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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동생의 흰 피부를 질투하는 딸을 달랜 아빠의 무리수

우리집 5살 딸내미의 피부는 까무잡잡 합니다.

타고나기도 뽀얗게 타고나질 않았고 햇볕에 유난히 잘 그을기도 합니다,

덕분에 봄 지나고 여름 후반부에 이른 지금 이 계절은...까매도 너~~무 까매졌습니다.

 

우리집 3살 아들은 피부가 참 하얗습니다.

타고나기도 하얗게 타고났고 햇볕에 잘 타지도 않습니다.

잠시 빨갛게 되었다가 다시 흰 피부로 돌아옵니다.

 

 

 

남편과 제 피부도 보통 사람보다 많이 흰 편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족 4명 중에서 딸만 까무잡잡한 편입니다.

 

덕분에 딸은 어릴적부터 수시로 이런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하랑이는 생각보다 하얗질 않네...니네 둘다 하얘서 피부 하나는 정말 하얗게 태어날 줄 알았는데..."

뭐...이때는 딸이 어렸으니 그 의미를 잘 몰랐겠죠.

 

그런데 동생이 조금씩 자라면서 수시로 이런 말을 듣습니다.

"와...얘는 어쩜 이렇게 뽀얗니...피부 백만불짜리다..머리도 갈색이네...남자애가 이쁘게도 생겼다."

뽀얀 피부에 갈색 머리카락을 타고나서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아장아장 걷고 귀여움을 떨기 시작하는 두 돌 가까이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만 아들에게 향합니다.

 "에이고...누나랑 바꿔서 태어났어야 하는데..."

다 좋은데 왜 울 딸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보면서 대놓고 이리 말을 하는지...

 

 

 

 

처음에는 의미를 잘 몰랐지만...이젠 딸도 알 건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엄마...나도 하얘지고 싶어..."

"왜?? 엄마는 지금도 예쁜데..."

"싫어...나도 한결이처럼 뽀얗게 되고 싶어..."

"엄마도 하얗고 아빠도 하얗고 한결이도 하얗잖아...

왜 나만 이렇게 낳았는데??"

 

에효...낸들 그렇게 낳고 싶어 낳았겠니...

너를 구성하는 유전자중...검은 피부가 우성인가부지...ㅡㅡ;;

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그냥 무조건 지금도 이쁘다고만 하다가...

 

"그렇게 피부가 예뻐지고 싶은 아이가 야채를 너무 안먹잖아.

피부가 예뻐지려면 야채도 많이 먹고 우유도 많이 먹고...그래야 건강하게 쑥쑥 크고

피부도 예뻐지지..."

 

"진짜야? 야채 많이 먹으면 한결이처럼 뽀얗게 될 수 있어??"

"그래...한결이는 토마토도 잘 먹고 우유도 하루에 두 통 씩 먹잖아...

그리고 비누칠 하기 싫어서 썬크림 안 바르고 다니면 더 많이 까매지는 거고

귀찮다고 모자 안 써도 얼굴이 까매지는 거야..."

"알았어...그럼 나도 썬크림도 잘 바르고 모자도 꼭 쓰면 하얘져?

이제부터 우유랑 토마토 많이 먹을거야...빨리 줘..."

 

그렇게 딸은 몇 일간 그 싫어하는 토마토와 우유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꼭 확인합니다.

"엄마...나 좀 하얘진것 같애??"

"그게 뭐..단번에 그렇게 하얘지나...평소에 많이 먹으면 나중에 피부가 예뻐져..."

하얘지는 건 모르겠지만 피부가 예뻐지는 건 사실일 터이니 전혀 없는 소리를 한 건 아닌거 맞죠?

암튼 엄마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피부의 상태를 체크합니다.

뭐...몇 일 토마토 잘 먹었다고 하얘지겠습니까...

본인 보아도 차이가 없자 또 딸은 수시로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아빠와 대화를 할때는 울기까지 했습니다.

"엉엉...나도 하얘지고 싶어..."

"아니야...아빠는 하랑이가 훨씬 이쁜데...씩씩하고 건강해보이고..."

"그런데 사람들은 다 한결이만 이쁘다고 하잖아...엉엉...난 한결이처럼 하얘질거야..."

 

 

어제 밤이었습니다.

동생을 먼저 재우고 딸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엄마...한결이는 진짜 하얗다..이쁘다.."

원래 애들은 잘 때가 가장 이쁘지 않습니까??

누나의 눈에도 동생의 자는 모습이 이뻐 보였나 봅니다.

아닌게 아니라 하얀 런닝에 기저귀만 차고 자는 아들의 모습...

형광등 아래의 3살 아들 유난히도 하얗게 보이긴 하더군요.

 

"근데 엄마...난 한결이 하나도 안 부러워...이런 피부는 맞고 다니기 딱 좋데..."

띵~~~~ ㅡㅡ;;; 이건 또 무슨 소리 입니까...

"누가 그래??"

"아빠가...한결이처럼 하얀애는 약해 보여서 맞고 다니기 딱 좋뎄어.

나 같은 애가 씩씩하고 건강해 보이는거래..."

솔직히 뭐라고 대꾸를 해야하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도대체 언제 이런말을 한건지...ㅡㅡ;;

 하여간 하랑이 아부지의 발상은 참...독특합니다. ㅋ

 

아빠의 위로 덕분에 딸은 더이상 동생의 하얀 피부를 부러워하며 절망에 빠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건 다행인데...한편으로는 찜찜한 이 기분은 뭘까요...

엄마로써 딸의 검은 피부에 대한 고민도 속이 상하지만

약해보여서 맞고 다닐 아들은 더 큰 고민이니 말입니다.

 

남편에게 슬쩍 물어보았더니 본인은 기억도 못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딸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무리수였겠죠.

아무래도..우리 한결이...6살이 되면...꾸준히...태권도라도 시켜야 할 듯 합니다.

약해보일 망정 맞고 다니지는 않게 말이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