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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아이들의 길고 긴 여름방학, 바쁜 엄마의 고민

아이들이 방학을 했었습니다.

아니 하랑이는 여전히 방학입니다.

유치원은 방학도 길어서 2주를 훌쩍 넘겨 17일 가까이 되네요.

 

덕분에 엄마의 일은 올 스톱이요 최고의 폭염이 계속되는

나날속에 헥~헥~ 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혼자 있으면 선풍기 틀고 얼음물 마셔가며 어찌어찌 버텨 보겠건만

덥지도 않은지 뜨거운 베란다에 나가서 실컷 놀다 들어와서

후끈 달아오르고 끈적끈적해진 몸은 생각도 않고 엄마에게 덥석 안겨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

윽...정말 사랑만 해주는 것... 열많은 엄마에겐 너무 괴로운 일입니다.

 

참다 못해 에어컨을 틀어보았지만

휙휙~~빠르게 돌아가는 전기 계량기가 눈에 보이고

이글이글 타는 창밖의 해를 보면서 나 마저도 이리 틀면 내년에는 지구가 더 뜨거워질텐데...

밑도 끝도 없는 환경 걱정에 죄책감이 느껴져 곧 끄게 됩니다.

 

아들 목덜미에 빨갛게 올라온 땀띠...

딸내미 이마에 물 뿌린듯 흐르는 땀방울을 보면서 또다시 에어컨 리모콘을 듭니다.

 

 

<첫...고속도로 운전...후덜덜~~차가 넘 많아요 ㅠㅠ>

 

 

얼마 전 교통사고로 발목 인대가 파열되신

친정 아부지 문병차 충남 논산까지 손수 운전해서 다녀 오기도 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220km 장거리에 고속도로 운전...

 

휴가철의 최고봉이라는 7월 말~8월 첫째주...답게...차도 정말 많습니다.

고속도로는 차라리 괜찮았는데

군데군데 말뚝 박혀있고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 없는 시골길이

더 적응하기 힘들더니 결국 슬쩍 차도 긁히고 말았습니다. ㅠㅠ

 

외할아버지의 입원으로 더 바빠지신 외할머니...

폭염을 피해 새벽 5시부터 일을 나가셨습니다.

외할아버지 면회 잠시 다녀와서 물놀이를 하며 할머니를 기다려보는데...

벌써 해는 중천이고 아침 7시부터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둘이 하시던 일...혼자 하시려니 일손이 더뎌진 외할머니...

좀처럼 돌아오시질 못 합니다.

 

 

<물놀이의 최고봉...빨간 다라이 등장이요>

 

젊고 건강한 제가 그늘에 가만히 있기도 힘든 더위...

힘든 밭일 그것도 땡볕에서 하시는 친정어머니..저러다 쓰러지시진 않을런지...

엄마 껌딱지 아들 핑계를 대어 보아도 자꾸만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렇게 시골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방학...

오늘은 특별히 계곡을 가기로 했습니다.

저도 큰 마음을 먹었지만...큰 마음 먹은 사람들이 아주아주 많은지...

송추 계곡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집에서의 거리는 20km 남짓...이건만...시간은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송추계곡에서 마냥 행복한 아이들...>

 

차라리 걸어가는게 빠르지 싶을만큼...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나마..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 주어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지요.

 

시골도 다녀오고 계곡도 다녀 왔는데도 여전히 아이들은 방학 입니다.

집에 있기에는 또 너무 더워서 극장을 갔습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조조할일...큰 마음 먹고 3D  영화관을 찾아

새미의 어드밴쳐 2를 관람합니다.

안경이 불편하다고 벗어던진 아이들...

2~3개로 겹쳐 보이는 화면을 안경도 쓰지않고 3D 영화를 관람합니다.

황당...ㅡㅡ;;;

디지털 영화 볼 걸...ㅡㅡ;

 

복날이라고 이모 할머니 댁에 가서 오리탕도 얻어 먹고 왔습니다.

근처의 호수공원 산책도 하고 분수 광장에가서 놀이도 하고 돌아 왔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방학입니다.

 

 

<아이는 행복 엄마는 괴로운 길고 긴 여름방학>

 

집에서 뒹굴뒹굴 올림픽 응원도 하고 팥빙수도 만들어 먹고

블럭 놀이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방학입니다.

 

"엄마...나는 유치원이 어린이집 보다 좋아요. 왠지 알아요?"

"글쎄...하랑이는 유치원이 더 재미있어?"

"아니요...유치원은 방학이 어린이집 보다 훨씬 길어서 좋아요."

 

그렇구나...방학이 너무 좋구나...

그래서 유치원도 좋아 하는구나...

 

 

해맑게 방학이 좋다는 딸내미...

2주 사이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거리에 대한 걱정때문에

노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

새벽잠과 밤잠을 설쳐가며 한다고 하지만

맡아놓은 일감은 방치상태입니다.

 

 

더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데

미안한 마음과 한편으로는 빨리 방학이 끝났으면 좋겠다...싶은 이기적인 마음...

두 마음이 공존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오늘도 방학이고 내일도 방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