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정말 획기적인 일이긴 한 것인지...
요즘 딸내미가 부쩍 자랐다.
물론 키도 많이 컸고...얼굴의 아기티가 점점 벗어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다 내면이 쑥~~커버렸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특히...말과 행동에서...
다 아는 듯한 표정과 말투에...
공연히 눈치가 보여서 행동과 말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이런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것인지...
최근...남편은 이런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한결이 한테는 잘 못느끼겠는데...난 자꾸 하랑이 눈치가 보여..."
물론...엄마의 눈에는 늘...
귀엽고 아직은 어리게 느껴지는 딸내미임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가끔...그렇다...ㅋㅋㅋ
딸내미의 유치원 실내화를 사러 신발 가게에 갔다.
아기자기...예쁜 소품도 많고 산뜻한 신발도 참 많은 곳이다.
마음을 다 잡고 가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충동구매를 하고 바리바리 싸들고 오게 되는 뭐...그런곳...ㅡㅡ;;
역시나...이쁜 봄 신상이 많이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몇 개 집어들고 오고 싶으나...들었다 놓았다만 하다가
딸내미가 좋아하는 핑크색 키티 실내화 한켤레...
얼마전 부서진 저금통이 생각이 나서...귀여운 아톰 저금통 한 쌍만 구입해서 나왔다.
"우와...엄마 이쁘다...엄마도 사..."
반짝이는 장식이 예뻐서 로퍼 한 켤레 신어 보았다가 벗고 나오는데
딸내미가 자꾸 부추긴다.
"음...아니야...엄마 다른 구두도 많잖아...다음에..."
"왜?? 그래도 저렇게 보석 있는 건 없잖아..."
"대신 다른 것들 있잖아...사고 싶다고 다 사면 안되는 거야..."
가만히 생각을 하던 딸내미가 뜬금없이 묻는다.
"왜??엄마??? 돈이 없어서 그래??"
헐....ㅡㅡ;;
"음...그렇기도 하지...비슷한 것들 많은데 종류별로 모양별로 다 사긴 아깝잖아..."
말이 없길래....엄마의 설명을 이해한 줄 알았다.
"엄마...내가 어른이 되어서 돈 많이 벌때까지 엄마가 하늘나라에 안 가면...
내가 엄마한테 돈 다 줄게....엄마 사고 싶은 거 다 사..."
이건...고맙다고 해야하는데...왜...마냥 고맙다 하기엔 한편이 뭔가 찜찜하지?? ㅡㅡ;;
최근 친정에서 기르던 강아지 두 마리가 차례로 하늘나라에 가면서
딸은 어렴풋이 죽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주 묻곤 했다.
"엄마...엄마는 언제 하늘나라에 가???" 라고...
이...약간은 막연한 질문과 연계된 것 뿐인데...기분이 묘~~해진다.
'그러게...하랑이가 자라서 어른이 될때까지 엄마가 아무일 없이 잘 지켜 줘야 할텐데..."
라고 감상적인 생각까지 들면서 말이다.
물론 겉으로 티는 안 냈다.
"알았어...엄마가 하랑이가 어른이 되어서 돈 많이 벌때까지 하늘나라 절대 안가고 기다릴테니깐...
하랑이가 꼭...이쁜 구두 사줘..."
손가락 꼭꼭 걸면서 쿨~~하게 약속으로 마무리...
무튼 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 이유가 새삼 생겼다.
울 딸내미가 벌어 온 돈으로 호의호식 하는 인생 살려면 말이다. ㅋㅋㅋ
딸내미가 발행한 공수표...나도 어렸을때...
엄마, 아빠를 비롯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마구 남발했었다.
훌쩍 자랐고 어른이 되다못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여전히 드리는 것에 비하여 훨씬 많은 것을 받기만 하면서 살고있다.
다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딸의 공수표는 엄마를 흐뭇하게 만든다.