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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우대 VS 유아보호, 그래도 단풍이 아름다워서 참는다.

미친척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설악산으로 떠났다.

지인의 부탁으로 쏘라노를 예약해 두었는데 지인이 갑자기 못가게 되었단다.

 

 취소 할까 하다가...그냥 내가 가자 싶어 그리 했다.

강원도까지...3시간 가까이 되는 긴 운전이 부담되긴 하지만...까짓...해보자 싶었다.

 

혼자는 차마 용기가 안나서 15개월 된 아들이 하나 있는 옛 동료 선생님과 동행을 했다.

설악 워터피아에서 신나게 물놀이 하고...

저녁을 먹이고 나니 아이들은 9시도 안되었는데 모두 잠이 들었다.

치킨에 맥주 한 잔 하며...

수다를 떨기 시작하여 새벽 2시에야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왜 그리 할 말이 많은지...ㅋㅋ

 

 

 

 

 

일찍 잠이 든 아이들은 아침 6시부터 일어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5살, 3살, 2살...꼬맹이들은 피곤한 엄마들의 사정 따위는 절대 봐주질 않았다.

 

아침 먹이고 쏘라노 호수가...산책하며 잉어 밥도 먹이고 꽃도 따고...

 아침 일찍 일어나니 그 모든 것들을 다 하여도 9시....ㅡㅡ;

 

새벽까지 폭풍수다 뒷끝이라 무척 피곤했던 엄마들은 계획했던 바닷가도

설악산 케이블카도 모두 귀찮아졌다.

특히나..하랑맘은 또 다시 3시간 가까이의 장거리 운전이 무척이나 부담이 되었기에...

왠만한 일정은 다 취소하고 싶었다.

 

그냥 일찍 가자...하고 쏘라노를 출발 하였는데...

왠지...뭔가가 아쉽다.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설악의 단품이 보이고 '백담사' 이정표가 보인다.

 "쌤...우리 저기 갈래? 저긴 셔틀 있어서 많이 걷지도 않아도 되고 단풍 보기도 정말 좋을텐데..."

나의 제안에 동행한 안쌤은 적극 동의 했다.

 

네비게이션으로 검색을 하였더니 887m 남았단다.

 우리가 백담사 가는 것은 운명이었나 부다.

 1Km 도 안 남은 곳에서 급 가게 되었으니 말이지...ㅋㅋㅋ

 

 

 

 

 

 

 

그렇게 백담사 도착시간 10:27분....

헐...효도관광 오신 어르신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차장 가득 관광버스 및 각종 승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틀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300m 가까이 길게 늘어져 있고...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줄의 가장 뒷끝에 섰다.

젊은 애기 엄마 둘이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남자 아이 둘 겨우 제 앞가림이나 할라나 싶은

여자 아이 하나를 데리고 섰더니 사람들이 많이도 쳐다본다. ㅡㅡ;;

 

 

"아이고...대단해요...이런 아가들 데리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바로 앞에 선 아주머니는 실제로 이렇게 말씀도 하시며 경이의 눈길로 바라보셨다. ㅋㅋ

 

그도 그럴것이 자유로운 영혼 한결군이 정신없이 나대는 것은 기본이요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돌쟁이 친구 아들놈은 더 심하게 나대고

가장 큰 아이인 5살 딸내미는 덥네...다리가 아프네...햇볕이 눈 부시네...

내내 징징 댔으니깐...ㅠㅠ

 

 

무튼 그렇게 함참 줄을 서 있는데...

약 20~30명 가량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새치기를 한다.

일행이 있단다....ㅡㅡ;;;

힘들어도 여기까지 온 수고가 아까워 참고 기다리고 있는데 기운이 쭉~빠진다.

그런데 또 관광차 한대가 더 도착한건지...

30명 가량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앞에서 새치기를 시도하려 한다.

 처음에도 투덜거림이 많았던 뒷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마침 공원의 관리자가 옆에서 큰 소리로 말한다.

 

"어르신들...새치기 절대 안됩니다. 일행이 있어도 안됩니다. 뒤에 가서 서세요..."

 

"아...일행이 있다니깐..."

 

그제야 우리 주변에 있던 다른 분들도 한 마디씩 보탠다.

 

"아...여기 아가들 안 보이세요? 나이 드신분들이...아가들도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여기서 말하는 아가들이란 물색없이 즐거운 우리 아가들을 말함이라...ㅋㅋㅋ

 

 "우린 모두 다같이 일행이라서 헤어지면 안 되어서 그래..."

 

어르신들은 꼼짝 않고 그 자리를 지킨다.

 

 "그래도 안 됩니다. 만약 제가 이 아이들은 제 조카입니다.

하면서 가장 앞으로 데려다 주면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사람 많은 곳에서 먼저 온 순서대로가 기본중의 기본 아닙니까..."

 

"아 이놈이 어디서 눈을 부라리고 큰 소리야...니놈은 경로우대 사상도 몰라??"

 

드디어 나왔다. 어르신들이 불리할 때면 나오는 '경로우대' 론...ㅡㅡ;;;

 

 "경로우대...그렇게 따지면 아가들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분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인데...

경로우대를 누구에게만 적용하고 누구에게는 적용하지 않을 수는 없잖습니까...빨리 뒤로 가세요..."

 

 

 

그 뒤로도 한참 동안의 실갱이가 벌어졌고...

끝까지 새치기를 한 어르신들 덕분에

우린 약 2대 정도의 셔틀을 더 밀려 1시간 가량 차량을 기다려야 했다. ㅠㅠ

 

 

 

 

 

 

그래도...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설악의 단풍은 아름다웠다.

백담사의 하얗고 정갈한 돌들과 어우러져 더욱 빛이 났다.

아가들도 신이 났다.

전날의 장거리 여행과 물놀이, 새벽부터 일어났으니 피곤도 하련만...

마냥 신나고 재미있단다.

기다리기도 힘들었고 얄미운 어르신들도 있었지만...

 

백담사...

그래도 아주 시기 적절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나저나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먼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물론...모두 사회가 지켜주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굳이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ㅡㅡ;;;

에잇...모르겠다.

어짜피 난 객관적인 판단은 어렵다.

아직 많이 어린 아가들의 엄마이기에...ㅡㅡ;;

 

하지만 아가들을 무기 삼아 사회적인 특혜 따위를 바란적은 없다.

 물론 누군가의 자발적인 배려는 기쁘게 받지만

강제적이고 의무적인 양보를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 않나?

 

하물며...고령화 시대...다들 함께 늙어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경로우대를 외치며 나이든 것이 벼슬인양 사람들의 양보를 강요하는 것...아이러니하다.

 

내 나이를 기준으로... 어제의 백담사...

예를들어 100명을 기준으로 치면 98명이 노인이었다. ㅡㅡ;;

 내 보기엔 다 비슷비슷한 나이인데 누구는 경로우대를 외치고

누구는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고

누구는 아가들에게 양보하고 배려를 해야 한다고 했다.

 

 

 

Ps. 한동안 블로깅 안하고 쉬는 김에 푹~~더 쉬려 했는데...

댓글중에..."슬슬 새 포스팅 올리실때가 되신듯 합니다." 피식...웃음이 난다.

바로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사진 편집에입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