이죠.

 

 

어른들에게도 뭉뚱그려..."오늘 재미있게 보냈어?" 라고 물으면

"응...그냥 뭐...늘 똑같지..." 이리 대답이 나오지 않나요?

비슷한 뉘앙스이지만...아주 조금만 구체적으로...

"오늘 오전에는 집에 있었어?"

오전으로만 주어도

 

"응...아니 동사무소에 갔다가 운동 좀...하고 집에와서 점심 먹었지."

"그래?? 동사무소는 왜 갔는데?"

"말도마...글쎄 어제...은행에 갔는데..."

자연스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처음 동사무소에 가게 된 사연부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어른들도 이럴진데 아직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법도 서툴고

논리적인 표현력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오늘 재미있었어?"

"친구랑 사이좋게 지냈어?" 라는 질문은 왠지 추상적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랑 안 싸웠어?" 대신 평소 친한 친구 이름을 콕~~집어서

오늘 "00랑 병원 놀이 했어?" 라고 물어보면

"아니...오늘은 00랑 병원놀이 말고 소꿉놀이 했어...00는 자꾸 자기만 엄마한데..."

"그렇구나...그럼 00가 계속 엄마 했나?"

"아니..내가 안한다고 했더니 나 엄마 시켜줬어..."

순식간에 무슨 놀이를 했고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잘 놀고 왔음이 확인 되잖아요?

 

어제와 똑같이 "00랑 병원 놀이 했어?"

라는 질문에 오늘은 다른 대답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니...00랑은 못 놀고 XX랑 놀았어...00는 늦게 왔어."

"아 그래? 왜??"

"응...이가 썪어서 치과 갔다 왔데..."

"진짜?? 어쩌다가..."
"몰라...사탕 많이 먹고 잘 안닦았나부지...대신 XX랑 공가지고 놀았다??"

이야기의 방향은 치카치카로 흐르기도 하고 다른 친구와의 놀이로 흐르기도 하구요.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 있었던 트러블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하랑이는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긴 합니다.

하지만 말이 많을뿐 또 엄마의 질문에 따박따박 대답을 해주는 아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딸을 통하여 대부분의 궁금증을 해소합니다.

단도 직입적인 질문을 할 때도 있고 우회적으로 질문을 할 때도 있구요.

범위를 크게 물어 보았다가 점점 좁혀주며 구체적으로 묻기도 합니다.

 

참 별거 아니죠?

그런데 그 별게 아닌게 내 아이에게 적용하려면 왜 이리 힘든지...

 

 

제 딸은 영재도 아니고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를 특별하게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 장담을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지금은 약간 똘똘하고 기발한 발상도 많이하며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동생에게 샘을 부리긴 하지만 속 깊고 밝은 아이입니다.

그저 이정도로만 키우는 육아법이라도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시기에

앞으로 열심히 공유하려 합니다.

 

한동안 많이 바빠서 블로깅을 게을리 했었고 앞으로도 처음처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늘 걱정해 주시고 궁금해 해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구요 

최대한 성실하게...열심히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